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지은 기자] 지난해 말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민관합동조사단 조사 결과 발표에 이어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과징금을 확정하면서,
KT(030200)가 해킹 사고와 관련한 주요 행정제재를 일부 마무리했습니다. 전임 경영진 시절부터 이어진 경영 불확실성은 상당 부분 해소됐습니다. 하지만 대규모 해킹 후속 비용이 실적에 반영되는 만큼, 박윤영 대표 체제가 보안 신뢰를 회복하면서 수익성까지 방어할 수 있을지가 새로운 과제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개인정보위는 30일 KT에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으로 과징금 539억7900만원을 부과하고 조사 방해 행위와 관련해 KT를 고발하기로 의결했다고 밝혔습니다. 지난해 9월 소액결제 피해 사례가 확인돼 개인정보위가 조사에 착수한 지 약 10개월, 지난해 12월 과기정통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결과를 발표한 이후 약 7개월 만입니다.
양청삼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사무처장이 3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KT와 LG유플러스 개인정보 유출 사고에 대한 조사 처분 결과에 대해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개인정보위)
개인정보위는 KT에서 휴대전화번호와 가입자식별번호(IMSI), 단말기식별번호(IMEI) 등 3종의 개인정보가 1만6647명에게서 유출됐고, 해커가 추가 확보한 이름과 생년월일 등 개인정보와 결합돼 무단 소액결제로 악용된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368명이 총 2억4000만원의 피해를 입었습니다.
이번 처분은 불법 소형기지국(펨토셀)을 통한 개인정보 유출과 무단 소액결제 피해에 대한 제재입니다. BPF도어(BPFDoor) 악성코드 감염과 서버 로그 삭제 의혹은 별도 조사 대상으로 남았습니다. 개인정보위는 KT가 조사 과정에서 로그를 삭제하는 등 침해 사실을 은폐한 정황이 있다고 보고 조사 방해 혐의로 고발했으며, 향후 수사 결과에 따라 추가 행정처분도 가능하다는 입장입니다.
KT는 "처분 결과를 무겁게 받아들이며 지난 사고로 고객과 국민 여러분께 큰 심려와 불안을 끼쳐드린 점에 대해 다시 한번 깊이 사과드린다"며 "개인정보 보호 체계를 원점에서 재정비하고 보안 투자를 확대하는 등 고객 신뢰 회복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행정소송 가능성도 열어뒀습니다. KT는 "의결서를 수령하는 대로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뒤 관련 입장을 정할 예정"이라고 말했습니다.
박윤영 KT 대표가 지난 6일 인공지능 전환(AX) 플랫폼 컴퍼니와 관련한 사업 전략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KT)
이번 개인정보위 처분까지 확정되면서 KT의 해킹 사고 관련 법정 제재 비용은 540억원을 넘어섰습니다. 과기정통부는 앞서 침해 사고 지연 신고 2건과 미신고 1건에 대해 총 2625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했고, KT는 이를 1분기 납부했습니다. 여기에 개인정보위 과징금 539억7900만원이 더해지면서 해킹 사고에 따른 확정 비용이 늘어났습니다. 다만 이는 현재까지 확정된 비용만 반영한 수치입니다. 개인정보위가 별도로 조사 중인 악성코드 감염과 서버 로그 삭제 의혹에서 추가 위법 사실이 확인될 경우 관련 제재 비용은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습니다.
업계 일각에서는 "은폐 행위에 대해 강도 높은 형사처벌과 행정제재가 이어지지 않는다면 개인정보 유출에 대해 '감추는 게 이득'이라는 잘못된 시그널이 확산될 수 있는 만큼 향후 관련 기관에서의 추가적인 규명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이와 별도로 KT는 해킹 사고 이후 고객 신뢰 회복을 위해 전 고객 데이터 제공과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이용권 지급, 로밍 데이터 추가 제공 등 고객 보답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KT는 이 프로그램에 투입되는 비용만 약 4500억원 규모로 추산했습니다. 개인정보위 과징금 등 법정 제재와는 별도로 올해 연간 실적에 반영되는 비용입니다.
실적 부담도 당분간 이어질 전망입니다. KT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29.9% 감소했고, 증권가는 2분기에도 40% 안팎의 감소를 예상하고 있습니다. 1분기에는 위약금 면제와 고객 보답 프로그램 등 해킹 후속 비용이 반영됐고, 2분기에는 지난해 반영됐던 약 4000억원 규모의 부동산 일회성 이익이 제거됐습니다. 3~4분기 내 개인정보위 과징금까지 더해질 경우 연간 수익성 둔화는 불가피한 모습입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는 KT의 올해 연간 영업이익을 2조602억원으로 전망했습니다. 지난해 2조4691억원보다 약 16% 감소한 수준입니다. 매출 역시 전년 대비 약 2%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KT는 개인정보위 과징금의 구체적인 비용 인식 시기와 회계 처리 방식은 외부감사인과 협의를 거쳐 결정할 예정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지은 기자 jieune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충범 테크지식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