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가족법인을 이용한 공격적 조세회피
2026-02-03 06:00:00 2026-02-03 06:00:00
최근 연예인 차은우씨에 대한 국세청의 세무조사 결과 차씨가 약 1000억원에 이르는 소득을 소속사와 어머니가 대표인 회사(가족법인)에 부적절하게 분여해 200억원이 넘는 소득세를 탈루한 것으로 언론에 보도된 바 있다. 국세청에서 차씨에게 탈루 세액의 추징 통보했음은 당연하지만 그 구체적인 근거는 국세기본법(제81조의13)에 규정한 비밀 유지 사유에 해당하기 때문에 알기 어렵다.
 
그러나 차씨의 소득이 소속사 및 소속사와 계약관계에 있는 가족법인에 실제로 분여되었다면 차씨가 소득세와 법인세 세율 차이를 이용해 소득세를 회피했을 가능성이 크다. 현행 소득세 최고세율은 49.5%이지만 법인세 최고세율은 26.4%로서 절반 수준에 그치기 때문이다. 당초 주식회사로 설립했던 가족법인을 유한책임회사로 전환했다는 사실도 의심의 대상이다. 주식회사는 공시의 의무가 있을 뿐 아니라 일정 규모를 넘어서면 반드시 외부감사를 받아야 하지만 유한책임회사는 그런 의무가 없다는 점을 이용했을 개연성이 충분하기 때문이다.
 
이런 관점에 따르면 국세청은 차씨의 가족법인을 실질적인 경영활동은 수행하지 않고 오로지 차씨의 소득을 분산하기 위해 설립한 도관회사로 판단한 것으로 여겨진다. 다른 한편으로는 국세청에서 차씨에 대한 세무조사를 통해 차씨의 개인소득을 가족법인에 분산하거나 가공 비용을 계상하는 등 각종 편법 또는 탈법 행위가 있었음을 확인한 것으로도 새겨진다. 요컨대 국세청은 국세기본법(제14조)에 규정하고 있는 실질과세의 원칙에 근거해 차씨의 가족법인 등에 분여된 소득을 차씨 개인에게 귀속된 것으로 재계산해 종합소득세를 과세한 것으로 해석된다.
 
가족법인을 이용한 조세회피행위는 주로 인적용역 소득이 크게 발생하는 개인사업자들의 가족 구성원이 주주나 경영진으로 참여하는 경영지원법인(Management Service Organization)을 설립하는 형태로 나타난다. 예컨대 고소득자인 의사의 경우 그의 특수관계자가 구매나 마케팅 등 의사의 본질적 용역 활동인 의료행위와 무관한 일체의 용역을 공급하는 경영지원법인을 설립한다면 의료 용역에서 발생하는 소득의 상당 부분이 특수관계자가 공급하는 구매 또는 마케팅에 대한 수수료 등으로 비용화되면서 그 의사의 소득세 부담을 크게 낮출 수 있다. 이와 같은 거래를 통해 비용화된 용역 대금은 1차적으로 당해 경영지원법인의 매출이익이 되지만 최종적으로는 특수관계인에게 급여나 배당으로 지급된다. 달리 말해 경영지원법인은 의사의 소득을 그의 특수관계자에게 낮은 세율로 증여할 수 있는 도관으로 작동하게 되는 것이다. 이는 가족법인 형태의 경영지원법인을 통한 조세회피행위가 연예인에게만 국한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인적용역을 공급하는 사업자 전반에서 나타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와 관련해 미국 연방소득세법에서는 사실상 조세회피 목적으로 하나의 거래 상대방에게 용역을 제공하는 법인에 대해서는 당해 법인과 실질 용역 공급자 간의 소득과 비용을 재배분하도록 하는 개인용역법인(Personal service corporations)을 이용한 소득분산 방지 규정(IRC §269A)을 두고 있다. 일본에서는 동족회사(우리나라의 가족법인)의 행위와 계산으로 인해 주주 등 거주자인 개인의 소득세 부담이 부당하게 감소하는 경우에는 그 행위 또는 계산을 재구성해 과세하도록 하는 특례 규정(일본 소득세법 제157조)을 두고 있다. 고소득자들의 가족법인을 이용한 공격적 조세회피를 규제하기 위해서는 미국과 일본 등의 사례를 참고해 우리 실정에 맞는 입법적 보완이 이루어져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유호림 강남대학교 세무전문대학원 교수, 한국세무학회 부학회장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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