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배덕훈·안정훈 기자] 삼성전자 노사가 ‘총파업’을 사흘 앞두고 진행된 최종 협상에서 팽팽한 줄다리기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정부의 중재로 이틀간 진행된 사후조정에서 노사가 일부 사안에 대해 양보를 해 접점을 찾아가는 듯했으나, 성과급 제도화와 배분 비중 등 핵심 쟁점에서 여전히 입장 차를 보이면서 진통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번 사후조정은 정해진 기한이 없기에 막판 극적 타결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지만, 노사 간 입장 간극으로 협상이 최종 결렬될 가능성도 커 오는 21일로 예고된 총파업이 현실화 우려가 큽니다. 이에 삼성전자 노조가 총파업에 돌입할 경우 반도체 산업 전반을 넘어 한국 경제에까지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은 까닭에 정부의 ‘긴급조정권’ 발동 카드 여부에도 이목이 쏠립니다.
삼성전자 사측 대표교섭위원인 여명구 DS(디바이스솔루션·반도체 사업 담당) 피플팀장(왼쪽), 박수근 중앙노동위원장(가운데), 최승호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 지부 위원장이 총파업 예고 시점을 이틀 앞둔 19일 정부세종청사 중앙노동위원회에서 열린 2차 사후조정 2일차 오후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9일 오후 5시30분 현재, 삼성전자 노사는 박수근 중앙노동위원장의 중재로 2차 사후조정을 진행 중입니다. 전날에 걸쳐 이틀간 진행되고 있는 이번 마라톤 사후조정에서 노사는 치열한 수싸움을 벌인 것으로 전해집니다. 특히 노사는 일부 사안에 대해 접점을 좁히며 협상 타결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핵심 쟁점에 대한 입장 차가 여전해 진통이 이어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박수근 중노위 위원장은 이날 점심 휴게시간 후 회의장에 들어서면서 “(합의가) 될 가능성도 일부 있다”면서도 “한두 가지 쟁점이 정리가 안 되고, 안 좁혀지고 있어 (노사가) 양보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했습니다. 노사 양측은 핵심 쟁점인 연봉 50%의 성과급 상한 폐지에는 어느 정도 공감대를 형성했으나, 이를 제도화하는 것과 성과급 재원의 배분 비중 등을 두고 막판까지 치열한 줄다리기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노사 모두 사후조정 시한을 못 박지는 않았지만, 논의가 장기화되면서 총파업 우려도 커지는 모습입니다. 막판 극적 타결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지만, 이날부터 오는 21일로 예고된 총파업 돌입까지 불과 이틀밖에 남지 않은 만큼 이번 조정마저 결렬되면 더 이상의 정부 중재는 물리적으로 어렵기 때문입니다. 노조로서도 파업 강행이라는 ‘배수의 진’을 친 상태로 물러설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성과급 배분 비중·제도화 이견
현재 사후조정에서 노사 간 핵심 쟁점은 성과급 배분 비중과 제도화 여부입니다. 노조는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 재원으로 활용하는 한편, 연봉의 50%로 제한된 초과이익성과급(OPI) 상한 폐지와 관련한 내용의 제도화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반면, 사 측은 영업이익의 10% 또는 경제적 부가가치(EVA·영업이익에서 투자비용과 세금 등을 제외한 수치)의 20% 가운데 하나를 적용하는 방안을 제안했습니다. 현재 반도체 슈퍼사이클(초호황기)에 따른 실적이 양호하더라도 경기와 경영 환경 변화에 따라 상황이 달라질 수 있기에,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성과급으로 고정하는 것은 어렵다는 입장입니다. 대신, 디바이스솔루션(DS·반도체) 부문의 연간 영업이익이 200조원을 초과할 경우 추가 성과급을 지급하는 방안을 제시했습니다. 증권가에 따르면 올해 삼성전자의 연간 영업이익은 30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추산됩니다.
노사는 세부 배분 방식에서도 이견을 보이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노조는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 재원으로 편성한 뒤 부문 단위 70%, 사업부 단위 30% 비율로 배분하자는 주장입니다. 이를 적용하면 DS 부문 전체에 70%를 공통으로 나누고, 나머지 30%를 메모리, 시스템LSI,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등 사업부 실적에 따라 차등 지급하는 형태가 됩니다.
19일 삼성전자 노사의 총파업 전 마지막 협상이 될 수 있는 2차 사후조정이 열리고 있는 정부세종청사 중앙노동위원회 조정회의실 복도. (사진=연합뉴스)
하지만 사 측은 성과주의 원칙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이를 반대하고 있습니다. 노조 안을 적용할 경우 사업부 간 성과급 격차를 줄일 수 있지만, 성과에 따른 보상 원칙과 맞지 않다는 지적입니다. 실제로 메모리 사업부는 반도체 호황 흐름 속에서 실적 개선을 이끌고 있지만, 시스템LSI와 파운드리 등 비메모리 사업부는 오랜 기간 적자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에 사 측은 전체 60%, 사업부별 40%로 나누는 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또한 이런 지급 체계를 ‘3년 지속 후 재논의 한다’는 것도 협상안에 명시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총파업 후유증 상당할 것"
이처럼 노사 양측의 입장 차가 좁혀지지 않고 있는 까닭에 총파업에 대한 우려는 커지고 있습니다. 업계에서는 노조가 예고한 일정(5월21일~6월7일)대로 파업에 들어갈 경우 회복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첨단 반도체 장비 특성상 가동 중단과 재가동 과정에서 시간과 비용이 크게 소요되기 때문입니다. 익명을 요청한 반도체 분야 전문가는 “삼성전자는 2나노, 3나노 수준의 정교하고 민감한 장비들을 다룬다”며 “이 장비들은 한 번 다운시키고 다시 가동할 때 그 안의 레시피(장비 사용에 필요한 전력·온도·압력 등을 종합해 저장해두는 것”들에 변형이 생겨 그걸 원상복구하는 데만 해도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삼성전자의 파업 영향이 산업 차원을 넘어 국가 경제로 확산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달 반도체 수출은 319억달러로 전체 수출액(858억9000만달러)의 약 37%를 차지했습니다. 이에 전체 수출을 주도하는 반도체 산업의 생산에 차질이 생기면 수출 둔화와 무역수지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뒤따릅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부의 ‘긴급조정권’ 발동 여부에도 이목이 쏠립니다. 김민석 국무총리는 최근 대국민담화에서 “국민경제 보호를 위해 긴급조정을 포함한 가능한 모든 대응 수단을 강구하지 않을 수 없다”고 긴급조정권 발동을 시사한 바 있습니다. 다만, 긴급조정권 발동에 있어 노동계의 반발은 변수입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은 “경제적 파급력이 크다는 이유만으로 긴급조정권을 적용하는 것은 노동자의 파업권을 제한하는 선례로 이어질 위험이 크다”고 지적했습니다. 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역시 “노동자의 헌법상 권리를 경제 논리로 위축시키는 시도”라고 비판했습니다.
서울 삼성전자 서초 사옥. (사진=연합뉴스)
전문가들 사이에선 이번 삼성전자 노사 갈등 사례를 계기로 성과급 제도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옵니다. 임채운 서강대 경영학과 명예교수는 “성과급을 어떻게 주는 게 적절한지부터 고민해야 한다”며 “영업이익에서 일정 부분을 떼 현금성으로, 일률적으로 지급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성과급 협상에서 사실 노사 모두 이해관계자”라며 “해외처럼 사외이사 중심의 성과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한국형 선순환 구조를 확립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배덕훈·안정훈 기자 paladin70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