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유영진 기자] #20대 남성 A씨는 최근 '보험조정센터'라는 곳으로부터 전화를 받았습니다. 이 기관은 과거 보험사 등에 마케팅 활용 동의를 한 이력을 근거로 연락을 했다며 보험료를 할인해주겠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통화 과정에서 거주지와 직장, 가입 중인 보험 등을 묻자 수상함을 느낀 A씨는 전화를 끊었습니다.
#30대 여성 B씨는 'GA보험케어센터'라는 곳으로부터 전화를 받아 보험료를 낮춰주겠다는 제안을 들었습니다. 상대방은 B씨가 10년간 보험료를 성실히 납부했고 보험금 청구 이력이 없다는 점을 근거로 보험료 할인 대상에 해당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이후 전문 담당자가 다시 연락한다며 추가 통화를 이어갔는데 이 과정에서 가입한 보험 내역과 거주지 등을 묻고, 보험료 인상이 임박했다는 이유로 서둘러 할인을 받아야 한다고 재촉하자 수상함을 느낀 B씨는 통화를 중단했습니다.
최근 '통합보험점검센터', '보험조정센터’, '보험점검센터' 등 국가기관이나 정식 보험사 기관으로 오인할 수 있는 명칭을 내세운 보이스피싱 사례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해당 유형은 과거부터 반복돼온 수법으로 전화를 받을 경우 통화를 이어가지 말고 개인정보를 절대 제공하면 안 됩니다. 이후 112나 금융감독원, 국민신문고 등에 즉시 신고하고 해당 번호를 차단해야 합니다.
보장 해지 후 갈아타기 유도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해당 기관을 사칭하는 보이스피싱범들은 '보험'과 '센터'라는 표현을 조합해 실제 존재하는 기관처럼 꾸미는 것이 특징입니다. 또한 소비자들이 의심하기 쉬운 02이나 070 번호 대신 010 개인 휴대전화 번호를 사용해 신뢰를 확보합니다. 이들은 보험설계사를 가장해 전화를 걸고 '보험료 성실 납부'나 '장기간 보험금 미청구'를 이유로 보험료를 할인해주겠다며 접근합니다.
이들은 먼저 보험 분석관 등으로 사칭해 1차 안내 전화를 걸고, 소비자가 관심을 보일 경우 지역 조정센터 담당자의 실사를 통해 진행한다는 식으로 설명합니다. 이후 다른 인물이 다시 연락해 소비자 개인정보를 수집하고, 약속을 잡아 실제 대면 상담으로 이어가 보험 재설계를 유도합니다.
재설계를 유도하는 인물은 실제 보험설계사들입니다. 이들은 기존 보험의 일부 보장을 해지한 뒤 더 저렴한 상품으로 갈아타게 하는 '보험 리모델링'을 제안합니다. 단순히 보험료를 조정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필수 보장이 빠져 있다며 자신에게 인센티브가 지급되는 상품으로 신규 가입을 유도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결국 보험 상담을 성사시키기 위한 사기성 유인 전화인 셈입니다.
보험료는 약관에 명시된 경우를 제외하면 계약 도중 갑자기 인하하는 경우는 없습니다. 건강 상태에 따라 보험료를 할인해주는 상품이나 앱 이용, 마케팅 활용 동의 등에 따른 할인 역시 보험을 설계·가입하는 시점에 적용되는 조건입니다. 계약이 유지되는 과정에서 별다른 절차 없이 보험료가 줄어든다면 기존 보장을 해지하고 더 저렴한 상품으로 갈아타게 하는 보험 리모델링을 의심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해당 명칭의 기관은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곳"이라면서 "보험사가 계약 도중 보험료를 할인해주겠다며 상담을 요청하는 경우는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이 같은 보이스피싱은 유출된 개인정보를 바탕으로 이뤄지는 수법"이라며 "전화 통화 중 개인정보를 요구할 경우 절대 응해서는 안 된다"고 당부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개인정보 유출·마케팅 활용 동의 여파
이 같은 피싱이 확산하는 배경에는 지난해 발생한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과 소비자가 인지하지 못한 채 이뤄지는 마케팅 활용 동의 여파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카드사, 통신사, 유통사, 법인보험대리점(GA) 등에서 유출된 개인정보가 보험 가입 이력에 맞춘 보이스피싱에 활용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실제로 보험 가입 여부와 납입 기간, 연령대, 거주지 등의 정보는 한 차례만 확보돼도 장기간 범죄에 악용될 수 있습니다.
특히 지난해 상반기 일부 중대형 GA에서 약 1100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되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이 중 120명 이상은 보험증권번호와 보험료 등 민감한 보험계약 정보까지 해킹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해당 사건 이후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보험조정센터를 사칭한 피싱 사례가 눈에 띄게 늘고 있습니다.
무심코 이뤄지는 마케팅 활용 동의 역시 문제로 지적됩니다. 보험 가입이나 앱 설치 과정에서 '마케팅 정보 수신 동의'에 체크할 경우 보험사나 일부 제휴사 정도까지만 활용될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GA와 텔레마케팅 업체, 위탁 영업사 등으로 개인정보가 광범위하게 전달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한 소비자들이 보험료 견적을 확인하기 위해 인터넷상 보험 비교 사이트 등에 개인정보를 입력하는 과정에서 제공된 정보가 외부로 유출돼 피싱 전화로 이어지는 사례도 적지 않습니다.
보험업계 다른 관계자는 "지난해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잇따르면서 수상한 문자나 전화를 받았다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조금이라도 의심되는 연락은 즉시 전화를 끊고 금융당국이나 112에 신고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인터넷에 떠도는 보험 비교·추천 사이트에도 함부로 개인정보를 입력해서는 안 된다"면서 "한 번 입력된 개인정보가 언제까지, 어떻게 수집·활용되는지 알기 어려운 만큼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미지=챗 GPT)
유영진 기자 ryuyoungjin1532@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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