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강석영 기자] 디에고 마누엘 비야누에바 마르티넬리 주한 파나마 대사가 한국인 대사관 직원에게 '면벽근무'를 지시하는 등 직장 내 괴롭힘을 가한 사실이 고용노동부 노동청 조사 결과 인정됐습니다.
지난해 1월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주한대사 신임장 제정식. 왼쪽부터 디에고 마누엘 비야누에바 마르티넬리 주한 파나마 대사, 최상목 전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조태열 전 외교부 장관. (사진=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서울지방고용노동청은 지난 3일 비야누에바 대사의 직장 내 괴롭힘 행위를 인정하고, 과태료 500만원을 부과했습니다.
앞서 한국인인 A씨는 12년 넘게 주한 파나마대사관에서 행정 업무를 해왔습니다. 그런데 지난해 2월 갑자기 기존 업무에서 배제됐습니다. 대사관은 A씨에게 지하주차장에 방치된 서류상자 수십개를 정리하라고 지시했습니다. 상자엔 대사관이 이사를 다니며 정리하지 않았던 10~20년 전 문서들이 담겼습니다. A씨 자리도 1층 안내데스크로 옮겨졌습니다. 컴퓨터도 빼앗겼고, 기존 업무 관련 권한도 모두 삭제됐습니다. 이른바 '면벽 근무'를 지시한 겁니다.
A씨는 이런 지시가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신청하겠다고 밝힌 것에 대한 보복성 조치라고 주장했습니다. A씨는 기존 업무에서 배제되기 4개월여 전인 2024년 10월, 자녀의 초등학교 입학 시기에 맞춰 이듬해 3월부터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을 신청할 계획이 있다는 걸 상부에 전달한 바 있기 때문입니다. 이에 A씨는 비야누에바 대사 등을 직장 내 괴롭힘 가해자로 지목, 노동청에 신고했습니다.
비야누에바 대사 측은 A씨에 대한 인사는 임시적 업무 변경 조치에 해당한다고 반박했습니다. 아울러 대사 권한 범위 내 인사 조치이며, A씨의 업무 경력 등을 고려한 적절한 업무 부여라고도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노동청은 A씨 손을 들어줬습니다. 노동청은 "기존 근무지인 3층 출입 지문을 즉시 삭제하고 서류 정리 업무 이후에도 근무지를 1층 리셉션오피스로 안내한 점 등을 고려하면 임시적 조치라고 보기에는 어렵다"며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은 신고인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므로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하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했습니다.
사용자의 직장 내 괴롭힘이 인정돼 과태료 처분이 난 점도 흔치 않지만, 외국 대사가 직장 내 괴롭힘으로 과태료 처분을 받은 점도 이례적입니다.
한편, 현재 A씨는 대사관에서 해고된 상태입니다. 대사관은 A씨가 대사의 직장 내 괴롭힘을 언론에 제보한 걸 문제로 삼은 겁니다. 대사관 측은 방송 보도 화면에 대사관 내부가 송출된 점을 들어 A씨가 근로계약 및 서약상 비밀유지 조항을 위반했다고 했습니다. 대사관은 A씨를 6개월가량 대기발령한 뒤 지난해 9월 해고했습니다. A씨는 부당 대기발령 및 부당해고라며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제기했습니다.
서울지노위 역시 A씨 주장이 옳다며 부당해고 판정했습니다. 서울지노위는 보도된 대사관 내부 장면이 중대한 비밀에 해당하지 않아 해고 처분은 지나치다고 판단했습니다. 양측이 이에 불복하면서 사건은 중앙노동위원회 판정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A씨 측은 부당해고를 인정받았지만, 대기발령 역시 직장 내 괴롭힘 신고자에 대한 불이익 처분이라는 점을 인정받고자 합니다. 근로기준법상 이는 형사 처벌 대상입니다.
A씨를 대리한 정병민 변호사(법무법인 도담)는 "노동청에서 직장 내 괴롭힘이 인정된 만큼, 노동위도 대사관이 신고자에 대해 불이익 처분했다고 판단해야 한다"며 "대사관은 한국법을 존중한다고 했으니 법정 다툼을 지속하지 말고 피해자를 원직에 복귀시켜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강석영 기자 ksy@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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