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종용 선임기자] 국내 주요 금융지주사들이 오는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회장 연임 안건을 올릴 예정인 가운데 압도적인 찬성표를 확보할지가 관건입니다. 금융당국이 주주 권한 강화를 앞세워 지배구조 제도 개선을 진행하고 있는 만큼 주주들의 표심이 사실상 2기 경영 체제의 정당성과 동력을 가늠하는 잣대가 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입니다.
2기 회장 체제 정당성 확보 관건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주요 금융지주 정기 주총에서는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회장,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 빈대인 BNK금융지주 회장의 연임 및 이사 선임 안건을 상정합니다. 과거 금융지주 회장 선임 및 연임 과정에서의 찬성률을 보면 대체로 60~80% 수준에서 형성돼 왔습니다.
금융지주에 우호적인 전략투자자 등 지분이 상당하다는 점에서 연임 안건은 무난히 통과할 것이라는 전망입니다. 다만 통과 여부보다 얼마나 높은 찬성률을 확보하느냐가 더 중요해졌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그동안 금융지주 회장 선임과 연임을 둘러싼 주총 결의는 사실상 요식행위에 가깝다는 인식이 강했습니다.
금융당국은 이 때문에 주주 권한 강화를 앞세워 지배구조 개선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데요. 이번 주총에서 제도 개선안이 소급 적용되지는 않겠지만 그만큼 다수 주주의 확실한 지지를 확보해야 연임 후 2기 경영 체제에 대한 확실한 동력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압도적인 찬성표를 확보하지 못할 경우 향후 이사회 장악력이나 중장기 전략 추진 과정에서 동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분석입니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주총에서 높은 찬성률을 확보하지 못하면 지배구조 제도 개선 이후에는 타깃이 될 수도 있다"며 "연임 안건 통과는 무난할 것으로 보이지만 앞으로 안정적 경영 체제를 유지할 명분을 얻어야 하는 과정이 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국민연금이나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의 판단도 주요 변수로 작용할 전망입니다. 지난해 주요 금융지주의 주주총회를 앞두고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인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s)가 무더기로 반대 의견을 내기도 했습니다. 주주의 권익을 침해한다는 명목으로 신한·하나·우리금융지주의 이사 선임 안건을 반대했습니다.
ISS는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기업의 주주총회 안건을 분석해 의결권 행사 자문을 제공하는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입니다. 전 세계 의결권 자문 시장에서 약 60%를 차지하고 있는 데다 기관투자자 2000여곳이 ISS의 자문을 받고 있는 만큼 영향력은 지대합니다.
국민연금의 경우 KB금융(8.56%), 신한금융(8.60%), 하나금융(8.68%) 등 주요 금융지주 지분을 7~10% 안팎 보유한 최대주주입니다. 현재
KB금융(105560) 지분을 일반투자 목적으로, 나머지 지주사의 지분을 단순투자 목적으로 보유하고 있습니다. 일반투자는 경영권에 영향을 주지 않는 범위 안에서 이사 선임 반대, 배당 제안, 위법행위 임원에 대한 해임 청구 등 적극적으로 주주권을 행사할 수 있습니다.
지난달 10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금융감독원장-금융지주회장 간담회에 조용병(왼쪽부터) 은행연합회 회장과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참석한 모습. (사진=뉴시스)
국민연금 경영 개입 단초 우려
금융감독원은 현재 금융위원회와 함께 지배구조 개선 태스크포스(TF)를 가동하고, 금융지주 등 금융회사 전반의 이사회 구조와 주주 권한 강화 방안을 검토 중입니다. 금융지주 회장 선임 시 주주총회 의결 요건을 강화하는 방안이 대표적입니다.
현재는 주식 총수의 4분의 1 이상 출석, 출석 주주의 의결권 과반수 찬성 요건만 맞추면 되는 '일반결의' 안건에 해당하지만, '특별결의' 안건이 되면 주식 총수의 3분의 1 이상 출석, 출석 주주의 3분의 2 이상 찬성 등 더욱 엄격한 주주 동의가 필요해집니다. 주주 100%가 주총에 참석한다고 가정할 때 67%의 찬성을 받아야 회장 연임이 가능합니다.
금융지주는 대주주 지분 15% 이상을 허용하지 않기 때문에 출석 주식의 3분의 2 동의를 얻는 것이 만만치 않습니다. 실제로 과거 한 금융지주 회장은 연임을 결정하는 주총에서 찬성 비율이 56.43%에 그쳤습니다. 특별결의 요건이었다면 연임 안건은 부결되는 셈입니다. 상법상 특별결의는 정관 개정이나 CEO 해임 등 중요 사안에만 적용합니다.
이 경우 국민연금이 핵심 변수로 떠오를 수 있습니다. 국민연금은 그간 금융지주 회장 연임 사안에 대해선 신중한 태도를 유지해 왔지만, 지배구조 개입이 필요하다고 판단할 경우 적극적으로 움직일 수 있습니다. 국민연금은 최근
KT(030200) 주식 보유 목적을 '단순투자'에서 '일반투자'로 변경하며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 움직임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국민연금이 현재 금융지주 지분을 대부분 '단순투자' 목적로 보유하고 있지만 주주로서의 의견 표명이나 의결권 행사가 제한되는 것은 아닙니다. 단순투자는 경영권에 영향을 미치지 않겠다는 전제 아래 지분을 보유한다는 의미입니다. 이사 선임 요구나 정관 변경 제안과 같은 적극적인 경영 참여를 하지 않겠다는 뜻입니다.
다만 이미 주주총회에 상정된 안건에 대해 찬성·반대·기권 등 의결권을 행사하고, 그 판단 사유를 공개적으로 밝히는 것은 단순투자 범위 안에서도 가능합니다. 국민연금 의견은 외국인이나 기관 투자자의 판단에 영향을 미치고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의 권고에도 반영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른 금융지주사 관계자는 "국민연금이 단순투자 지위에서도 국민연금은 주총 찬성률을 낮추고 경영진의 정당성에 부담을 주는 방식으로 충분한 압박 효과를 낼 수 있다"며 "사후적 반대표를 행사하지 않더라도 사전적 압박이 거세질지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주요 금융지주의 3월 주주총회에서 회장 연임 등 이사 선임 안건이 상정될 예정이다. 한 금융지주사 주주총회에서 주주들이 자료를 살펴보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이종용 선임기자 yo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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