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안정훈 기자] 반도체 칩 가격이 고공행진하는 이른바 ‘칩플레이션’으로 스마트폰 업계 전반의 가격 상승이 예상되는 가운데, 애플이 오히려 가격 경쟁력 확보에 나서고 있습니다. 중저가 제품을 잇달아 선보이는 한편, 차기작의 가격 동결까지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프리미엄 전략을 고수해온 과거와 달리 저가 시장까지 외연을 확장하는 양상입니다.
지난해 4월 프랑스 파리의 애플 스토어에서 관람객이 애플 로고 앞을 지나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애플의 중저가 제품 출시가 본격화하고 있습니다. 8일(현지시각)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애플은 이르면 이달 중 아이폰17의 저가형 모델인 ‘아이폰17e’를 선보일 예정입니다. 아이폰17 시리즈에 적용된 A19 칩을 탑재해 성능을 전작보다 개선했으며, 가격은 599달러(약 88만원)로 아이폰17 기본형(799달러, 약 120만원)보다 저렴하게 책정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맥북 라인업에서도 가격 인하 전략이 이어질 전망입니다. 애플은 상반기 중 13인치 미만 화면과 아이폰급 칩셋을 적용한 저가형 맥북을 출시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교육 시장에서 점유율이 높은 구글 크롬북과 윈도우 노트북을 정조준한 행보로 풀이됩니다.
아울러 올해 하반기 이후 출시가 예상되는 차기작의 가격이 동결될 가능성도 제기됩니다. 애플 전문 분석가 궈밍치 등은 아이폰18 시리즈 기본 모델의 가격이 전작과 동일한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이 같은 전략은 최근 모바일 업계의 흐름과는 대조적입니다. 미국 빅테크 기업들이 인공지능(AI) 투자를 확대하면서 메모리 반도체 전반의 가격이 급등했고, 다수 스마트폰 제조사가 원가 부담에 직면했기 때문입니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지난달 2026년 전망에서 “메모리 가격은 1분기에 40~50% 오른 후 2분기에도 약 20% 추가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스마트폰 제조사들은 수익성 유지를 위해 저가 모델 축소에 초점을 맞추는 등 제품 포트폴리오 최적화에 나설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업계는 애플의 행보를 ‘생태계 문턱 낮추기’ 전략으로 해석하고 있습니다. 인도 등 신흥시장을 중심으로 상대적으로 저렴하면서도 성능을 강화한 제품으로 이용자를 유입시킨 뒤, 서비스 부문에서 수익을 확대하겠다는 구상입니다. 실제로 애플의 2026 회계연도 1분기(2025년 10~12월) 실적을 보면 앱스토어, 아이클라우드, 애플 뮤직 등 서비스 부문 매출은 300억1300만달러로 전체 매출의 약 21%를 책임졌습니다.
세간의 흐름과는 다른 애플의 행보를 두고 전문가들은 ‘정면돌파’ 전략이라고 평가합니다. 황용식 세종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전통적으로 애플은 원가 관리를 잘한 반면, 최근에는 AI 도입 측면에서 비판받을 받았다”며 “스마트폰 전반의 가격 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에서도 ‘우린 신모델 가격을 유지할 역량이 있다’는 걸 강조함으로써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고, 시장의 우려를 정면 돌파하려는 것”이라고 짚었습니다.
안정훈 기자 ajh76063111@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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