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지유 기자] 처음 내 집을 마련하는 평균 연령이 46세를 넘어선 가운데 정부가 청년과 신혼부부, 생애 최초 주택 구입자를 대상으로 대출 규제를 일부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실수요자의 숨통을 틔워줄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는 평가가 나오지만 실제 내 집 마련 수요는 이미 40대 중반에 집중된 만큼 정책 대상과 실수요층 간 '미스매칭'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됩니다.
2030 민심 흔들리자 대출 완화 검토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청년과 신혼부부, 생애 최초 주택 구입자 관련 대출을 금융권 가계대출 총량 관리 대상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현재 정책서민금융과 민간 중금리대출 등이 총량 관리 예외 대상인 것처럼 이들에 대한 주택 구입 자금도 예외를 인정해 대출 공급을 확대하는 방식이 유력하게 거론됩니다.
이번 검토는 이재명 대통령이 최근 부동산정책 국민 대토론회에서 "청년과 신혼부부, 생애 최초, 서민 주거에는 핀셋형 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힌 이후 본격화됐습니다. 이 대통령은 전세대출 규제는 강화하더라도 실수요자는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고 잔금대출 한도 축소로 입주에 어려움을 겪는 사례에 대해서도 규제 과정에서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고 언급했습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청년층을 중심으로 정부·여당에 대한 민심이 악화한 상황도 이번 정책 검토 배경 중 하나라는 해석이 나옵니다. 최근 발표된 미디어토마토 여론조사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국정 운영 긍정 평가는 49.8%, 부정 평가는 45.4%로 조사됐습니다. 특히 20대는 긍정 38.6%, 부정 54.0%, 30대는 긍정 32.7%, 부정 63.6%로 부정 평가가 우세했고 서울에서도 부정 평가가 51.2%로 긍정 평가를 앞섰습니다. 청년층의 내 집 마련 부담이 커지고 무주택 실수요자의 불만이 확산하면서 정부가 금융 지원 보완에 나선 것 아니냐는 분석입니다.
하지만 실제 내 집 마련이 이뤄지는 연령대를 보면 정책 대상과는 다소 차이가 있습니다. 국토교통부 주거실태조사에 따르면 최근 4년 이내 첫 주택을 마련한 가구주의 평균 연령은 지난해 46.4세로 집계됐습니다. 2008년 40.9세보다 5.5세 높아졌으며, 꾸준히 상승하는 추세입니다. 40대는 자녀 학업 등의 이유로 주거 안정이 가장 절실한 계층입니다.
이런 가운데 소득이 낮을수록 내 집 마련은 더욱 늦어졌습니다. 소득 하위 40% 가구의 생애 최초 주택 마련 연령은 2008년 53.4세에서 지난해 57.0세로 높아졌습니다. 청년층을 지나 40~50대가 돼서야 첫 집을 마련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는 의미입니다.
집을 늦게 사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집값 상승입니다. KB부동산 데이터허브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2008년 말 5억2530만원에서 지난해 말 12억7274만원으로 약 2.4배 상승했습니다. 소득 하위 20% 아파트 가격은 2억3333만원에서 4억9089만원으로 2.1배 오른 반면 상위 20%는 9억3389만원에서 27억2539만원으로 2.9배 상승해 자산 양극화도 심화됐습니다.
소득 증가보다 집값 상승 속도가 더 빨라지면서 내 집 마련 부담은 한층 커졌습니다. 연소득 대비 주택가격 배율(PIR)은 전국 기준 2008년 4.3배에서 지난해 6.3배로 상승했고 수도권은 같은 기간 6.9배에서 8.7배까지 높아졌습니다. 현재 수도권에서는 소득을 한 푼도 쓰지 않고 모아도 집을 마련하는 데 8.7년이 필요한 수준입니다.
40대 직장인 김모씨는 "20~30대 지원도 필요하지만 현실적으로 집을 가장 많이 사는 시기는 40대"라며 "결혼 초기에 형편이 안 돼 빌라를 먼저 샀고 이제 아이들 때문에 아파트로 옮기려는데 대출 규제 때문에 갈아타기가 너무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생애 최초나 신혼부부만 지원하면 같은 무주택이나 실수요에 가까운 40대는 정책에서 소외되는 느낌"이라고 했습니다.
23일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서울 여의도 KBS 별관에서 열린 '부동산정책 국민 대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발언권을 요청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총량 규제 한계 커져
시장에서는 규제 완화 자체는 실수요자의 자금 조달 부담을 덜어줄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다만 가계대출 총량 규제가 시행될 당시부터 실수요자 피해와 거래 위축이 예상됐던 만큼 정부와 금융당국의 실책이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실제 금융당국은 올해 금융권 가계대출 증가율 관리 목표를 1.5%로 제시했지만 주요 시중은행들은 상반기 중 상당 부분 대출 여력을 소진한 상태입니다. KB국민은행은 최근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기존 6억원에서 3억원으로 축소했고, 신한은행은 일부 신용대출 상품 판매를 일시 제한하거나 한도를 조정했습니다. 우리은행도 신용대출 한도를 최대 1억원 수준으로 관리하고 있으며 하나은행과 NH농협은행 역시 대출 총량 관리를 위해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 취급 속도를 조절하고 있습니다. 인터넷전문은행들 역시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 확대와 총량 관리 사이에서 대출 공급 조절에 나선 상황입니다.
이처럼 주요 은행들이 자율적으로 대출 문턱을 높이는 상황에서 주택 구입자에 대한 대출 총량 예외를 확대하면 규제의 실효성도 약화할 수밖에 없습니다. 반대로 예외를 인정하지 않을 경우 실수요자의 자금 조달이 막히는 문제가 잇달아 발생하는 만큼 예외 대출을 계속 늘리기보다 총량 관리 목표 자체를 현실에 맞게 조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됩니다.
정부는 청년 등 실수요자 금융 지원은 확대하는 대신 비거주 1주택자의 전세대출 보증 제한과 보증비율 추가 축소, 고액 주택담보대출 차주를 대상으로 한 거시건전성 관리 부담금 도입 등 투기성 수요에 대한 규제는 유지한다는 방침입니다.
금융권 관계자는 "실수요자 보호와 가계부채 관리라는 두 목표를 동시에 달성하려면 청년층뿐 아니라 실제 내 집 마련이 이뤄지는 연령대와 수요 구조를 반영한 보다 현실적인 금융 지원 체계가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서울 용산구 남산에서 아파트 단지가 내려다 보이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지유 기자 emailgpt12@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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