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3기 진실화해위원회에 참여하는 마음
2026-07-01 06:00:00 2026-07-01 06:00:00
한국전쟁 시기의 민간인 학살 사건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사진 한 장이 있다. 가로로 길게 구덩이가 파였고, 구덩이 안에는 이미 시신들이 뒹굴고 있다. 구덩이 바깥에는 사람들이 길게 배를 땅에 대고 엎드려 있다. 한 남자가 뒤로 묶여 있는 상태에서 고개를 돌려서 카메라를 응시한다. 그 뒤에 총을 든 사람들이 있었다. 그들은 그곳에서 총 맞아 죽었고, 구덩이로 던져졌다. 
 
지난 6월 27일, 임명장을 받은 3기 진실화해위원회(이하 진화위) 위원들이 처음 모인 곳이 대전 동구 산내 골령골에서 열린 76주기 합동위령제 자리였다. 이곳 골령골은 한국전쟁 발발 직후부터 대전교도소의 수감자와 인근 지역의 보도연맹원 등을 끌고 와서 8차에 걸쳐서 집단 학살당한 곳이다. 최소 4000명에서 최대 7000명에 이르는 사람들이 이곳에서 학살당했고, 그 무덤의 길이가 1km에 달해서 ‘세상에서 가장 긴 무덤’이라는 별칭을 얻고 있다. 유해 발굴 때 보니 뼈가 층층이 쌓여 있었고, 두개골에는 총탄이 관통한 구멍도 보았다. 
 
위령제 이후에는 유가족들과 인근 카페에서 간담회도 가졌다. 2세들은 80대 이상의 노인들이었고, 3세들도 여러 명이었다. 미국 뉴욕에서 온 이도 있었다. 간담회 도중에 한 유가족이 울분을 터뜨렸다. 2기 진화위에서 선친의 사건에 대한 결정문에 “악질 부역자 처형” 내용이 들어갈 수 있냐며 항의했다. 억울함을 풀어달라는 유가족에게 국가기록물로 남을 중요한 기록에 이와 같은 낙인을 남겨둘 수는 없다고 항의했다. 그는 몸을 부들부들 떨며 말했다. 
 
2기 진화위는 위원장과 위원들이 정치적, 이념적 성향을 그대로 드러내면서 유가족들에게 도리어 아픔을 준 경우들이 종종 있었다. 그래서 사건 조사를 종료하고도 종결 심사하지 않고 조사 중지를 한 사건들이 2000 건이 넘었다. 뉴라이트 성향의 위원장, 위원들은 한평생 억울함과 낙인을 받아서 고통당해온 유가족들에게 다시 고통을 주는 짓을 한 것이었다. 이런 상처 위에서 3기 진화위가 시작된 것이다. 지난 6월 5일 3기 출범 100일 동안 4716건이 신규로 신청되었다. 아마도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국가폭력, 국가범죄 사건들은 더 많을 것이다. 특히 이번에는 사회복지시설 수용 중에 일어난 인권침해와 해외입양 과정에서 벌어진 국가범죄 사건들도 다루게 되므로 더 많아질 것이다. 그만큼 풀어야 할 문제가 많다는 말일 것이다. 
 
윤석열 정권 아래 2기 진화위는 위원장과 위원들이 정치적, 이념적 성향을 그대로 드러내면서 유가족들에게 아픔을 준 경우들이 있었다. 지난 2023년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피학살자 전국유족회 등 시민단체 회원들이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 앞에서 김광동 위원장을 규탄하는 손피켓을 들고 서 있다.(사진=뉴시스)
 
‘진실과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기본법’은 진실을 규명하여 “반민주적 또는 반인권적 행위의 희생자 및 피해자와 그 유족들의 명예를 회복하는 등”을 통해 “국민통합과 민주발전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제정되었고, 진화위는 독립적으로 이 목적을 위해 활동하는 기구다. 2000년에는 의문사진상규명특별조사위원회, 2005년에는 1기 진화위, 2020년에는 2기 진화위가 설치되어 활동했다. 그런 결과 수많은 한국전쟁 시기 민간인 학살 사건, 간첩조작사건 등이 진실 규명되었다. 이런 과정에서 ‘빨갱이’니 ‘부역자’, ‘범죄자’니 하는 오명이 씻겨져 명예회복이 이루어지고 있다.
 
3기 진화위은 3년 동안 활동을 하고, 1년씩 2회 연장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최종적으로 진화위는 2030년에 모든 활동을 종료하게 되며, 아마도 진화위는 마지막일 가능성이 크다. 3기 진화위는 접수된 사건들에 대한 진상규명과 함께 재발방지대책을 국가에 권고하게 된다. 피해자들이 신뢰하고, 국민들이 존중하는 가운데 권위 있는 권고가 나와야 한다. 그럴 때 그 권고가 이후에 착실히 이행되고, 민주국가 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다.
 
피해자들에게 또 다른 고통을 주지 않고 활동을 마칠 수 있을까? 3기 진화위에 비상임위원으로 참여하는 마음이 무겁기만 하다.
 
박래군 4.16재단 운영위원장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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