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표진수 기자] 현대차그룹이 하이브리드차 등 고수익 차량 판매를 늘린 전략이 결실을 맺으며 지난해 처음으로 영업이익 기준 글로벌 완성차업체 2위에 올랐습니다. 판매량에서는 3위에 머물렀지만, 수익성 면에서 독일 폭스바겐그룹을 뛰어넘는 성과를 거뒀습니다.
서울 양재동 현대차그룹 본사. (사진=현대차그룹)
11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현대차·기아·제네시스)은 지난해 전 세계 시장에서 727만대를 판매해 토요타그룹(1132만대), 폭스바겐그룹(898만대)에 이어 판매량 3위를 기록했습니다. 계속해서 이어온 순위에서 변동은 없었습니다. 다만 수익성을 나타내는 영업이익에서는 상황이 바뀌었습니다.
현대차그룹의 지난해 매출은 300조3954억원, 영업이익은 20조5460억원으로 집계됐습니다. 판매량에서 앞선 폭스바겐그룹의 영업이익 89억유로(약 15조3000억원)를 5조원 이상 웃도는 수치입니다. 글로벌 1위 토요타그룹의 영업이익은 4조3128억엔(약 40조2000억원)으로, 현대차그룹은 처음으로 그 뒤를 이어 영업이익 2위 자리에 올랐습니다.
업계에서는 이번 실적을 두고 현대차그룹이 더 이상 가성비로만 승부하는 업체가 아님을 다시 한번 증명한 것이라고 평가하고 있습니니다. 과거 현대차그룹은 저렴한 가격을 앞세워 글로벌 시장을 공략했지만, 이제는 프리미엄 전략과 고수익 차종 중심의 포트폴리오로 체질을 바꾸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많이 파는 것보다 잘 파는 전략이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졌다는 분석입니다.
이번 성과의 배경에는 크게 두 가지가 꼽힙니다. 하나는 철저한 물량 조절입니다. 무리하게 판매량을 끌어올리기보다 시장 수급에 맞게 생산과 공급을 조율하면서 차량 한 대당 수익성을 높이는 데 집중했습니다. 실제로 현대차그룹은 미국의 관세정책 변화를 미리 예측해 재고를 선제적으로 확보한 뒤, 관세 부과 이후 높아진 시장 가격에 맞춰 전략적으로 판매하는 방식으로 수익성을 극대화했습니다.
다른 하나는 하이브리드차 등 고부가가치 차량 판매 확대입니다. 특히 자동차 최대 시장인 미국 시장에서의 전략이 빛을 발했습니다. 현대차·기아는 미국 소비자들 사이에서 수요가 높은 하이브리드 차량과 스포츠유틸리티차(SUV) 판매 비중을 꾸준히 높여왔습니다. 이 두 차종은 일반 세단보다 마진이 높아 대당 수익성을 끌어올리는 데 직접적으로 기여했습니다. 여기에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의 미국 내 판매 호조까지 더해지며 수익성 개선 효과를 봤습니다.
하이브리드 차량의 성장세는 수치로도 뚜렷하게 나타납니다. 현대차·기아의 지난해 글로벌 하이브리드차 판매량은 사상 처음으로 연간 100만대를 돌파했습니다.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 현상 국면에서도 하이브리드 수요가 늘어나면서 기록적인 성장세를 이어갔습니다. 전기차와 내연기관차 사이의 가교 역할을 하는 하이브리드 시장에서 현대차그룹이 확실한 입지를 굳히고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반면 폭스바겐그룹은 유럽 내 전기차 수요 부진과 독일 공장 구조조정 등 악재가 잇따르며 수익성이 크게 악화됐습니다. 폭스바겐은 지난해 수익성 회복을 위해 대규모 비용 절감과 인력 감축 카드를 꺼내 들었지만, 영업이익 방어에는 역부족이었습니다. 현대차그룹의 영업이익 2위 등극에는 자체 경쟁력 강화와 함께 경쟁사의 부진이라는 배경도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업계에서는 이번 성과가 일회성에 그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합니다. 하이브리드 라인업 확대와 제네시스 브랜드의 글로벌 성장, 수익성 중심의 경영 기조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영업이익 2위 자리를 더욱 공고히 할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입니다.
다만 미국의 관세정책 변화와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 등 외부 변수는 여전히 리스크 요인으로 꼽힙니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미국과 이란 전쟁 여파 등 지정학적 불확실성에 더해 전기차 가격 경쟁에 있어 현대차가 어떤 전략을 펼칠지 두고 봐야 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표진수 기자 realwater@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