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수리 암컷이 파주 임진강 유빙 위에서 사냥감을 살피고 있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날짐승 가운데 사냥을 하는 새를 맹금류(Rapter)라고 합니다. 이 맹금류 중 덩치가 가장 크고 외모가 멋진 참수리(Steller’s Sea Eagle)는 우리나라에 11월 말 찾아와 이듬해 3월 초 돌아가는 겨울철새입니다. 동북아의 한국, 러시아, 중국, 일본에만 분포하는 참수리가 세상에 알려진 것은 18세기 초엽입니다. 독일의 박물학자 게오르크 빌헬름 슈텔러(Georg Wilhelm Steller)가 시베리아를 탐험하다가 대형 바다수리를 발견하고, 자신의 이름을 붙였습니다.
겨울철 일본 북해도의 시레토코·네무로·로우수 지역은 전 세계에서 참수리를 보러 온 관광객들도 북적입니다. 지구상에서 가장 크고 아름다운 맹금류 참수리를 육안으로 직접 보고, 카메라로 담을 수 있기 때문에 한국 조류 애호가들도 많이 찾는 곳입니다. 유빙에서 휴식을 취하다가 대구나 명태 잡이 배가 떨어뜨린 물고기를 노획하지만, 이들에게 먹이를 주고 관찰하게 하는 관광선도 성업 중이랍니다.
참수리의 아종인 한국 참수리는 1884년 함경도에서 처음 포획돼 중국 상하이 지카웨이 동물원에 갇혀 있다가 1908년 폐사했습니다. 1888년 폴란드계 러시아 박물학자인 타차노프스키가 함경도에서 둥지를 발견한 기록도 있습니다. 이후 이 신기한 한국 참수리는 서구 열강에 의해 마구 포획됐어요. 쓰러져가는 조선과 함께 한국 참수리도 수난을 당한 것이지요. 한반도에서 채집해 중국 상하이 지카웨이 동물원, 영국의 런던, 프랑스 마르세이유(1897년 폐사), 독일의 베를린과 함부르크 동물원에 사육한 기록이 있습니다.
한국 참수리는 멸종되고, 지금은 러시아에서 번식한 참수리만 겨울철 한반도에 50여마리가 찾아옵니다. 서울에서 가까운 팔당호와 팔당댐 아래 한강에 해마다 2~3마리의 참수리가 겨울을 납니다. 한강 하구와 임진강 하구에서도 이따금 1~2마리가 목격됩니다. 그들은 참수리에 비해 개체수가 많은 흰꼬리수리와 경쟁하면서 자기 영역을 지키고 있지요. 어린 참수리와 흰꼬리수리의 구별은 전문가가 아니면 쉽지 않아요. 하지만 참수리가 덩치(몸길이 88~102㎝,날개 길이 221~244㎝)가 더 크며, 흰색꼬리가 흰꼬리수리는 짧고 둥근형이라면, 참수리는 길고 다이아몬드형입니다. 참수리는 5년 이상 성조가 되면 어깨와 다리 깃털이 흰색으로 변해 전체가 갈색인 흰꼬리수리와 쉽게 구별이 됩니다. 특히 참수리의 노란색 부리는 흰꼬리수리보다 훨씬 두툼하고 큽니다.
참수리 수컷이 팔당댐 밑 한강에서 물고기 사냥을 하고 있다.
강폭이 넓고 긴 한강에서 참수리를 만나는 일은 결코 쉽지 않습니다. 덩치가 큰 참수리는 비행하려면 에너지를 많이 소비하기 때문에 사냥과 이동할 때만 비행하고, 대부분 나무나 바위에 오랜 시간 앉아 있습니다. 하루 종일 이들이 움직이는 경우는 2~3회가 고작입니다. 숲속 깊은 곳에 있으면 찾을 수도 없습니다. 이들을 가까이서 카메라에 담으려면 자주 사냥하는 장소에서 하염없이 기다려야 합니다. 온종일 기다려도 한 번도 보지 못하고 돌아온 날도 허다하지요. 하지만 한강의 지배자 참수리는 가장 전망 좋은 명당을 지키고 있습니다. 시력이 좋아 그곳에서 앉아 팔당댐 밑을 한눈에 굽어보며 사냥감을 지켜봅니다.
육식성 참수리는 물고기를 주로 사냥하지만 기러기나 비오리 같은 습지의 물새들도 사냥합니다. 인간보다 7~8배 이상 좋은 시력으로 전망 좋은 나무에 앉아 한강의 큰 물고기들을 살핍니다. 강준치나 누치들이 수면으로 부상하면 잽싸게 날아가 강력한 발톱으로 낚아채지요. 하지만 매번 사냥에 성공하지는 못합니다. 때로는 참수리보다 날렵한 흰꼬리수리가 사냥한 물고기나 오리를 빼앗기도 합니다.
참수리는 동물원에서 40년 정도 산 기록이 있습니다. 그러나 혹독한 야생에서는 수명이 이보다 훨씬 짧지요. 매년 찾아오는 한강의 참수리 성조는 나이가 최소한 20년이 넘은 것으로 보입니다. 참수리는 날짐승의 황제이기도 하지만, 한강에서도 최고의 존엄입니다. 한강 생태계의 최후 포식자이기 때문에 겨울철 이들이 뜨면 한강 생태계에 질서가 잡힙니다. 그러나 팔당대교와 미사리 한강 주변에 습지가 사라지고, 우후죽순처럼 돌출하는 고층 빌딩에 이들의 설 땅은 점차 사라지고 있습니다. 이대로 개발이 지속되면 지금 찾아오는 참수리가 한강의 마지막 황제가 될 확률이 높습니다.
전 세계에 5000여마리가 생존해 있는 참수리는 국제자연보존연맹(IUCN)에서 멸종위기 취약종으로 분류하고 있고 우리나라, 북한, 일본, 중국에서도 보호야생동물 내지 국가유산으로 지정해 보호하고 있습니다. 참수리가 이미 멸종해버린 한국 참수리의 전철을 받지 않고 지구상에 살아남아 그 위용을 계속 뽑내길 기원합니다.
글·사진=김연수 한양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겸임교수 wildik0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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