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공시 속도전…2028년부터 10조 코스피 상장사 의무화
거래소 대신 사업보고서 공시…법정공시 체계로 전환
초기 3년 면책 적용·2030년 제3자 인증 도입
2026-07-08 15:59:28 2026-07-08 16:43:27
[뉴스토마토 김주하 기자] 정부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공시 제도를 당초 계획보다 앞당기고 적용 대상도 대폭 확대합니다. 거래소 공시를 거쳐 법정공시로 전환하려던 기존 방안을 수정해 2028년부터 연결자산총액 10조원 이상 코스피 상장사를 대상으로 사업보고서를 통한 법정공시를 시행하기로 했습니다. 글로벌 투자자의 정보 수요를 반영해 공시 범위를 넓히는 대신 초기 3년간 면책과 기업 지원을 병행하며 제도 안착에 나섭니다.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8일 국회의원회관에서 당정협의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지속가능성 공시 제도화 방안'을 발표했습니다. 이번 최종안은 지난 2월 발표한 의견수렴안을 수정한 것으로, 공시 대상을 확대하고 거래소 공시 대신 자본시장법상 사업보고서를 통한 법정공시를 즉시 도입하는 방향으로 바뀌었습니다. 금융위는 ESG 공시 여건이 성숙되기를 기다리기보다 적극적으로 제도를 안착시키는 방향으로 전략을 전환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금융위는 글로벌 기관투자자와 시민사회 등의 의견수렴 과정에서 공시 대상 확대와 법정공시 필요성이 제기됐고, 중동 전쟁 이후 에너지 리스크가 부각되면서 기업의 기후 관련 정보가 투자 판단에 더욱 중요해진 점도 이번 방안에 반영됐다고 밝혔습니다.
 
공시 대상은 2028년 연결자산총액 10조원 이상 코스피 상장사를 시작으로 2029년에는 5조원 이상으로 확대됩니다. 정부는 2028~2029년 운영 결과를 평가해 2030년에는 연결자산총액 2조원 이상 상장사까지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습니다. 연결공시를 원칙으로 하되 공시 첫해에는 자산과 매출이 모두 연결 기준 10% 미만인 종속회사는 공시 대상에서 제외합니다.
 
김미정 금융위원회 공정시장과장은 "기관투자자들은 분산투자를 위해 충분한 기업 정보가 필요하지만 30조원 이상으로 하면 공시 대상이 57개사에 불과해 정보가 부족하다는 의견이 많았다"며 "10조원으로 확대하면 코스피200 대부분을 포괄할 수 있어 가장 현실적인 단계적 확대 방안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습니다.
 
정부는 이달 중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마련해 연내 국회 통과를 추진할 계획입니다. 제도 안착을 위해 시행 초기 3년간은 공시정보 전반에 대해 자본시장법상 손해배상과 행정제재, 형사처벌을 한시적으로 면책합니다. 다만 고의적인 그린워싱은 면책 대상에서 제외해 책임을 엄격히 묻기로 했습니다. 이후에는 미래 예측 정보와 온실가스 배출 추정 정보, 협력업체 등 제3자로부터 수집한 정보에 대해 합리적인 근거를 바탕으로 성실하게 공시한 경우 세이프하버(Safe Harbor)를 적용할 방침입니다.
 
공시 신뢰성을 높이기 위한 제3자 인증은 공시 시행 2년 뒤인 2030년부터 의무화됩니다. 금융위는 인증시장 성숙도와 실무 축적에 시간이 필요한 점을 고려한 조치라고 설명했습니다. 공급망 전반의 탄소배출량을 의미하는 스코프3(Scope3) 공시는 공시 대상별로 3년 유예돼 연결자산총액 10조원 이상 기업은 2031년부터 적용됩니다.
 
정부는 회계기준원의 공시 파일럿 테스트를 비롯해 한국형 기후리스크 통합플랫폼 구축, 주요 수출 15개 업종별 스코프3 가이드라인 마련, 산업공급망 ESG 플랫폼 개발 등을 통해 기업들의 공시 준비를 지원할 계획입니다. 법정공시 대상이 아닌 기업은 거래소를 통해 자율공시를 할 수 있으며, 공시우수법인 선정 가점과 상장수수료 감면 등 인센티브도 제공됩니다. 국민연금도 기업과의 대화와 기금 운용 과정에서 ESG 공시 정보를 적극 활용할 방침입니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공시 로드맵 발표로 가야 할 방향과 목표가 명확해진 만큼 자본시장법 개정 등 후속 조치를 속도감 있게 추진하겠다"며 "관계부처와 함께 기업들이 신뢰성 있는 공시를 할 수 있도록 전방위적인 지원 방안도 마련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시장에서는 이번 로드맵이 투자자 보호와 기업 부담을 균형 있게 고려했다는 평가가 나왔습니다. 류영재 서스틴베스트 대표는 "공시 대상을 확대하고 법정공시를 도입한 것은 이전 초안보다 진전된 내용"이라며 "제3자 인증과 스코프3 공시 유예는 다소 아쉽지만 전체적으로는 합리적인 방안"이라고 평가했습니다.
 
한정애(오른쪽 두번째)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 위원장과 이억원 금융위원회 위원장이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의원회관에서 열린 지속가능성 공시 제도화 방안 관련 당정협의회에 앞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주하 기자 juhah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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