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손보 실적 악화 속 '배당 폭주'…총수일가 실탄 마련용
2026-02-25 06:00:00 2026-02-25 06:00:00
[뉴스토마토 신수정 기자] DB손해보험이 지난해 실적이 악화하며 순이익 감소라는 성적표를 받고도 배당금을 두 자릿수 상향하는 역주행 행보를 보이고 있습니다. 주주환원이란 명분을 앞세우고 있지만, 총수 일가의 사법 리스크 대응과 지배구조 유지를 위한 사금고로 활용된 것 아니냐는 의심이 쏟아집니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가 김준기 DB그룹 창업회장을 위장계열사 운영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면서 그동안 그룹 전반의 지배력을 떠받쳐 온 우회 구조가 차단된 점도 이러한 시각에 힘을 싣고 있습니다. 여기에 행동주의 펀드의 압박과 지주사 강제 전환 가능성까지 겹치면서 그룹 차원에서 안정적인 현금 동원력이 절실해진 상황이라는 분석이 뒤따릅니다. (관련기사: DB그룹 '김준기 리스크' 확산…DB손보로 부담 전가)
 
실적과 동떨어진 고배당 정책이 결국 핵심 금융 계열사인 DB손보에 재무적 부담을 전가하고, 총수 일가의 경영권 방어 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고육책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배경입니다.
 
DB손보, 오너 일가 배당 1000억원 목전 
 
2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DB손보의 지난해 연간 당기순이익(잠정)은 전년(1조7723억원) 대비 13.4% 감소한 1조5349억원으로 파악됩니다. 그런데 주당배당금(DPS)는 오히려 전년(6800원)보다 12% 증가한 7600원으로 책정됐습니다. 배당성향도 23.0%에서 29.3%로 크게 끌어올렸습니다.
 
통상 이익이 줄어들면 배당도 줄이는 것이 관행이나 DB손보는 실적이 악화했음에도 배당을 늘리는 탈동조화(디커플링) 흐름을 보이고 있습니다. 겉으로는 정부가 주도하는 밸류업(기업가치 제고)을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일각에선 지주사 전환 압박에 직면한 총수 일가의 자금 실탄 마련을 위해 매년 일정 수준 이상의 현금을 공급하는 특수한 목적이 투영된 것으로 해석하고 있습니다. 
 
DB그룹은 공정거래법상 지주사 전환 요건에 부합해 여러 차례 요구받았으나 최소 2100억원 이상의 현금성자산이 필요하기에 지주사 전환을 미뤄왔습니다. 시장에선 최대 현안인 지주사 전환을 위해 필요한 자금을 DB손보를 통해 확보할 것이란 관측이 이어졌던 것도 사실입니다. 
 
실제 3년여 전 500억원대에 불과했던 총수 일가 배당금은 곧 1000억원대를 바라봅니다. 김준기 창업회장과 김남호 회장, 김주원 부회장 등은 DB손보로부터 2022년부터 최근 3년간 실적이 감소세를 보임에도 불구하고 총 1350억원의 배당을 챙겼습니다. 연간 순이익이 2022년 2조395억원에서 2023년 1조7424억원, 2024년 1조8532억원으로 떨어질 동안 배당금은 2022년 589억원, 2023년 679억원, 2024년 871억원으로 꾸준히 늘었습니다.
 
의결권 있는 보통주 발행주식수 6938만4000주에 총수 일가 지분율 18.47%를 적용한다면, 지난해에 대해 총수 일가가 가져갈 배당은 대략 974억원 수준으로 추산됩니다. 김준기 창업회장이 320억원, 김남호 회장이 485억원, 김주원 부회장이 169억원씩 챙길 것으로 예상됩니다.
 
분리과세 적용시 배당소득세 190억원 절감
 
이번 배당의 묘수로는 '배당소득 분리과세'가 꼽힙니다. 고액 자산가인 김 회장 등 총수 일가는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자로 기존 최고 49.5%(지방세 포함)에 달하는 종합소득세율을 적용받아 왔습니다. 그러나 분리과세가 적용되면 세율이 최대 30%로 낮아져, 지주사 지분 매입 등에 활용할 수 있는 실질 가용 현금이 크게 늘어나게 됩니다.
 
현행법상 배당소득은 15.4%를 원천징수한 뒤, 이자·배당소득 합계가 2000만원을 초과하면 금융소득 종합과세가 적용됩니다. 다만 올해부터는 고배당 상장사 요건을 충족할 경우 배당소득을 종합소득과 분리해 과세할 수 있도록 제도가 바뀌었습니다.
 
배당소득 분리 과세는 고배당상장사 요건을 충족한 기업의 배당소득을 종합소득과 분리해 별도로 과세하는 특례 제도로, 올해 주주환원 촉진을 위해 도입됐습니다. 분리과세 요건은 전년보다 배당을 늘린 상장사를 전제로 △배당성향 40% 이상이거나 △배당성향 25% 이상이면서 배당금 총액이 전년 대비 10% 이상 증가해야 합니다. 분리과세 세율은 △2000만원 이하 14% △2000만원 초과~3억원 이하 20% △3억원 초과~50억원 이하 25% △50억원 초과 30%로 구분됩니다.
 
지난해 기준 총수 일가가 받은 배당금 974억원에 종합과세를 적용할 경우 세금은 약 482억원에 달하지만, 분리과세를 적용하면 292억원 수준으로 줄어듭니다. 세금 부담이 약 190억원, 39.4% 감소하는 셈입니다. 배당금 증가율은 12%에 그치지만, 세제 혜택까지 감안하면 총수 일가가 실제 확보하는 현금은 50% 이상 늘어나는 것으로 추산됩니다.
 
현금은 배당으로, 지배력은 소각으로 
 
DB손보는 현금 배당과 함께 자사주 소각 카드도 꺼내 들었습니다. 지난해 12월, 순이익이 감소한 상황에서도 1750억원 규모의 자사주 소각을 단행했습니다.
 
자사주 소각은 주당순자산가치(BPS)를 높이는 대표적인 주주환원 수단으로 평가받지만, 동시에 대주주의 지배력을 강화하는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논란의 여지도 있습니다. 전체 발행주식 수가 줄어들면 추가 자금 투입 없이도 기존 주주의 지분율이 자연스럽게 상승하기 때문입니다.
 
시장에서는 총수 일가가 배당을 통해 현금을 확보하는 동시에, 자사주 소각으로 그룹 지배력을 보강하는 ‘일석이조’ 구조가 만들어졌다는 해석이 나옵니다. 여기에 DB손보가 2028년까지 총주주환원율을 35%까지 단계적으로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을 밝히면서, 향후 수년간 핵심 금융 계열사를 지배구조 개편을 위한 장기적인 캐시카우로 활용하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됩니다.
 
금융권 관계자는 "밸류업 정책에 대해 보험사마다 판단 기준은 다를 수 있다"면서도 "건전성이 생명인 보험사가 실적이 꺾인 상황에서도 고배당과 대규모 소각을 동시에 추진하는 것은 부담이 크고, 일반적인 의사결정으로 보긴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배당소득 분리 과세 자체가 부자 감세 논란을 안고 출발한 제도인 만큼, 이번 배당 확대를 순수한 주주환원으로만 보기는 쉽지 않다"며 "결과적으로 그룹의 핵심 금융계열사가 지배구조 재편과 경영권 방어를 위한 재원 창구로 활용되는 구조로 비쳐지는 것도 무리는 아닐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DB손해보험 사옥. (사진=DB손해보험)
 
신수정 기자 newcrystal@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0/300

뉴스리듬

    이 시간 주요 뉴스

      함께 볼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