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피탈사 규제 완화 반대"…렌터카협회 배후는 롯데·SK렌터카
2026-02-19 14:32:22 2026-02-19 14:32:22
[뉴스토마토 신수정 기자] 캐피탈사 자동차 리스·렌탈 취급한도 규제 완화에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는 중소 렌터카 협회 배후에 렌터카 과점 업체인 롯데렌탈과 SK렌터카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습니다. 규제 완화 반대 명분은 표면적으로 중소형 렌터카 업체들의 고사 우려인데요. 실질적으로는 대형 렌터카 업체들의 밥그릇 지키기 아니냐는 시각이 커지고 있습니다. 
 
전국렌터카연합회, 캐피탈 장기렌터카 진입 우려
 
1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이 지난해 말 캐피탈사의 리스·렌탈 취급한도 규제를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히면서 렌터카 업계의 반발이 시작됐습니다.
 
가장 먼저 나선 단체는 전국렌터카연합회(KCRA)입니다. 지난해 3월 출범한 전국렌터카연합회는 “렌터카 업계 권익 보호와 제도 개선에 앞장서겠다”며 당해 11월부터 정책현안 간담회 등 공식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KCRA는 지난해 12월 성명과 언론 보도 등을 통해 “캐피탈사에 대한 자동차 렌탈 취급 규제 완화는 중소 렌터카사의 경영을 악화시키고, 가계부채를 늘릴 수 있다”며 금융당국을 향해 규제 완화 논의를 보류해 달라고 요구했습니다. 또한 "중소 렌터카 사업자의 생존 기반을 흔들고 시장을 대형 금융사 중심으로 재편할 우려가 있다"며 자본력을 앞세운 여전사의 시장 진입이 중소업체 퇴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주장을 펴고 금융당국에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현재 캐피탈사는 '부수 업무로 분류되는 렌탈자산 규모가 본업인 리스자산을 초과할 수 없다'는 규제를 적용 받고 있습니다. 여신전문금융법에 따라 물건별 렌탈자산의 분기 평균 미상각잔액은 해당 리스자산의 분기중 평균잔액을 초과하지 못합니다. 캐피탈사가 렌터카 업체 대비 자금조달 경쟁력이 큰데도 불구하고 렌탈 사업 확대에 구조적 제약을 받아온 배경입니다.
 
그사이 렌터카 업체들은 세제 혜택과 규제 차이를 바탕으로 급성장했습니다. 현행 지방세법 시행령은 버스, 택시, 화물차, 건설기계, 렌터카와 같이 자동차를 영업에 직접 사용하는 경우를 영업용으로 정의하고 세제 혜택을 적용합니다. 그러나 단순 차량 구매나 리스에 대해선 세제 혜택을 적용하지 않고 있습니다.
 
현행 규정상 배기량 1600cc 이하 차량을 보유하거나 리스로 이용할 경우 배기량 1cc당 최대 140원에서 200원의 자동차세가 부과되는 반면, 영업용 차량은 배기량 2500cc 이하일 경우 1cc당 최대 19원에서 24원의 자동차세가 부과하며 최대 10배 이상의 세금 차이가 발생합니다.
 
지방교육세도 구매나 리스에는 자동차세의 30%가 추가 과금되는 것에 반해 렌트는 장·단기 모두 영업용 차량으로 간주돼 면세 혜택을 받습니다. 취등록세, 공채매입 할인가격 등을 모두 포함하면 혜택 차이는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캐피탈과 렌터카 업계 간 불공정 규제도 문제로 지목됐습니다. 자동차 리스업을 영위하는 캐피탈 업권은 여신전문금융업으로 분류돼 약관 관리, 정보보호, 채권추심, 민원 처리 등에서 엄격한 금융소비자보호법까지 적용 받지만, 렌탈업권은 국토교통부 규제만 따라 상대적으로 규제가 느슨하다는 지적입니다. 금융당국이 캐피탈 업권의 애로사항에 공감해 렌탈 취급한도 규제 완화 검토에 긍정적인 시각을 보냈던 까닭입니다.
 
렌터카협회 이끄는 서울조합 이사진에 롯데·SK·레드캡
 
중소형 렌터카 업체의 목소리를 대변하겠다며 출범한 전국렌터카연합회(KCRA)가 실상은 대형 렌터카사의 이해관계를 옹호하는 창구 역할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 업계 안팎에서 제기됐습니다. 연합회가 스스로 내세운 ‘중소업계 대변’이라는 명분과 실제 조직 구성 및 운영 실태 사이의 괴리가 적지 않다는 지적입니다.
 
