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펀드의 민낯)①차입의 끝, 홈플러스…차환 얽혀 법정관리까지
2000억 DIP 확보로 기사회생…채권자 동의가 인가의 관건
LBO·세일앤리스백·리파이낸싱…10년 누적된 차입 구조의 결말
2026-07-22 17:13:54 2026-07-22 17:23:44
사모펀드(PEF)의 기업 인수를 둘러싼 자본시장 논쟁이 가열되고 있습니다. 2015년 대규모 차입매수(LBO)로 홈플러스를 인수한 MBK파트너스는 10년 만에 '법정관리'라는 현실을 마주했습니다. 최근 회생절차가 한 차례 폐지됐다가 긴급 자금 수혈로 간신히 재개되는 등 사태는 살얼음판을 걷고 있습니다. 차입금 상환을 위한 점포 매각(세일앤리스백) 전략과 이커머스 급성장 등 산업 변화가 맞물려 본업 경쟁력이 추락했고, 그 피해는 금융권과 노동계, 소비자 사회 문제 등 시스템 리스크로 번졌습니다. <뉴스토마토>는 '사모펀드의 민낯' 기획을 통해 차입 중심의 인수 구조와 자산매각 위주의 경영이 기업에 미친 파장을 분석하고, 회생절차 속에서 벼랑 끝에 선 산업 생태계를 조명해 대주주 책임 원칙과 자본시장 제도 개선 방향을 모색합니다.(편집자 주)
 
[뉴스토마토 김주하 기자] 홈플러스가 메리츠금융그룹의 2000억원 규모 긴급 운영자금(DIP)을 확보하면서 회생절차를 이어가게 됐습니다. 하지만 회생 여부는 자금 지원보다 담보권자인 메리츠금융그룹과 금융기관, 협력업체 등 채권자들의 권리를 어떻게 조정하느냐에 달렸습니다. 2015년 MBK파트너스의 차입매수(LBO)로 시작된 금융 구조는 지난해 메리츠금융그룹의 1조2000억원대 리파이낸싱을 거쳐 결국 법정관리로 이어졌고 이제 회생계획안이 마지막 관문에 올랐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22일 금융투자업계와 서울회생법원 등에 따르면 법원은 지난 21일 홈플러스 회생절차 폐지 결정을 취소하고 회생계획안 제출 기한을 오는 9월4일까지 연장했습니다. 메리츠금융그룹이 2000억원 규모의 DIP를 지원하면서 회생절차를 유지할 최소한의 운영 기반이 마련됐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DIP(Debtor In Possession Financing)는 회생절차를 밟는 기업이 영업을 지속하기 위해 조달하는 긴급 운영자금입니다. 회생절차에서 발생하는 공익채권으로 인정돼 기존 회생채권보다 우선 변제를 받는 만큼 협력업체 대금과 임차료, 인건비 등 필수 운영자금 확보에 활용됩니다. 다만 DIP 확보가 곧 회생 성공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회생기업이 영업을 정상화하고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회복하는 동시에 채권자들의 동의를 얻어 회생계획안을 인가받아야 비로소 회생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회생 다시 시작됐지만…남은 건 '채권 조정'
 
이번 회생절차의 핵심은 유동성 확보보다 채권자 간 권리 조정입니다. 회생계획안은 채권을 회생담보권과 회생채권, 공익채권 등으로 구분해 각각 다른 변제 방식을 적용했습니다. 담보가 설정된 회생담보권은 우선 변제를 받고 일반 회생채권은 채권 성격에 따라 변제 시기와 비율이 달라집니다. 카드채권과 상거래채권, 금융기관 채권도 별도로 분류됩니다.
 
이번 회생절차의 최대 채권자는 메리츠금융그룹입니다. 메리츠금융그룹은 지난해 홈플러스 인수금융을 차환하는 약 1조2000억원 규모의 리파이낸싱을 제공하며 주요 자산에 선순위 담보권을 확보했습니다. 이번 DIP 역시 메리츠가 공급하면서 회생절차의 핵심 이해관계자로 떠올랐습니다.
 
반면 협력업체와 카드사, 일반 금융기관 등은 회생계획안에 따라 장기간 분할 변제를 받게 됩니다. 담보권자와 일반 채권자의 권리가 서로 다른 만큼 회생계획안을 둘러싼 이해관계 조정이 회생의 최대 변수로 꼽힙니다.
 
