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DL이앤씨 안전감시단 '성과지표' 갈등…직원 "부당 강요" 대 사측 "공통 목표"
부상 1건이면 곧바로 저성과자?…가혹한 잣대에 '형평성 논란'
'현장 눈 떼지 마라'더니 안전감시 매뉴얼 보고서 작성 요구해
DL이앤씨 "사고 제로는 안전관리실 공통 목표…퇴출유도 아냐"
2026-05-04 06:00:00 2026-05-04 06:00:00
[뉴스토마토 강예슬 기자] DL이앤씨가 안전감시단 직원들에게 사실상 달성이 어려운, 과도하게 높은 성과지표(KPI)를 강요한다는 주장이 제기됐습니다. '부상재해 발생 0건' 등을 목표로 내걸고, 단 한 건의 사고라도 생기면 성과를 달성하지 못했다고 보는 겁니다. 현장에 1~2명 배치된 안전감시단이 모든 재해를 예방하는 건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탓에, 사 측이 안전감시단 중 일부를 저성과자로 찍어 퇴사를 유도하려는 것 아니냐는 말까지 나옵니다. 반면 사 측은 "'부상재해 제로(zero)'는 안전관리실의 공통 목표"라며 "일부러 페널티를 준다거나, 퇴출을 염두에 두고 무리한 목표를 강요하는 게 아니다"라고 했습니다. 
 
앞서 DL이앤씨는 지난해 9·10월 두 차례에 걸쳐 본사 직원 120여명을 '세이프티 페트롤'(Safety Patrol)이라고 불리는 안전감시단으로 보냈습니다. 당시 DL이앤씨는 '중대재해 예방을 위한 안전 인력 확충'이라고 했지만, 사내에선 '부적응 인력 자연 도태 유도'라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습니다. 본지는 2025년 11월19일자 <(단독)재해 예방 '안전감시단'이라더니…DL 인사팀 문건엔 "outflow를 목표로 관리"> 보도를 통해 이런 논란을 다룬 바 있습니다. 
 
지난해 8월20일 서울 종로구 DL건설 서울사무소가 입주한 빌딩. (사진=연합뉴스)
 
DL이앤씨 내 안전감시단 논란은 현재진행형입니다. 3일 <뉴스토마토> 취재에 따르면, DL이앤씨는 지난 3월11일 안전감시단 직원들에게 '2026년 KPI 가이드'를 배부했습니다. 직원들의 성과목표 관리를 위한 지침과 그에 따른 안내 사항 등을 담은 문건입니다. 
 
문제는 사 측이 안전감시단에게 사실상 달성이 어려운 목표를 제시했다는 겁니다. 대표적인 게 부상재해 제로입니다. 말 그대로 현장에선 단 한 명의 부상자도 나오지 않도록 하라는 겁니다. 하지만 현장에선 당장 반발이 튀어나왔습니다. 건설업 특성상 부상재해 일체를 모두 막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겁니다. DL이앤씨 직원 A씨는 "손끝이 살짝 다치거나, 뼈가 부러지거나 하는 작은 부상재해는 연간 10~30건 정도"라며 "작업장에 따라 적게는 150~200명, 많게 500~600명이 일한다. 현장에 있는 안전감시단 1~2명이 이걸 어떻게 다 감시할 수 있겠느냐"라고 했습니다.
 
더욱 가혹한 문제는 평가 척도입니다. 사 측은 부상재해 제로 항목의 경우 최소 목표 달성치와 최대 목표 달성치 모두 '0'건으로 설정했습니다. 즉, 안전감시단이 일하는 현장에서 부상재해가 단 한 건이라도 발생하면 그 직원은 성과를 아예 달성하지 못한 걸로 간주하는 겁니다. 
 
이는 전문 안전직인 안전관리자와 비교해도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입니다. 2026년 KPI 가이드에 따르면, 안전관리자에게도 '중대 및 부상재해 제로(zero) 달성'이 과제로 제시됐습니다. 그런데 최소 목표 달성치는 '부상재해 2건 이상'(B0), 최대 목표 달성치는 '중대·부상재해 미발생'(A)으로 차등을 뒀습니다. 사고가 1건 발생하면 B+, 중대재해가 생기면 C가 부여됩니다. 
 
논란이 커지자 DL이앤씨 측은 "안전감시단에게도 '사고가 1건 벌어지면 B0를 부여한다'고 고지했다"고 해명했습니다. 그러나 이는 안전관리자에 비해 권한과 전문성이 낮은 안전감시단에게 더 엄격한 평가 잣대를 적용하는 셈입니다. 안전관리자는 '사고 발생 1건에 B+'지만, 안전감시단은 '사고 발생 1건에 B0'이기 때문입니다. 그마저도 다수 안전감시단 직원들은 회사로부터 'B0 부여 공지'에 관해 들은 바 없다고 증언합니다. 
 
지난달 7일 작업이 한창 진행 중인 서울 시내 공사 현장. (사진=뉴시스)
 
안전감시단에겐 현장에 상주하면서 안전감시 업무를 수행토록 해놓고 △안전감시 관련 신규 매뉴얼 △고위험 지점(SPOT) 관리 표준서 작성 △위험 사항에 대한 근본 원인, 해결 방안 제시 등 각종 매뉴얼 작업을 과도하게 요구하는 것도 문제로 지적됩니다. 안전감시단에게 부상재해 제로 목표를 부여해 현장에서 눈도 떼지 못하게 강요하면서도 보고서 작성을 위해선 사무실에서 일을 해야 하는 모순된 상황이 벌어지는 꼴입니다.
 
이에 대해 DL이앤씨 측은 "중대재해 제로나 부상재해 제로는 안전관리실의 공통 목표이기 때문에 현장 소장부터 시작해서 안전감시단까지 배분되어 있다"며 "KPI 자체는 인사평가의 기준과 척도인 것이지, 이것을 달성하지 못했을 때 페널티가 있는 건 아니다. 안전감시단으로 발령 난 직원을 내보내기 위한 사전 작업도 아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현장에 안전감시단으로 보낸 직원들이 결국엔 언젠가 안전관리자 역할을 해야 한다"며 "안전관리자가 되려면 자격이 필요하니까 그런 교육을 시키면서 시험에 칠 수 있게 응시료도 지원해 주고 있다. 그래서 실제 안전직으로 직무 전환된 사례도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강예슬 기자 yea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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