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종용 선임기자] 금융감독원이 금융소비자 보호 실태 평가를 강화하겠다고 밝히면서 기존에 해당 평가에서 미흡 판정을 받은 은행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습니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도 소비자 보호를 위해 금감원의 감독·검사 기능을 적극 활용하겠다고 강조했는데요. 금융사고가 빈번히 발생하거나 소비자 보호 평가에서 부진한 성적표를 받은 은행들은 감독당국의 검사 선정 기준에 들어갈 경우 첫 번째 타깃이 될 수 있습니다.
평가 미달 은행들 '가시방석'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이 금융사 소비자 보호 실적을 더욱 엄격히 들여다볼 것으로 보이는데, 금융사 입장에서는 관련 지표 관리가 '발등의 불'이 됐습니다. 대표적인 소비자 보호 지표로는 금융소비자 보호 실태 평가가 있습니다. 금감원은 매년 은행·보험·증권·카드사·캐피탈·저축은행 등 금융사를 대상으로 평가해 양호·보통·미흡·취약 4개 등급으로 나눠 발표합니다. 지난해 평가에서는 은행 부문에서 신한은행과 토스뱅크가 종합 등급 '미흡'을 받았습니다.
신한은행은 평가 대상 기간 불완전판매나 금융사고 등으로 기관 제재를 받거나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이력이 반영돼 종합등급이 하향 조정됐습니다. 앞서 금감원은 지난달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불완전판매와 관련해 은행 5곳에 합산 과징금 약 1조4000억원을 의결한 바 있습니다. 신한은행의 홍콩 ELS 판매액은 2조3701억원으로 주요 은행 중 두번째로 많았습니다.
토스뱅크의 경우 민원 급증에 따라 소비자 보호 실태 평가를 조기 실시한 곳인데요. 금감원은 토스뱅크에 대해 "체크카드 해외 매출 취소 지연 처리와 관련 불만 민원이 크게 증가했고 소비자 보호 인력 운영, 사전협의제도 운영의 실효성, 임직원 성과평가 설계 등이 미흡했다"고 지적했습니다.
금감원 소비자 보호 실태 평가는 계량평가 부문과 비계량평가 부문으로 나뉩니다. 계량 부문에서는 민원 처리 노력 및 소송 사항, 일반·전자금융 사고, 휴먼자산 환급 등 2개 항목을 종합적으로 반영합니다. 비계량 부문에서는 내부통제 체계 전담 조직 및 인력, 상품 개발·판매·사후관리, 성과보상 체계, 소비자 피해 방지 관련 사항 등을 반영합니다.
금감원은 평가 결과가 미흡한 금융사에 대해 개선 계획 제출을 의무화하고 있으며, 사후관리 강화 방침까지 예고했습니다. 특히 책무구조도가 시행된 이후인 만큼 소비자 보호 실태 평가를 연계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습니다.
책무구조도는 대표이사 및 임원의 내부통제상 업무와 역할을 명시하고 금융사고 발생 시 해당 업무와의 연관성을 고려해 책임을 묻도록 하는 것입니다. 지난해부터 금융지주 및 은행이 책무구조도 운영을 시작한 상태입니다. 금감원 관계자는 "책무구조도 제도에 따라 대표이사나 소비자 보호 담당 임원이 각종 점검, 조치 등 의무적으로 수행해야 할 부분을 같이 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다른 은행들도 부담이 커지긴 마찬가지입니다. 소비자 보호 실태 평가 비계량 부문 평가를 보면 우수나 양호를 받은 곳은 전무합니다. 은행권에서는 광주은행과 케이뱅크, 토스뱅크가 '미흡' 평가를 받았습니다. 내부통제 체계 및 성과평가·교육 평가 항목에서 소비자 보호 내부통제 인력 규모가 부족하고, 내부통제위원회의 실질적 운영 및 소비자 보호 관점에서의 핵심성과지표(KPI) 설계 등이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금융권에서는 금감원이 '먼지털이식 검사' 의혹을 떨치기 위해 소비자 보호 평가 결과 등 객관적 지표를 검사 대상 선정 기준으로 꼽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금감원 관계자는 "특정 회사를 염두에 두고 확정적인 지표를 활용하는 것은 아니며 객관성과 공정성을 확보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모습. (사진=뉴시스)
금감원 "감독·검사 기능 적극 활용"
금감원은 올해부터 중대한 금융사고가 발생할 경우 소비자 보호 실태 평가를 조기 실시하고, 신속하게 등급에 반영될 수 있도록 제도를 손질하고 있습니다. 이찬진 원장도 취임 이후 "금융권의 소비자 보호 실태에 대한 모니터링 기능을 강화하고 감독·검사 기능을 활용해 소비자 피해를 사전 예방하겠다"고 지속적으로 밝혀왔습니다.
실제 금감원 2026년 감독·검사 업무계획을 보면 금융소비자 보호 실태 평가를 강화하기로 했습니다. 실태 평가 주기를 기존 3년에서 2년으로 단축하고, 평가 기준도 다양화하기로 했습니다. 민원·분쟁 처리 현장까지 점검, 소비자 보호 거버넌스 평가도 강화해 KPI 운영 현황을 중점적으로 들여다본다는 방침입니다.
소비자 보호 관련 기획·테마 검사 방안도 발표했는데요. 금감원은 본점 내부통제 운영 실태와 함께 고위험 영업점과 본점을 연계한 검사, 개인정보 유출 등 금융 보안 사고 방지를 위한 보안 체계 구축 현황 등을 집중 점검할 계획이다.
미스터리쇼핑(불완전판매 암행검사) 운영 방식도 바꾸기로 했습니다. 미스터리쇼핑은 시장 상황이 급변하거나 쏠림 현상이 있을 때마다 선택적으로 접근하는 기법인데 그간 조사 표본이 적을 뿐만 아니라 평가 기준에 일관성이 없다는 지적을 받아왔습니다.
금융권 관계자는 "미스터리쇼핑이나 소비자 보호 실태 평가가 과거처럼 형식적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금감원 검사와 제재로 직결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며 "최근 수년간 소비자 보호 지표나 민원 건수, 사후 처리 노력, 내부통제 조직 운영 등을 기준으로 삼을 수 있다고 보고 미흡한 점을 부완하려고 한다"고 했습니다.
서울 한 시중은행의 영업점에서 시민들이 금융거래 업무를 보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이종용 선임기자 yo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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