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재영 기자] DB증권이 비상장주식 특정금전신탁을 판매하며 물적 담보 없이 대주주 개인의 주식매수청구권에만 의존한 상품을 설계해 투자자들에게 전액 손실을 입힌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라임·옵티머스 등 금융상품의 불완전판매가 시장의 뇌관이 된 가운데, 증권사의 부실한 내부통제와 리스크 관리 관행이 부각되고 있습니다.
2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DB증권은 지난 2020년 4월 비상장 반도체 웨이퍼 제조기업 제이쓰리의 대주주가 보유한 구주에 투자하는 특정금전신탁 상품을 판매했습니다. 원금 회수 장치로는 대주주가 일정 조건에서 주식을 다시 사 주는 풋옵션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하지만 이는 대주주 개인과의 약속일 뿐, 주식을 발행한 법인(제이쓰리)의 담보나 별도의 물적 담보가 없는 상태였습니다. 결국 2023년 5월 제이쓰리가 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가고 대주주마저 자력 부족으로 매수 대금을 지급하지 못하게 되자, 신탁 투자자들은 원금을 한 푼도 건지지 못하는 전액 손실을 봤습니다.
투자자들은 해당 상품 판매 과정에서 DB증권의 리스크 관리 및 고객 보호 시스템이 총체적으로 작동하지 않았다고 주장합니다. 우선 투자자 성향을 분석하는 적합성 평가 시스템에서 맹점이 노출됐습니다. 한 투자자의 경우 해당 신탁에 투입한 자금이 전체 금융자산의 40%를 초과하는 높은 비중이었음에도, 증권사 자체 고객성향 점수표(Scoring) 시스템은 이를 거르지 못했습니다. 위험 감수 능력을 초과한 고위험 상품이 무리하게 권유될 수 있는 내부통제 부재가 확인된 셈입니다.
자본시장법상 금융투자업자는 일반투자자에게 투자권유를 하기 전에 면담·질문 등을 통해 일반 투자자의 투자 목적, 재산 상황 및 투자 경험 등의 정보를 파악해야 하고, 일반투자자에게 투자 권유를 하는 경우에는 일반투자자의 투자 목적, 재산 상황 및 투자 경험 등에 비추어 그 일반투자자에게 적합하지 아니하다고 인정되는 투자권유를 해서는 안 됩니다.
상품의 기초 자산이었던 제이쓰리에 대한 재무 건전성 실사(DD) 역량도 분쟁 지점입니다. 계약 체결 이후 2021년 5월 제출된 제이쓰리의 2020년도 감사보고서에는 과거 2019년 재무제표에 대한 '전기오류수정' 내역이 담겼습니다. 유형자산 감가상각 및 전환사채 전환권대가 인식과 관련한 오류가 뒤늦게 수정된 것입니다.
2021년 감사보고서는 외부감사인으로부터 아예 '감사 의견 거절' 통보를 받았습니다. 감사인은 자료 미제공과 계속기업 가정의 불확실성을 근거로 들었습니다. 제이쓰리는 결국 대전지방법원에서 회생절차를 진행해 2023년 7월11일 법정관리에 들어갔습니다.
신탁계약이 체결된 시점은 2020년 4월22일, 직전 3월30일 정기주주총회에서 최종 승인된 제이쓰리의 2019년 감사보고서에선 이미 전기오류수정으로 이어진 유형자산에 대한 감가상각비 항목에서 특이점이 노출됐습니다. 전체 유형자산 230억원 중 절반에 가까운 118억원을 시운전 장비로 분류해 감가상각을 피했습니다. 일반적으로 시운전이 끝나고 제품 생산에 투입되면 즉시 감가상각을 시작해야 하지만 이를 시운전 중이라는 이유로 상각하지 않아 비용은 줄고 당기순이익은 부풀려지는 효과를 냈습니다. 이후 2020년 감사보고서에서 이 부분이 오류로 지적돼 재작성됐습니다.
이뿐 아니라 2019년 9월부터 12월 사이에만 약 9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가 집중적으로 발행됐는데, 전환권 가치를 인식하는 데도 추후 부채 과소 계상한 데 따른 오류 수정이 있었습니다. 비상장사의 일반기업회계기준서는 전환사채의 전환권대가를 자본으로 분류하지만, 상장에 필요한 국제회계기준서는 파생금융상품 부채로 분류해 전환권이 당기손익을 줄이는 평가손실로 번질 수 있습니다. 적어도 전환권 가치 변동성에 따른 리스크가 있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증권사가 실효성 있는 담보 장치를 마련했어야 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당시 상품에 가입했던 개인투자자 5명은 DB증권을 상대로 설명의무 위반과 적합성 원칙 위반 등을 들어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그중 투자자 1명에 대해서만 적합성 원칙 위반이 인정돼 손해액의 40%를 배상하는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이 이뤄졌고, 쌍방은 지난달 항소해 2심에서 다투게 됐습니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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