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유근윤 기자] 내란 우두머리 등 혐의를 받는 윤석열씨는 마지막 최후진술까지 12·3 비상계엄에 대해 '경고성 계엄'이자 '정당한 비상대권'이었다는 등 궤변을 늘어놨습니다. 윤씨는 내내 계엄 사유에 대해 '국민을 계몽하기 위함이었다', '부정선거 의혹이 있었다' 등을 주장했고, '내란을 일으킨 것은 아니다'라고 내란 혐의에 선을 그었습니다. 12·3 비상계엄이 선포된 지 443일 동안 윤씨의 반성은 없었습니다. 법원은 이미 한덕수 전 국무총리,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1심 판결을 통해 12·3 비상계엄이 내란행위였단 점은 분명히 한 상황입니다.
윤석열씨가 지난해 9월26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특수공무집행 방해,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 재판에 출석해 있다. (사진=뉴시스)
서울중앙지법 형사25부(재판장 지귀연)는 19일 오후 3시 윤씨의 내란수괴·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에 대해 1심 선고를 내립니다. 지난해 4월14일 첫 공판이 시작된 후 311일 만에 선고가 나오는 겁니다. 그런데 윤씨는 줄곧 "국가비상사태를 주권자인 국민에게 알리고 이를 극복하는데 함께 나서주십사 호소하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국회의 반헌법적인 독재로 나라가 위기에 처해있는데 주권자인 국민을 깨우는 일 이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었다"며 자신의 계엄을 정당화해 왔습니다.
앞서 내란특검은 지난달 13일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받는 윤씨 대해 법정 최고형인 사형을 구형했습니다. 그럼에도 윤씨는 결심공판 최후진술을 통해 "대의제 권력의 망국적 패악에 대해 주권자(국민)가 직접 나서서 정치와 국정에 관심을 가지고 감시·견제를 해달라는 호소였다"고 강변할 뿐이었습니다.
이 자리에서 윤씨는 본인 입으로 직접 '계엄령은 계몽령'이라고 했습니다. 그는 "12·3 비상계엄이 몇 시간 만에 해제되고 1년이 넘게 흘렀다. 그러나 아직도 정적과 반대 세력들을 숙청하고 탄압하려는 내란몰이는 계속되고 있다"며 "민생 경제에 위기의 경고등이 심각하게 울리고 있는 대한민국의 상황, 자유진영과 연대의 균열 등 국가 위기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국민들과 청년들은 계엄령이 계몽령이 됐음을 알고, 국가 위기 상황에서 불가피한 결단이었다고 외치고 있다"고 했습니다.
'부정선거 의혹'도 꺼냈습니다. 윤씨는 "그동안 선거소송에서 가짜 투표용지가 다량 발견되었고, 불과 1년 전 국정원의 선관위 전산시스템 보안 점검 결과 국가기관이 갖추어야 할 기준에 현격히 미달하여 외부 해킹에 무방비인 심각한 상황이 드러났다"며 선거관리위원회에 침입한 것에 대해 '선거관리 시스템 보안 점검'을 변명으로 댔습니다. '선관위가 투명하고 공정한 검증을 거부하고 있었기에 선거관리의 중요성과 국민적 관심을 고려하여 점검하도록 한 것'이라는 겁니다.
모순적인 발언도 이어졌습니다. 최후진술에서 그는 "헌법수호의 막중한 책무를 이행해야 하는 대통령으로서 국가 비상사태를 주권자인 국민에게 알리고, 이를 극복하는데 함께 나서주십사 호소하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도 윤씨는 "저 스스로 법률전문가로서 내란이라는 선동이 너무나 어이없고 기가 막혔다"라는 상반된 궤변을 늘어놨습니다. 그는 또 "대국민 호소, 대국민 메시지 계엄이니 긴장하지 않고 평소와 다름없이 준비한 것"이라고도 했습니다.
내란특검이 지난달 13일 12·3 비상계엄 관련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받는 윤석열씨에 사형을 구형했다. 당일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관련 뉴스를 시청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윤씨는 도리어 억울함을 항변하기도 했습니다. 윤씨는 최후진술에서 "저는 26년간 검찰에서 주요 수사를 했지만, 법과 원칙에 따라 일했기 때문에 정치적 음모에 의해 수사라는 이름을 빌려 이렇게 치밀하게 내란몰이가 기획되고 진행되는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고 했습니다. 자신이 '내란몰이의 피해자'라고 호소한 겁니다.
하지만 최근 법원은 한덕수 전 국무총리와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등의 선고에서 '비상계엄'은 '계몽령' 혹은 '경고성 계엄'이 아니라 내란이라는 판단을 잇따라 내놓고 있습니다. 재판부는 "비상계엄은 계몽이 아닌 잘못된 주장과 생각을 양산하고, 사회적 갈등을 더 심하게 만들었다"고 판단한 바 있습니다. 한덕수 전 총리에 대한 1심 선고서 서울중앙지법 형사33부(재판장 이진관)는 "위헌·위법한 계엄이 계몽적 계엄이라거나 경고성 계엄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 자신의 정치적 입장을 위해서는 헌법을 위반할 수 있고 피해를 줄 수 있다는 걸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유근윤 기자 9nyoo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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