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새 먹거리 절반 증발…중견건설사 '생존 게임' 가속
수주액 호황기 대비 18조원 감소
정비시장 10대사가 97% 싹쓸이
해외·틈새 노려도…"역부족" 한숨
2026-05-07 15:44:37 2026-05-07 15:44:37
(그래픽=뉴스토마토)
 
[뉴스토마토 이수정 기자] 수주 절벽에 폐업 급증까지 겹치면서 업계 허리를 떠받치던 중견사들의 생존 기반이 빠르게 무너지는 모습입니다. 
 
7일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중견·중소업체 수주액은 2023년 30조7000억원에서 지난해 15조7000억원으로 2년 새 절반 가까이 쪼그라들었습니다. 호황기였던 2021년(34조2000억원)과 비교하면 4년 새 18조원 넘는 일감이 사라졌습니다.
 
핵심 원인은 정비사업 시장의 대형사 독식 구조입니다. 지난해 정비사업 전체 시장 규모는 50조원대로 성장했지만, 시공능력평가 상위 10대 건설사가 48조6655억원을 가져가며 역대 최대 수주액을 경신했습니다. 
 
파이는 커졌지만 10위 이하 중견·중소사에 돌아간 몫은 전체의 2~3%에 불과한 역설적 구조로 바뀐 겁니다. 특히 현대건설과 삼성물산 단 두 곳이 전체 정비사업 수주액의 40%를 독식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업계는 대형 사업장 입찰 보증금 자체 많게는 1000억원대까지 오르며, 중견사는 입찰 자체가 어려운 구조라고 지적했습니다.
 
수주 한파는 생사로 직결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한 해 동안 폐업을 신고한 종합건설사는 612곳으로, 2005년 통계 작성 이래 사상 최대치입니다. 하루 평균 1.6개 건설사가 문을 닫은 셈입니다. 건설경기가 좋았던 2021년(280건) 대비 두 배를 넘고,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464건)도 훌쩍 뛰어넘었습니다.
 
이에 중견사들도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 나섰습니다. 반도건설은 미국 주택개발을 일회성 사업이 아닌 반복형 수익 모델로 키우고 있습니다. LA 한인타운에 252가구 규모 '더 보라 3170'을 준공한 데 이어 262가구 후속 단지 '더 보라 3020'을 내년 1월 준공 목표로 공사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우미건설은 시니어하우징을 미래 핵심 사업으로 낙점했습니다. LH 구리갈매역세권 실버스테이 시범사업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며 단순 시공을 넘어 개발·운영형 사업자로 영역을 넓혔고, 신영과 손잡고 광주 챔피언스시티 개발 시행도 진행 중입니다.
 
국내 틈새를 파고드는 곳도 있습니다. 호반건설은 서울사업소를 거점으로 소규모 가로주택정비사업과 모아타운 수주에 집중하는 한편, AI 동시번역 플랫폼·외벽도장 로봇 등 스마트 건설 기술 도입을 병행하고 있습니다. 쌍용건설은 서울에서만 6건, 약 6000억원 규모의 소규모 정비사업을 수주하는 동시에 글로벌세아그룹 편입 이후 해외 수주 확대와 에너지사업팀 신설로 투트랙 전략을 펼쳐 3년 연속 실적 개선을 이뤄냈습니다.
 
그러나 이 같은 전환을 실행할 자금력과 조직 역량을 갖춘 곳은 상위 중견사 일부에 불과할 뿐이라는 지적도 나옵니다. 중견건설사 관계자는 "수주해도 원가에 치여 남는 게 없는 상황이 수년째 이어지고 있고, 과거 수주를 했던 곳은 비용이 오르면서 결국 삽 조차 못뜨는 사례도 부지기수"라며 "그나마 먹거리로 떠오르는 게 시니어 사업인데 이마저 각종 규제로 출구 전략이 녹록치 않아 뛰어들기 쉽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이수정 기자 lsj5986@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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