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처방전'이 만드는 맛…농심 연구소를 가다.
제품 탄생까지의 역사부터 과정까지 총망라
사료실에는 1만 건 이상 자료 보유…구체적 데이터까지 보존
2026-07-07 18:21:23 2026-07-07 20:50:42
[뉴스토마토 차철우 기자] "농심 연구소는 '레시피'라는 말을 쓰지 않습니다. 농심은 '처방전'이라고 부르죠" 60년간 라면 한길을 걸어온 농심. 창업주 고 신춘호 회장은 식량난을 해결할 미래 산업으로 라면의 가능성에 주목했고, 1965년 서울 대방동에서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농심관과 연구소에는 그 역사는 물론, 제품이 탄생하기까지의 모든 과정이 담겨 있습니다.
 
농심 박물관에 전시된 라면 등 농심 제품(사진= 차철우 기자)
 
독자 생존 구축…축적 자료 적극 활용
 
농심은 7일 오후 서울 동작구 본사에서 '오픈 키친' 행사를 개최했습니다. 이날 행사에서는 농심 신입 직원 등 내부 직원만 둘러볼 수 있는 박물관과 제품 개발 노트, 제조 기록이 보관된 사료실, 식품 전문 도서관, 연구원만 출입 가능한 키친 등을 둘러봤습니다.
 
농심의 시작은 1965년 서울 대방동 공장이었습니다. 당시 창업주 신 회장은 식량난 해결과 식품 산업의 미래를 내다보며 독자적인 연구개발 조직을 꾸렸습니다. "스스로 서야 멀리 갈 수 있다"는 철학 아래 외국 기술에 의존하지 않는 독자 생존을 추구했습니다.
 
농심 식품 도서관에 보관돼 있는 포은집(사진=차철우 기자)
 
초창기 농심은 롯데라면으로 출발했습니다. 이후 1978년 농심으로 사명을 변경했습니다. 신 회장은 '순박하고 정직하며 인심이 넘치는 마음'이라는 뜻을 담았습니다. 초기 농심의 라면 제품은 기대만큼 성과를 내지 못했습니다. 전환점은 1971년 출시된 새우깡이었습니다. 이를 기반으로 연구개발 투자는 더욱 확대됐습니다. 국내 기업으로 출발한 농심은 2030년 해외 매출 비중 60%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연구소에서 가장 먼저 눈길을 끈 곳은 사료실이었습니다. 지난 2015년 문을 연 이곳에는 1979년부터 축적한 제품 개발 자료와 연구 노트, 시험 기록, 처방전(레시피) 등 1만여 건의 자료가 보관돼 있습니다. 외부 검색이 불가능한 보안 공간입니다. 단종 제품을 다시 출시하거나 기존 제품을 개선할 때 이 자료들이 활용됩니다.
 
과거 출시한 새우깡 모습. 용량은 50g 가격은 50원(사진=차철우 기자)

단순 즉석식품 아닌 반복 실험 결과물
 
농심은 레시피라는 표현보다 '처방전'이라는 용어를 사용합니다. 라면에 들어가는 스프 역시 '스프 처방'이라는 용어로 관리합니다. 맛을 감에 의존하기보다는 구체적인 데이터와 기록으로 관리하는 연구 문화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국내 최초의 식품 전문 도서관도 연구소 안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지난 2009년 개관한 도서관에는 면과 음료, 식품 관련 전문 저널은 물론, 농심이 자체 도서 등 약 4만 권의 장서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이 중 1671년에 정몽주에 의해 쓰인 '포은집' 같은 고서도 소장하고 있으며 일반인에게도 개방돼 있습니다. 
 
농심이 지난 3월 출시한 배홍동 막국수(사진=차철우 기자)
 
연구소 내 키친은 신제품을 개발하는 공간으로 연구직이 아니면 출입할 수 없습니다. 이날 열린 오픈 키친 행사에서는 지난 3월 출시된 '배홍동 막국수'의 개발 과정도 소개됐습니다. 연구진은 막국수 전문점을 10곳 이상 찾아다니며 식감과 맛을 비교했고, 국산 메밀 사용을 위해 제주산 원료도 검토했습니다. 메밀 100% 면이 가진 호불호를 줄이면서도 막국수 특유의 식감을 구현하기 위해 노력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배홍동 막국수'는 메밀 토핑을 추가한 것이 특징입니다. 
 
이번 행사를 통해 한 봉지의 라면이 개발돼 소비자에게 전달되기까지의 전 과정을 살펴볼 수 있었습니다. 라면은 단순한 즉석식품이 아니라 수십 년간 축적된 연구 기록과 제조 기술, 그리고 수없이 반복된 실험의 결과물이라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차철우 기자 chamato@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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