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허예지 기자] 케이블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들이 정부의 유료방송 정책 공백을 '구조적 붕괴 신호'로 규정하고 3개월 내 '케이블TV 지속가능 정책 연구반'의 구성을 촉구했습니다. 정부가 대응하지 않을 경우, 방송통신발전기금 납부를 한시적으로 전면 유예하고 지역채널 의무 운영을 재검토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내비친 건데요. SO들의 경영 구조가 일제히 한계에 봉착한 가운데, 미디어 환경 변화에 맞춘 제도 개혁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케이블TV협회는 10일 케이블TV 정책 기자간담회를 개최하고, 정부에 SO에 대한 비대칭적 규제 해소와 지역매체 생존 대책 마련을 촉구했습니다. 세부적으로 ▲규제 패러다임 전환 ▲유료방송 지속성 확보 ▲합리적 콘텐츠 대가 산정 기준 마련 ▲가입자 보호와 연동한 케이블TV 출구전략 등이 요구 사항으로 제시됐는데요.
황희만 케이블TV협회장은 "가입자 급감, 광고·홈쇼핑 수수료 수익 감소, 콘텐츠 비용 증가 등으로 경영 환경이 매우 심각한 상황"이라며 "지금 SO 산업의 위기는 정책 공백이 초래한 구조적 위기"라고 강조했습니다.
한 협회 관계자는 이날 "통합미디어법 제정 논의가 진행되는 현시점이 유료방송 구조 재설계의 마지막 기회"라며 "제도 전반의 패러다임을 기존 '최소 허용 규제(포지티브 규제)'에서 '우선 허용 후 규제(네거티브 규제)'로 전환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방송법 구조 자체가 포지티브 규제"라며 "온라인동영상스트리밍서비스(OTT) 등 비규제 사업자와 경쟁하기 위해서는 창의적으로 사업을 운영할 수 있도록 (규제를) 풀어야 한다"고 부연했습니다.
'정부·업계 공동 정책연구반'을 구성하고 3개월 내에 구체적인 정책 방향과 제도 개선 로드맵을 제시하라는 요구도 내놨습니다. 정부가 요청에 응하지 않을 경우, 업계는 방발기금 납부를 한시적으로 전면 유예하고 지역채널의무를 재검토하겠다는 방침입니다. 현재 SO에 적용되는 방발기금 징수율은 매출액의 1.5% 수준으로, 2017년 고시 개정 이후 8년간 정체된 실정입니다. 협회에 따르면, 2024년 기준 SO 사업자 전체 방발기금 납부액은 239억원으로, 전체 영업이익인 148억원보다 90억원가량 많았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기존 체계로는 운영이 불가해 특단의 방안을 마련하자는 취지"라고 이번 결정을 설명했습니다. 협회에 따르면 2024년 기준 SO 전체 방송사업 매출은 2014년에 비해 약 32.5% 감소했습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4500억원에서 148억원까지 약 97% 감소했는데요. 방송매체이용행태조사 결과, 총가구 중 케이블방송 가입 가구 비율도 2023년 37.3%에서 2024년 34.1%, 지난해 32.8%까지 꾸준히 감소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정부가 지역 소멸 대응을 핵심 과제로 채택했지만, 지역 미디어의 공동화는 방치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옵니다. 지역채널을 의무 운영하는 케이블TV의 공공성을 인정해 이를 규제·진흥에 반영해야 한다는 주장인데요. 방송법(제70조 4항)과 그 시행령(제55조)에 따라 SO는 지역생활정보와 지방자치단체의 시책 홍보, 공직선거를 위한 후보자 연설·토론회 등 프로그램을 의무적으로 편성해야 합니다. 이에 업계는 그동안 연간 5000여건 이상의 재난방송과 약 14만건의 지역뉴스, 160편의 지역소멸 대응 기획 보도, 789개의 지역 프로그램을 제작해 왔다고 밝혔습니다.
이날 케이블TV협회 관계자는 "케이블TV는 여전히 전국 약 1200만가구가 이용하는 공공 플랫폼"이라며 "이 산업이 무너지면 지역 정보, 재난 대응, 지역 민주주의 기반까지 함께 약화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정부가 정책적 방향을 제시하지 않는다면 업계는 생존을 위한 자구책에 나설 수밖에 없다"며 "지금 필요한 것은 방관이 아니라 책임 있는 정책 결단”이라고 덧붙였습니다.
황희만 케이블TV협회장이 케이블TV 정책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한국케이블TV방송협회)
허예지 기자 ra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충범 테크지식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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