[뉴스토마토 이종용 선임기자] 대내외 변수로 금리 체계가 시장원리를 따르지 않으면서 올해도 금리가 예상 경로와 다르게 움직일 것으로 보입니다. 기준금리 인하 기조 속에서도 시장금리가 오르면서 단기성 수신금리가 상승 중입니다. 은행 등 금융사들은 우대 조건이 까다로운 고금리 상품을 내놓고 있는데요. 목돈을 안전하게 굴릴 만한 예적금 상품을 찾는 소비자들의 혼란이 그만큼 커지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최종 금리 수치만 보고 성급히 판단하기 보다는 우대 조건 등을 꼼꼼히 비교하고, 목적과 기간별로 분산 운용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습니다.
기준금리·시장금리 엇박자
1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권 예금금리가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연 1%대에 머물렀으나, 최근 시장금리가 상승하면서 예금금리가 따라서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은행권 예금금리가 저축은행을 웃도는 이례적인 상황까지 벌어지고 있습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 등 5대 은행의 대표 예·적금 금리는 우대 조건 충족 시 3%대 전후로 형성되는 반면, 저축은행권의 평균 수신금리는 일부 시점에서 2.7%대 수준에 머물러 은행권보다 낮은 수준입니다. 과거에는 저축은행이 시중은행 대비 수신금리 경쟁력을 갖추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주요 은행이 금리를 높이고 저축은행이 조정하면서 역전되는 구간이 나타나는 것입니다.
지난해까지 시장에서는 기준금리 인하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우세했습니다. 그러나 고환율과 가계부채 등 불안 요인으로 인해 한국은행이 4번 연속 기준금리를 동결하자 이에 대한 전망이 달라졌습니다. 정기예금 금리의 산정 기준이 되는 1년 만기 은행채(AAA등급) 금리는 지난 10월 2.5%대에서 연말 2.8%대로 상승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상황이 이렇다 보니 최근 금융 소비자들의 변화도 뚜렷합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과거에는 우대 혜택이나 편리성 때문에 주거래 은행을 고집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금리 혜택이 좋은 곳을 택해 신규 가입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며 "금리 인하가 가시화될 때까지는 이 같은 흐름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습니다.
은행들은 단기 예금 상품의 금리를 두 자릿수까지 올리며 예금 유치를 시도하고 있습니다. 기업은행의 '랜덤게임적금'은 최고 연 15% 금리를 제시하면서 간단한 게임을 통해 우대금리를 적용합니다. 전북은행의 'JB 슈퍼씨드 적금'의 최고 금리는 연 13%를, 우리은행의 '두근두근 행운적금'은 최고 금리가 연 12.5%에 달합니다. KB국민은행의 '우리아이사랑 적금'도 연 10% 고금리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목적·기간별 분산투자해야"
언제든지 인출할 수 있는 유동성을 보장하면서 이자수익을 챙길 수 있는 '파킹통장(수시 입출금식 통장)'도 눈여겨볼 만합니다. SC제일은행의 스마트박스통장은 대표적인 고금리 파킹통장으로 꼽힙니다. 스마트박스통장 기본금리는 연 0.3%인데, 통장 내 자금을 '스마트박스'로 분리해 보관할 경우 매일 잔액의 50%에 해당하는 금액에 한해 연 3% 금리가 적용됩니다. 이 스마트박스 금리는 잔액이 100만원 이상일 때만 적용됩니다.
BNK경남은행의 파킹통장은 단기 자금 대기용 상품으로 자주 언급됩니다. 이 상품은 기본금리가 연 2.3%로 설정돼 있고, 신규 가입 고객을 대상으로 한 이벤트 금리가 적용되면 최대 연 3% 금리를 받을 수 있습니다. 다만 이 이벤트 금리는 가입 후 3개월간만 한시적으로 적용되며, 금리 적용 한도는 5000만원까지로 제한됩니다. 이벤트 기간이 끝나면 금리는 다시 기본금리 수준으로 돌아갑니다.
시중은행들이 단기 수신상품 금리를 올려 자금 유치를 시도하고 있다. 사진은 서울 한 시중은행 영업점에서 고객들이 금융상품 상담을 받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전문가들은 이 같은 고금리 상품에 가입할 때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습니다. 수치상으로는 10%가 넘는 고금리처럼 보이지만, 실제 손에 쥐는 이자는 기대에 못 미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대부분의 이벤트성 고금리 적금은 월 납입 한도가 10만원에서 30만원 수준으로 매우 제한적입니다.
최고 금리를 받기 위한 우대 조건이 상당히 까다로운 경우가 많습니다. 급여 이체나 자동이체, 특정 카드 실적, 특정 기간 잔액 조건 등을 동시에 충족해야 하거나 친구 초대, 앱 로그인 횟수, 마케팅 수신 동의 등 복잡한 미션을 수행해야 합니다.
자금 예치 전략을 짤 때 정부 정책 연계 상품도 주목할 만합니다. 정부는 청년층의 자산 형성을 지원하기 위해 청년미래적금과 같은 비과세·정부 기여금 지원형 적금 상품을 오는 6월 출시할 예정입니다. 만 19~34세 청년이 대상이며, 매달 50만원씩 3년간 납입하면 최대 2200만원을 마련할 수 있습니다. 정부 기여금(이자)은 일반형은 납부액의 6%, 우대형은 12%로 지원합니다. 일반형은 연 소득 6000만원 및 중위소득 200% 이하 청년이, 우대형은 중소기업 신규 취직한 청년이 가입할 수 있습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최종 금리 수치만 보고 가입하기보다는 납입 한도와 우대금리, 실제 수령액을 꼼꼼히 비교해본 뒤 자산 포트폴리오를 구성해야 한다"며 "중장기 자금은 만기를 분산해 여러 예·적금 상품에 나누어 가입하면 금리 변동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고 했습니다.
청년도약계좌 고객에게 올해 6월 출시 예정인 청년미래적금으로 갈아타는 것이 허용될 전망이다. 사진은 시내 한 은행창구에 청년도약계좌 홍보물이 게시돼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이종용 선임기자 yo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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