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지은 기자] SK브로드밴드가 인공지능 데이터센터(AI DC) 구축을 위한 대규모 시설 투자에 나섭니다. 유료방송 시장 침체로 기존 핵심 사업의 성장성이 흔들리는 가운데, AI 인프라를 새로운 성장축으로 삼아 사업 구조 전환에 속도를 내겠다는 포석입니다.
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SK브로드밴드는 1200억원 규모 회사채 조달에 나섰습니다. 이번 회사채로 확보한 자금은 울산 데이터센터 구축을 위한 시설 투자에 투입됩니다. 회사는 울산 데이터센터 구축에 총 5500억원 규모 투자를 계획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이미 1500억원을 집행했습니다. 이번 회사채로 조달하는 1200억원은 올해 2분기부터 4분기까지 데이터센터 구축에 필요한 공사비와 설비·장비 취득에 집중 투입될 예정입니다.
SK브로드밴드는 "AI 보편화 시기 도래에 발맞춰 AI 미디어, AI 엔터프라이즈 등 사업 부문별 선제적인 시스템과 인프라 구축을 포함한 신규 성장 사업 투자를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번 회사채 조달 역시 운영 자금이 아닌 AI 인프라 중심의 시설 투자에 방점이 찍혔다는 설명입니다.
지난해 SK AI 서밋에 전시된 SK그룹 AI 인프라 이미지. (사진=SK텔레콤)
AI 전환 흐름 속에서 SK브로드밴드는 엔터프라이즈 사업을 미래 성장축으로 제시해왔습니다. 초고속인터넷과 인터넷(IP)TV, 전화 서비스에 더해 엔터프라이즈 사업 영역에 데이터센터를 포함시키며, AI 보편화에 대비한 인프라 선제 투자를 강조해왔습니다. 이번 울산 데이터센터 투자는 그간 밝혀온 전략을 실제 자금 집행으로 옮기는 단계로 풀이됩니다.
대규모 인프라 투자 행보는 유료방송 시장 환경 변화와도 맞물려 있습니다. SK브로드밴드는 IPTV와 케이블TV 사업을 모두 보유하고 있지만, 시장 성장성은 빠르게 둔화되고 있습니다.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가 발간한 방송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2024년 방송산업 매출은 18조8320억원으로 전년 대비 0.7% 감소했습니다. 통계 조사 이래 첫 역성장을 기록한 2023년에 이어 2년 연속 감소세입니다. 방송광고 매출은 7.4% 줄었고, 주요 수익원 중 하나인 홈쇼핑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 매출도 2년 연속 감소했습니다. 유료방송 가입자 역시 마이너스 성장으로 전환되며, IPTV마저 성장세가 둔화되는 흐름입니다.
SK브로드밴드 역시 이 같은 환경 변화를 인식하고 있습니다. 회사는 투자 위험 요소에 대해 회사 측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성장과 유료방송 시장 경쟁 심화로 시장 성장 둔화, 수익성 저하 가능성이 있다"며 "예기치 못한 변수로 기존 IPTV 수익성이 악화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AI 데이터센터 투자는 그룹 차원의 AI 전략과도 맞닿아 있습니다. SK그룹은 AI 반도체, 클라우드, 데이터센터를 아우르는 인프라 구축을 핵심 과제로 삼고 있으며, SK브로드밴드는 지난해 말 조직개편을 통해 데이터센터(DC) 본부를 신설하며 AI 인프라 사업을 전담하는 체계를 갖췄습니다.
SK텔레콤(017670)과 데이터센터를 주력 사업으로 추진하며 협력을 강화하는 이른바 'T·B 시너지 전략'의 일환입니다. 특히 DC 본부장을 정석근 SK텔레콤 AI 사내독립법인(CIC)장이 맡으며 AI 인프라 분야에서 양사 간 전략과 실행을 일원화하려는 구상이 보다 분명해졌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이지은 기자 jieune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충범 테크지식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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