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주현 기자] 명태균 게이트와 관련해 윤석열씨, 김건희씨, 오세훈 서울시장 사건을 각각 심리한 재판부는 공통적으로 명태균씨의 과장된 발언은 신빙성이 낮다며 배척했습니다. 그러나 여론조사 제공과 판세 분석 등 사건의 핵심 사실관계에 해당하는 부분은 객관적 자료와 부합한다며 인정했습니다. 재판부들은 이른바 ‘허풍’과 ‘핵심 증거’를 구분해 판단한 셈입니다.
김건희 재판부, '공천은 선물' 배척…'판세 설명' 인정
4월28일 서울고법 형사15-2부는 김건희씨 항소심에서 명씨가 김영선 전 의원 공천을 '선물'이라고 표현한 발언에 대해 신빙성이 낮다고 판단했습니다. 명씨의 평소 과장된 언행을 고려할 때 그대로 믿기 어렵다는 취지입니다.
재판부는 특히 윤석열·김건희씨 부부가 여론조사의 대가로 김 전 의원 공천을 약속했다면, 명씨가 이후에도 계속 연락해 '김 전 의원을 공천해 달라'고 부탁할 이유가 없다고 봤습니다.
앞서 1심 재판부도 명씨가 평소 자신의 정치적 영향력을 과장해 발언한 점을 고려했습니다. 명씨는 그간 "빵선 국회의원 이준석을 당대표로 만들고, 빵선 대통령 윤석열도 당선시켰으며, 10년 백수인 오세훈도 서울시장 만들었다"고 말하거나 "오세훈, 이준석을 하나하나 가르쳐가면서 만들었다"고 주장했습니다.
다만 재판부는 명씨가 김씨에게 보낸 일부 메시지에 대해선 판단을 달리했습니다. 명씨가 2021년 6월27일 김씨에게 "여론조사 결과는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라고 보낸 문자가 대표적입니다.
재판부는 이 문자를 명씨가 김씨에게 조사 결과를 분석하고 설명한 정황으로 봤습니다. 그러면서도 명씨가 같은 해 7월3일 보낸 "지지율이 올랐습니다. 축하드립니다"라는 문자는 여론조사 의뢰나 결과 조작의 근거가 아닌 단순한 축하로 해석했습니다.
윤석열 재판부, 명태균 발언·주장 '일관성 부족' 지적
지난 13일엔 윤씨와 명씨의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 1심 선고가 나왔습니다. 1심 재판부인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 역시 명씨 진술의 신빙성을 제한적으로 인정했습니다.
명씨 측은 미래한국연구소의 영업·홍보나 자신의 정치적 영향력 과시를 위해 윤씨 부부에게 조사 결과를 일방적으로 제공했을 뿐이라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어떠한 합의도 없이 피고인 명태균이 영업 목적 혹은 자신의 정치적 영향력을 과시하기 위한 목적에서 일방적으로 계속하여 무상으로 여론조사를 제공하였다고 보는 것은 수긍하기 어렵다"고 했습니다.
다만 재판부는 명씨가 윤씨 부부에게 조사 결과와 함께 정치적 조언을 제공했다는 부분은 인정했습니다. 재판부는 2021년 6월18일부터 같은 달 26일 사이 명씨가 김씨와 합의해 윤씨에게 유리한 대선 여론조사를 제공하고, 판세 분석과 선거 전략 수립 등 대선 전반에 관한 조언과 상담을 하기로 했다고 봤습니다.
당시 명씨는 김씨에게 "내일 27일 일요일 오후 7시에 공표 보도될 A언론사 대선 여론조사 자료입니다. 그때까지 보안 유지 부탁드립니다"라고 문자를 보냈습니다. 이튿날 김씨가 조사 결과를 묻자 "네~^^ 여론조사 결과는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라고도 답했습니다. 명씨는 그해 7월3일에도 김씨에게 "지지율이 올랐습니다. 축하드립니다"라고 했고, 7월5일엔 "제가 정리할게요 걱정하지 마세요 ㅎㅎ"라는 문자를 보냈습니다.
명태균씨가 지난 13일 오후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무상 여론조사 관련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선고기일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오세훈 재판부, '울면서 네 번 전화했다' 이야기 배척
가장 최근인 지난 22일엔 오 시장의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 1심 선고가 나왔습니다. 재판부인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도 "오 시장이 울면서 전화했다"는 등 명씨의 일부 진술은 객관적 증거와 맞지 않는다며 배척했습니다.
재판부는 명씨가 수사기관과 법정에서 "오 시장이 김영선 전 의원에게 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SH공사) 사장 자리를 약속했다"라는 취지의 진술이 객관적 증거와 당시 정황에 맞지 않고 경험칙상 수긍하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명씨가 첫 여론조사를 의뢰받았다고 밝힌 구체적인 시각과 장소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그간 명씨는 2021년 1월22일 오후 3시30분 이후 오 시장에게 네 차례 전화를 받아 여론조사를 의뢰받았다고 진술했습니다. 그러나 미래한국연구소 직원은 그보다 앞선 오후 2시20분 이미 설문지를 보낸 상태였습니다. 명씨 측 관계자도 명씨가 오 시장과 통화하는 모습을 기억하지 못했습니다.
다만 재판부는 오 시장이 같은 날 명씨에게 여론조사를 의뢰했다는 핵심 사실 자체는 인정했습니다. 구체적인 통화 시각과 횟수는 받아들이지 않았지만, 통화 내역과 이후 메시지 등을 근거로 조사 의뢰와 결과 전달, 선거 전략 설명이 있었던 점은 사실로 판단했습니다.
또 명씨가 오 시장 측과 조사 결과를 두고 갈등을 빚었다는 진술 역시 일부 인정됐습니다. 재판부는 정확한 시점과 방식은 특정하기 어렵지만, 양측 간 상당한 갈등이 있었다는 점은 사실로 봤습니다.
정주현 기자 givehyu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