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혜지 기자] 국내 온라인 쇼핑 시장이 올해 290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유통업계의 인공지능(AI) 혁신이 수도권에 집중되면서 지역 간 소비자 체감 격차가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정부는 유통산업의 AI 전환을 적극 추진하고 있지만 지역별 디지털 격차를 줄이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은 아직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AI 소비 격차 뚜렷…수도권 쏠림 현상 심화
23일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AI 제품·서비스 구매 경험률은 수도권이 76.7%로 전국 권역 가운데 가장 높았습니다. AI를 일상생활이나 업무에 활용한다고 답한 비율도 수도권은 34.5%로 전국 평균인 32.3%를 웃돌았습니다.
권역별 인공지능(AI) 인지·활용·구매 수준.
반면 제주권은 일상생활이나 업무에 AI를 활용한다고 답한 비율이 21.1%에 그치며 전국 최하위를 기록했습니다. AI 제품·서비스 구매 경험률 역시 63.2%로 가장 낮았습니다. AI 기술 확산에 대한 우려도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습니다. 개인정보를 과도하게 수집할 수 있다는 항목에 동의한 비율은 제주가 86.8%로 전국 평균(80.9%)보다 5.9%포인트 높았습니다.
이 같은 격차는 유통 현장에서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최근 주요 유통 기업들은 AI를 활용한 고객 맞춤형 서비스 경쟁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 서비스 적용 지역을 살펴보면 수도권 중심이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신세계그룹은 최근 오픈AI와 협업을 추진하며 AI 기반 서비스 고도화에 나섰습니다. 롯데마트는 고객 구매 패턴을 분석해 맞춤형 쇼핑 정보를 제공하는 'AI 스마트 카트'를 운영하고 있으며 현대백화점은 AI 쇼핑 어시스턴트 '헤이디(HEYDI)'를 도입했습니다.
다만 이들 서비스는 대부분 수도권 핵심 점포와 온라인 플랫폼을 중심으로 우선 적용되고 있습니다. 투자 효율성과 고객 수요가 높은 지역부터 서비스를 확대하는 전략이지만 지역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혁신 수준에는 차이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입니다.
커지는 온라인 시장…AI 격차가 소비 격차로
문제는 온라인 쇼핑 시장의 영향력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온라인 쇼핑 시장 규모는 올해 약 290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됩니다. 전체 소매유통 시장에서 온라인이 차지하는 비중도 55%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됩니다.
서울 시내 대형마트. (사진=뉴시스)
AI 기술은 편의 기능을 넘어 상품 추천과 검색, 결제, 물류, 고객 응대까지 소비 전 과정을 바꾸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AI 활용 수준이 향후 소비자 후생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옵니다.
정부 역시 유통산업의 AI 전환을 적극 지원하고 있습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유통 기업 AI 활용률을 현재 3% 미만에서 오는 2027년 30%까지 확대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습니다. 수요 예측과 물류 자동화, 고객 서비스 혁신 등을 중심으로 AI 활용을 늘린다는 계획입니다.
그러나 관련 로드맵에는 지역 간 활용 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별도 대책은 담기지 않았습니다. 전문가들은 AI 기술과 데이터, 소비자 수용성이 수도권에 집중된 상황에서 시장 논리에만 맡길 경우 혁신의 혜택 역시 특정 지역에 집중될 수 있다고 우려합니다.
이종우 남서울대 유통마케팅학과 교수는 "과거 PC 보급도 수도권에서 먼저 시작돼 지방으로 확산되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며 "AI 기술 역시 초기에는 수도권 중심으로 도입될 수밖에 없지만, 장기적으로는 지역 간 격차를 줄이기 위한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혜지 기자 zizi@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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