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되는 단위조합 농협 비리…'유명무실' 조합감사위
2026-04-22 13:26:05 2026-04-23 08:22:26
 
[뉴스토마토 배희 기자] 단위조합 농업협동조합에서 조합장들의 비위 행위가 반복되고 있지만 이를 감시해야 할 농협중앙회 조합감사위원회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습니다. 내부 출신 위주로 구성된 폐쇄적 구조와 중앙회의 영향력 아래 놓인 현행 체계가 비위 근절의 한계로 지목됩니다. 
 
보복성 갑질에 과태료 떠넘기기
 
22일 금융권과 노동계에 따르면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협동조합업종본부는 3월 한 달간 단위조합에서 발생한 비위 현황에 대해 3건의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노조 관계자는 "최근 성명을 발표한 단위 농협뿐만 아니라 조합원 규모가 작은 지역 조합에서는 조합장이 왕처럼 군림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며 단위조합의 폐쇄적인 지배구조를 꼬집었습니다. 이 노조는 전국 189개 농·축협 및 신 노동자로 구성된 조직입니다.
 
사무금융노조는 지난달 강원 철원군에 위치한 K 농협 조합장을 철저히 감사하고 처벌하라는 성명을 냈습니다. 해당 성명에 따르면 K 농협에서는 상습적인 무임금 노동과 채용 비리, 직장 내 괴롭힘 등으로 노동자가 이를 고용노동부에 신고했습니다. 하지만 근로감독관의 현장 조사 이후 조합장은 신고 당해 불쾌하다며 상여금과 복리후생비 지급 중단을 선언하는 등 보복에 나섰다고 노조는 지적했습니다.
 
같은 날 품목농협인 한국양계농협 조합장을 처벌하라는 성명도 냈습니다. 한국양계농협에서는 조합장 등이 2023년부터 2025년까지 법인카드로 명품, 전자제품, 주방기기 등 총 1억16만원가량을 사용했다고 언론에 보도된 바 있습니다. 노조는 성명에서 조합의 공동 재산을 편취한 것으로 횡령이자 기망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한국양계농협은 정부합동 특별감사 대상이 되기도 했습니다.
 
전북 순정축협에서는 고용노동부의 특별근로감독 결과 노동관계법 18건의 위반 사항이 확인되며 지역농축협의 부실한 실태를 드러냈습니다. 순정축협은 앞서 2023년 4회에 걸쳐 신발로 직원을 때리고 위협하고 사직을 강요하는 등의 행위가 발생해 당시 '신발 폭행 조합장'으로 사회적 관심을 받았습니다.
 
이 사건으로 고용노동부가 특별근로감독을 시행한 결과 폭행, 부당노동행위, 직장 내 괴롭힘·성희롱 등 18건의 노동관계법 위반 사항이 적발됐습니다. 이 중 7건은 형사입건됐고 8건을 과태료 처분이 내려졌습니다. 그런데 일부 임원이 과태료를 직원들이 변상해야 한다며 중앙회에 감사를 요구해 조합감사위가 관련인 25명에게 징계·변상을 의결했다는 게 노조의 설명입니다.
 
노조는 "농협중앙회가 감사 권한을 남용해 순정축협 사용자가 책임져야 할 행정벌 처분을 노동자에게 전가하고 있다"며 농협중앙회를 규탄하고 조합감사위원장의 사퇴를 촉구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조합감사위 독립성 결여 
 
반복되는 조합장들의 비위 행위에 단위조합을 감사하는 조합감사위의 독립성 문제가 도마에 올랐습니다. 노조는 앞선 여러 성명에서 "조합장들은 뭔 짓을 해도 절대 징계받지 않는다", "조합감사위가 무슨 역할을 하고 있는지 알 수가 없다"고 비판하며 조합장으로부터 독립된 감사 기구 구성을 요구했습니다.
 
현재 농협의 감사 체계는 농협중앙회를 감사하는 감사위와 1110개 단위조합을 감사하는 조합감사위로 나뉘어져 있습니다. 강원 K 농협이나 순정축협처럼 단위조합에서 문제가 발생할 경우 각 지역감사국에서 조사한 후 중앙회의 조합감사위에서 징계 수위를 결정하고, 각 조합에 징계 권고를 내리는 식으로 감사가 진행됩니다.
 
하지만 조합을 감사하는 조합감사위의 독립성이 결여됐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조합과 내부 비위를 감사해야 하는 조직이 중앙회 눈치를 보며 감사 역할을 수행하지 못한다는 비판입니다.
 
농업협동조합법에 따르면 조합감사위 위원장은 인사추천위원회에서 추천된 사람을 이사회 의결을 거쳐 선출하게 돼 있습니다. 선출된 조합감사위원장은 위원회 구성원을 제청할 수 있습니다.
 
현행법상 인사추천위는 회원조합장 3명과 농업인단체 및 학계 등이 추천하는 외부 전문가 4인으로 구성되는데요. 농림축산식품부의 정부합동 특별감사 진행 과정에서 농협중앙회 인사총무팀에서 일부 농업인 단체 및 학계만을 대상으로 후보자를 추천받아 제한적이고 폐쇄적으로 운영되고 있음이 지적됐습니다. 
 
또 특별감사 결과 조합감사위 역시 위원 5명 중 3명이 전 중앙회 임직원 및 조합장으로 구성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감사위원들이 내부 임직원 출신으로 구성돼 감사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는 평가입니다. 
 
농식품부는 특별감사를 마친 후 농협감사위 신설을 골자로 하는 농협 지배구조 개혁을 추진한다고 발표했습니다. 농협개혁 추진단은 범농협 차원의 통합 감사 기구를 별도의 특수법인으로 설치하는 방향으로 합의를 마쳤습니다. 중앙회 내부에 있던 중앙회·조합·지주회사 등에 대한 감사 기능을 하나로 통합해 감사하되 별도의 특수 법인을 설치해 독립성을 강화하겠다는 구상입니다. 이는 지금까지 농협의 감사 기구가 중앙회 내부에 있어 제대로 된 감사가 이뤄지지 못한 구조를 바꾸겠다는 것입니다.
 
사무금융노조 관계자는 "우리 노조의 기본 입장은 농협중앙회와 지역 농축협에 대한 감사 기구 일원화 및 감사 기구 독립화"라며 "현행 조합감사위는 농협중앙회 조합장들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로 돼 있다"고 꼬집었습니다.
 
다만 조합장들과 농민, NH농협지부 노조 등에서 농협 개혁안이 정부의 과도한 개입이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습니다. 개혁안의 지향성에는 동의하지만 협동조합의 자율성을 과도하게 제한한다는 지적입니다. 이에 전날 '농협법 개정 대응 비상대책위원회'는 서울 여의도환승센터 앞에서 결의대회를 개최하고 농협법 개정안 반대 입장을 담은 결의문을 채택했습니다. 비대위 요구 사항을 국회 및 농식품부에 전달할 예정입니다. 
 
순정축협과 관련해 조합감사위를 규탄하는 노조의 모습. (사진=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협동조합업종본부)
 
배희 기자 SheisH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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