회생계획안은 준비연도 약 2099억원의 영업손실 이후 첫 번째 회계연도에는 약 867억원, 두 번째 회계연도에는 약 1267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하는 것을 목표로 제시했습니다. 영업활동을 통해 약 2조2000억원의 현금을 확보하고, 자산 매각과 차환 등을 통해 추가 재원을 마련한다는 계획입니다.
 
업계에서는 회생계획의 실현 가능성이 채권자 동의를 이끌어낼 핵심 변수라고 보고 있습니다. 채권자들이 청산보다 회생을 통한 변제 가능성이 더 높다고 판단해야 회생계획안도 원활하게 통과될 수 있다는 관측입니다.
 
MBK 차입매수에서 메리츠 차환까지
 
홈플러스의 회생은 단순한 유동성 위기라기보다 10년 넘게 이어진 금융구조의 결과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2015년 MBK파트너스는 약 7조원 규모의 거래로 홈플러스를 인수했습니다. 당시 인수대금 상당 부분을 차입으로 조달하는 LBO 방식을 선택했고, 이후 홈플러스에는 막대한 금융비용 부담이 발생하기 시작했습니다. 회생계획안 역시 MBK파트너스의 인수 이후 현재의 지배구조가 형성됐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후 홈플러스는 점포를 매각한 뒤 다시 임차하는 '세일 앤 리스백(Sale & Leaseback)'을 반복하며 현금을 확보했습니다. 단기적으로는 차입금을 상환하고 유동성을 확보하는 효과가 있었지만 장기적으로는 임차료 부담이 커졌고, 점포 자산은 줄어든 반면 고정비 부담은 늘어나면서 재무구조도 점차 취약해졌습니다.
 
차입금 만기가 돌아올 때마다 리파이낸싱을 통해 만기를 연장하는 방식도 이어졌습니다. 지난해에는 메리츠금융그룹이 약 1조2000억원 규모의 차환 자금을 공급하며 기존 인수금융을 정리했지만 주요 자산 대부분이 담보로 제공되면서 회생절차에서는 선순위 담보권 구조 자체가 가장 큰 변수로 떠오르게 됐습니다.
 
회생계획안 성공 열쇠는 '영업 정상화'
 
회생계획안은 채권 조정과 함께 영업 정상화를 회생의 핵심 전제로 제시했습니다. 단순히 채무를 줄이는 것만으로는 회생이 어렵고 영업을 통해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확보해야 채권 변제도 가능하다는 판단입니다.
 
회생계획안에 따르면 준비연도에는 약 2099억원의 영업손실이 예상되지만 이후 첫 번째 회계연도에는 약 867억원, 두 번째 회계연도에는 약 1267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하는 것을 목표로 했습니다. 영업활동을 통해 약 2조2073억원의 현금을 확보하고 자가 보유 부동산과 비핵심 자산 매각, 차입금 재조정 등을 통해 추가 재원을 마련한다는 계획도 담았습니다.
 
회생계획의 성패는 결국 계획서에 담긴 수치보다 이를 실제로 실행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평가입니다. 대형마트 시장이 온라인 중심으로 재편된 데다 협력업체와 소비자 신뢰 회복 여부가 향후 현금창출 능력을 좌우할 핵심 변수로 꼽히기 때문입니다.
 
또 회생계획안은 담보권자와 일반 회생채권자, 상거래채권자 등 각 채권자 집단의 동의를 받아야 법원의 인가를 받을 수 있습니다. 업계에서는 채권자들이 청산보다 회생을 통한 변제 가능성이 더 높다고 판단해야 회생계획안도 원활하게 통과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DIP는 기업이 당장 영업을 이어갈 시간을 확보한 것일 뿐 회생 성공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채권자들을 설득할 수 있는 현실적인 영업 정상화 방안과 안정적인 현금창출 계획을 제시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법조계에서도 이번 DIP 확보를 회생의 '출발점'으로 봐야 한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자금 지원 자체보다 회생 이후 기업의 영업 정상화 가능성이 더 중요한 변수라는 설명입니다.
 
권재열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DIP 확보로 회생절차를 이어갈 기반은 마련됐지만 이제부터가 시작"이라며 "회생은 결국 영업을 정상화해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만드는 것이 핵심인 만큼 남은 기간 얼마나 실현 가능한 구조혁신과 영업 정상화 방안을 제시하느냐가 회생의 성패를 좌우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김주하 기자 juhah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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