KCRA는 서울, 강원, 대구·경북, 부산, 울산, 제주 등 6개 지역 조합이 모여 설립된 임의단체로, 초대회장은 박성호 서울특별시자동차대여사업조합 이사장이 맡고 있습니다. 업계에서는 KCRA가 명목상 연합체일 뿐, 실질적으로는 서울지역 조합을 중심으로 운영되는 조직이라는 인식이 큽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서울특별시자동차대여사업조합의 임원 구성을 살펴보면, 해당 조합의 주요 이사진에는 최진한 롯데렌탈 대표와 이정환 SK렌터카 대표, 인유성 레드캡투어 대표 등 국내 초대형 렌터카 기업 수장들이 이름을 올리고 있습니다. 여기에 대형 중고차 거래 플랫폼을 운영하는 이승열 엔카 대표까지 포함됐습니다.
 
업계 구조에서도 대형사의 영향력이 얼마나 큰지 단적으로 드러납니다. 한국렌터카사업조합연합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등록 대수 기준 렌터카 업체 순위에서 롯데렌탈(25만5553대)과 SK렌터카(19만5008대)가 나란히 1·2위를 차지했습니다. 또 지난해 10월 기준 전국 렌터카 등록 대수 약 129만대 중에서 KCRA 산하 지역 조합에 속한 업체들의 등록 대수는 115만대 이상으로, 전체의 약 89%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시장 지배력 역시 공고합니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2024년 기준 롯데렌탈과 SK렌터카의 합산 시장점유율은 단기 렌터카 시장(내륙 기준)에서 29.3%, 장기 렌터카 시장에서는 38.3%에 이릅니다. 세부적으로 보면 단기 시장에서는 롯데렌탈 17.1%, SK렌터카 12.2%를 차지했고, 장기 시장에서는 각각 21.8%와 16.5%로 나타났습니다.
 
공정위의 경제분석 결과도 이러한 우려를 뒷받침하고 있습니다. 기업결합이 허용될 경우 SK렌터카는 내륙 단기 렌터카 시장에서 가격을 최소 11.85%에서 최대 12.15%까지 인상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장기 렌터카 시장에서도 현대캐피탈(14.7%), 하나캐피탈(7.5%) 등을 크게 앞서는 압도적 1위 사업자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왔습니다.
 
서울특별시자동차대여사업조합 행보도 주목됩니다. 원래 국토교통부 인가를 받은 유일한 법정단체인 한국렌터카사업조합연합회에 소속돼 있었지만, 서울지역에서 차량 등록 수요가 초대형 렌터카사에 집중되면서 연합회 내부에서도 대기업 입장을 대변할 수밖에 없는 구조에 놓이게 됐는데요. 결국 중소형 렌터카 업체와의 이해 충돌이 누적되며 독자적인 노선을 택하게 됐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입니다.
 
렌터카업계 관계자는 "서울에 주사무소를 둔 회사가 전체의 90%에 달한다"며 "회원비를 가장 많이 내는 서울조합이 업계 현안을 논의할 때 대기업과 중소형 업체의 입장이 엇갈리면, 회비 비중이 큰 대형사 쪽으로 의견이 기울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고 전했습니다. 이로 인해 연합회 내부에서 의견 충돌이 지속돼 왔다고 증언했습니다.
 
문제는 법적 근거가 충분하지 않은 상태에서도 KCRA가 대외적으로는 렌터카 업계 전체를 대표하는 것처럼 행보를 이어가며 시장에 혼선을 주고 있다는 점입니다. 현행 제도상 연합회 설립을 위해서는 전국 15개 시·도 렌터카 조합 가운데 최소 8곳 이상의 동의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KCRA는 6개 조합으로 출범한 이후 지난해 말 세종특별시렌터카조합을 추가로 설립했음에도 아직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한국렌터카사업조합연합회도 KCRA와 선을 그었습니다. 연합회는 지난해 연말 공지를 통해 "연합회와 유사한 명칭을 사용하는 단체가 존재하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며 유사 명칭 단체에 대한 주의를 당부했습니다. 캐피탈업계 관계자는 "결국 전국렌터카연합회는 사실상 한 몸이나 다름없는 서울특별시자동차대여사업조합을 중심으로, 그 이사진에 포진한 대형 렌터카사들의 이해와 의중을 충실히 반영하는 단체로 보인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병건 공정거래위원회 기업거래결합심사국장이 지난달 26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SK렌터카-롯데렌탈 기업결합 심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신수정 기자 newcrystal@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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