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마지막 차(車)를 고르며…
2026-02-10 06:00:00 2026-02-10 06:00:00
아마도 마지막 차가 되지 싶다. 요즘 차가 참 좋아져서 10년 넘게 타도 끄떡없다. 좋은 일이다. 조금 이르다 싶게 운전면허증을 반납할 생각인데, 그때까지 어떤 차가 좋을지 얘기도 듣고 시승하러도 가본다. 
 
국내 대표적인 자동차 회사를 세계 3위로 일군 직원들의 수십 년 노고에 경의를 표한다. 동시에, 일부 직원들의 탐욕과 이기심에 대해서는 동의하기 어렵다는 점도 밝힌다. 이 글을 쓰는 이유이기도 하다. ‘취업 세습’은 반공동체적이기까지 하다. 여러모로 옳지 않다. ‘노조 만세(萬歲)!’ 라는 구호가 떠오른다. 만세라는 다짐성 후렴구가 내 일자리를 대대손손 세습시키라는 ‘만세’는 아닐 것이다.  
 
얼마 전 발표된 성명, “동의 없이는 단 한 대의 로봇도 투입할 수 없다”. 그 절박함과 걱정, 충분히 이해되고 공감한다. 그러나 그 성명은 성급하고 거친 점도 있었기에 아쉬움도 일부 있다. 자리 차원에서 꺼낼 사안이 아니라, 로봇 노동력에 관한 사회적 담론과 국가 차원의 일자리 대책 등 ‘사람과 로봇에 관한 문제’를 정식 의제로 제기하고, 정책을 촉구했으면 공감이 컸을 것이다. 청동기시대로 바뀌면 석기시대의 문화나 방식이 바뀌듯 과학기술 변화에 따른 흐름을 감안해 새로운 방식을 찾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로봇은 이미 여러 노동 현장에 투입돼 사람이 해오던 일의 일부를 수행 중이며, 이의 확대는 피할 수 없다. 위험 업무나 단순 반복 업무를 로봇으로 대체하는 건 이미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기존 로봇에 AI와 배터리를 붙여 상당히 똑똑하고 견고한, 진짜 사람 같은 ‘휴머노이드’가 곧 양산된다. 이미 20~30년 전에 예견되고 공지된 일이다. 
 
기계화-자동화 과정과 흐름은 현장 노동자들이 가장 잘 안다. 기계가 진화하다 보면 필요 노동자 숫자가 줄어들기도 하는데, 그간 기계의 진화에 대해서는 어떻게 대처해왔나. 기계는 괜찮지만 사람이랑 너무나 흡사한 로봇은 안 된다는 건가. 기계는 한 자리에 고정돼 있는 설비이자 장치여서 괜찮은데, 로봇은 사람처럼 돌아다니니까 일자리를 위협하는 경쟁자나 적으로 인식하고 배척한다면 수미일관하지 못하다. 로봇만이 아니라 기계도 일자리를 빼앗았고, 지금도 뺏고 있다. 구식 기계 계속 쓰는 것과 새 기계의 생산성 사이에서 고민이 깊을 수밖에 없다.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지점이다. 완급 조절. 그래서 정부 역할이 중요하다. 
 
지난 1월 열린 CES 2026에서 현대차그룹과 보스턴 다이내믹스가 공개한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 (사진=뉴시스)
 
다들 알고 동의하다시피 로봇은 타도 대상이 아니라 잘 부려야 할 머슴이자 전자제품이고, 때론 비서 노릇도 한다. 경제와 사회의 각 주체와 단위가 모여 산업혁명 시기 ‘러다이트 운동’의 기승전결도 차분하게 짚어보며 로봇과의 공존 방안을 제도화하는 게 중요하다. 
 
얘기가 길어졌다. 생애 마지막일 게 분명한 차를 고르자니 그만 여러 상념이 가지를 쳤나. 나 하나 안 산다고 아무런 영향도 주지 못하겠지만, 굳이 나까지 그 회사 차를 팔아주고 싶지는 않다. ‘자본에 순치된 자의 공격’이라며 서슬이 퍼래질 걸 모르지 않는다. 평생을 피고용자이자 사무직 노동자로 살아왔으며 파업이나 노조 집회에 성실하게 참여해왔으니 이 정도 발언은 할 자격이 된다고 생각한다. 자신들 시각만을 주장하는 한, 설득과 공조 연대를 이끌어내기 어렵다. 우물 안에서 보면 우물 입구만 한 하늘이 하늘의 전부라고 생각하기 쉽다. 어느 조직이나 ‘레드 팀’이 필수적이다. 집단편향, 확증편향이라는 함정을 피하기 위해서다. 사회와 세상을 떠난 노조, 대중과 유리된 노조는 지지받기 힘들다. (오해가 있을까 봐 부기한다. 서울 세종호텔을 비롯해 지금 이 시간에도 노동자 생존권과 기본권을 위해 처절하게 싸우고 있는 대다수 노동 현장과 해당 노조에게 하는 얘기는 물론 아니다.)
 
이강윤 전 한국사회여론연구소장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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