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백아란 기자] 한·미 통상 전선이 ‘안갯속’ 형국을 보이며 재계의 불안도 커지고 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를 기존 15%에서 25%로 인상하겠다고 예고한 가운데, ‘소방수’로 급파됐던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결론을 내지 못한 채 빈손으로 귀국하며 기업의 불확실성이 커진 까닭입니다. 재계에서는 한미 관세 협상 이행을 뒷받침할 대미투자특별법의 국회 통과 여부를 예의 주시하는 한편 상호관세 정산 등 실무 대응을 준비하는 모습입니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왼쪽 가운데)이 29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상무부 회의실에서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부 장관(오른쪽 가운데)과 면담을 갖고 관세 등 통상 현안을 논의하고 있다. (사진=산업통상부)
2일 국회에 따르면 여야는 이날부터 임시국회를 열고 대미투자특별법안 논의에 돌입할 예정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 국회가 대미 투자 약속 이행에 필요한 특별법을 승인하지 않았다’는 점을 거론하며, 협상의 도구로 관세를 사용하고 있는 만큼 재계에서는 법안 통과에 이목이 집중되는 상황입니다.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과 두 차례 회동한 후 귀국한 김 장관이 지난달 31일 귀국길에서 기자들과 만나 “불필요한 요해는 해소됐다고 생각한다”고 했지만, 트럼프 미 행정부가 관세 인상을 위한 관보 게재 절차를 밟으며 다시 비상이 걸렸습니다.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곳은 트럼프 대통령이 25% 관세 부과로 예를 든 자동차업계입니다. 관세가 인상될 경우 일본이나 유럽연합(EU)의 경우 15% 관세가 유지된다는 점을 고려할 때 미국 시장 내 가격 경쟁력 저하는 불가피합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미국이 자동차 품목 관세를 15%에서 25%로 다시 올릴 경우 현대차그룹이 부담해야 할 관세 비용이 연간 5조3000억원에서 8조4000억원으로 58%가량 증가할 것으로 추산했습니다. 앞서 현대차는 지난해 미국 자동차 관세로 4조1000억원을 부담했습니다.
수출 효자인 반도체도 불안하긴 마찬가지입니다. 앞서 미국 정부는 반도체를 미국 내에서 생산하지 않을 경우 최대 10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선언하며 사실상 반도체 투톱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대미 투자를 압박하고 있습니다.
재계 관계자는 “(법안 통과 등) 아직 불확실성이 높기 때문에 상황을 지켜볼 수밖에 없다”면서도 “내부적으로는 관세나 정치적 이슈에 따른 변수를 점검하고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한편 미국이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을 근거로 부과한 상호관세 등의 정산 시점이 다가온 만큼 이에 대한 선제적 준비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됩니다. 한아름 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 수석연구원은 “관세 환급 기준과 절차는 향후 판결·행정지침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나, 그 전까지는 미국 관세청(CBP)의 일반적인 관세 환급 절차를 참고해 관세 환급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며 “한국 IEEPA 관세 정산은 이달 13일경부터 본격화될 예정으로, 수입신고자 여부 확인을 비롯해 선제적으로 준비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백아란 기자 alive020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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