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전연주 기자] 내년 가상자산 과세 시행을 앞두고 현행 과세체계의 적정성과 정책 실효성을 점검하는 논의가 7일 국회에서 열렸습니다. 가상자산 과세 자체는 필요하지만, 현재처럼 기타소득으로 분류해 과세하는 방식은 이론적·헌법적·집행적 측면에서 결함이 있다는 지적입니다.
7일 국회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가상자산 과세, 긴급 점검 토론회'가 열렸다. (사진=뉴스토마토)
이날 국회에서는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과 한국조세정책학회가 주최하고 디지털자산거래소 공동협의체(DAXA)가 후원하는 '가상자산 과세, 긴급 점검 토론회'가 열렸습니다. 토론회에서는 내년 1월 과세 시행을 앞두고 과세 인프라, 해외거래소 포착 한계,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이후 형평성 문제가 핵심 쟁점으로 다뤄졌습니다.
박 의원은 인사말에서 "국세청의 과세 준비가 제대로 되어 있지는 않다"며 "금투세는 폐지했는데 가상자산은 왜 과세하느냐는 형평성 문제와 해외거래소 이용분 포착 문제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초기 혼란이 생기면 정부 신뢰도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는 만큼 신중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날 발제를 맡은 오문성 한국조세정책학회 회장은 가상자산 과세의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현행 과세 방식으로 내년부터 과세를 시행하는 것은 이르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가상자산에 과세를 하는 것까지는 좋지만, 현재 과세해야 할 때인지 검토해 봐야 한다"며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과세를 시작하면 많은 혼란을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현행 소득세법상 가상자산 양도·대여 소득은 기타소득으로 분리과세됩니다. 연간 손익을 합산한 뒤 기본공제 250만원을 제외한 금액에 20% 세율이 적용되고, 지방소득세를 포함하면 실효세율은 22% 수준입니다. 가상자산 과세는 2020년 소득세법 개정으로 도입됐지만 과세 인프라 미비 등을 이유로 세 차례 유예됐고, 현재는 2027년 1월 시행을 앞두고 있습니다.
현행 과세체계의 가장 큰 문제로는 조세 형평성 논란이 꼽혔습니다. 금투세가 폐지되면서 일반 주식 투자자는 납세의무가 없지만, 가상자산 투자자는 예정대로라면 22% 과세 대상이 됩니다. 오 회장은 "주식과 가상자산 투자 모두 자본이득을 추구하는 경제적 행위"라며 "가상자산에만 과세하는 것은 조세 중립성과 형평성 측면에서 문제가 된다"고 주장했습니다.
소득구분의 적정성도 쟁점으로 제기됐습니다. 오 회장은 "가상자산에 과세가 이뤄진다면 결국 양도소득 형태로 갈 것"이라며 "지금 형태의 기타소득 과세는 비합리적이고 실제로도 문제가 많다"고 말했습니다. 현행 기타소득 체계에서는 같은 과세기간 안에서 가상자산 간 손익통산은 가능하지만, 손실을 다음 연도로 넘겨 공제하는 이월결손금 공제는 인정되지 않습니다. 변동성이 큰 가상자산 특성을 고려해 최소 5년 이상의 이월결손금 공제를 신설해야 한다는 제안도 제기됐습니다.
과세 인프라 부족도 현행 방식의 한계로 지목됐습니다. 국내 중앙화거래소 거래는 상대적으로 포착이 가능하지만 해외거래소, 디파이, 개인 간 거래, 개인지갑 이전 등은 거래자료 확보와 취득가액 산정이 어렵습니다. 이 경우 국내 거래소 이용자만 실질적으로 과세되고 해외거래소·디파이 이용자는 과세망에서 빠지는 역차별 구조가 나타날 수 있습니다.
토론자들도 과세 기준과 인프라 미비 문제를 짚었습니다. 심태섭 서울시립대 교수는 "가상자산이 증권이냐 상품이냐에 따라 과세 방식이 굉장히 달라진다"며 "우리 과세당국이 기타소득으로 구분한 것이 맞는지 확신하기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스테이킹, 에어드롭 등 다양한 소득 창출 방식 중 어떤 것을 과세할 것인지도 정해야 한다"며 새로운 형식의 출연에 대한 우려도 표했습니다.
홍기용 인천대 명예교수도 "소득이 있으면 세금은 당연히 내야 한다"면서도 "그 나라의 시장 상황과 과세 인프라를 반영해서 만들어야지 무턱대고 과세할 수는 없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과세 인프라가 안 됐을 때는 못하는 것"이라며 인프라의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다만 예정대로 과세를 시행하면서 보완해야 한다는 반론도 제기됐습니다. 김현동 배재대 교수는 "법에는 법적 안정성과 예측 가능성이 있다"며 "시행하기로 했다면 시행해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시장과 납세의무자에게 혼선을 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는 원칙과 포괄적 소득 과세 측면에서 가상자산 과세는 예정대로 시행해야 한다"며 "과세 실효성과 공평과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입법적·과세 행정상 노력은 필요하지만, 시행 후 보완해 나가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전연주 기자 kiteju1011@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충범 테크지식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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