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안보 혁신기업 성공 조건)②도전이 곧 혁신
사업수행 경험이 수주로 이어지는 구조적 문제 해소 필요
혁신기업에 국방 R&D 사업 도전 기회 충분히 허용해야
2026-08-19 15:45:08 2026-08-19 15:54:29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13일 경기 연천 육군 5사단 인공지능(AI) 경계작전센터를 방문해 다족보행로봇 시연을 참관하고 있다. (사진=국방부)
 
[뉴스토마토 이석종 국방전문기자] 이재명정부의 신안보 혁신기업 육성 정책은 인공지능(AI), 데이터, 디지털트윈, 드론, 유무인복합체계 등 첨단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혁신 중소기업들에 보다 적극적으로 국방 연구개발 사업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해 지속 가능한 K-방산의 주역으로 성장할 수 있는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지난 6월26일 정부의 첫 정책 발표 이후 지난달 말 실무협의체가 가동되는 등 준비 작업이 진행 중인 가운데 현장에서는 실제 사업 구조가 혁신 중소기업의 사업 참여 생태계를 조성한다는 정책 방향과 얼마나 부합하는지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AI와 유무인복합체계, 디지털트윈, 국방 데이터 플랫폼과 같은 미래전 핵심 기술은 과거의 전통적인 무기체계 개발 방식과는 다른 산업적 특성을 가지고 있지만 이를 수행하는 사업 구조는 여전히 과거 체계개발 사업의 틀을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이 정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국방 연구개발 사업이 특정 기업 중심으로 흘러가고 있는 현실을 타개할 실질적인 조치가 필요하다는 겁니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현재 추진되고 있는 다수의 국방 AI 등 첨단기술 연구개발 사업들은 수십억 원에서 수백억 원 규모의 대형 사업으로 추진됩니다. 이런 사업은 일반적으로 여러 기관이 참여하는 컨소시엄 형태로 수행되며, 사업 규모가 커질수록 사업관리 능력과 조직 규모, 수행 실적, 재무 안정성 등이 중요한 평가 요소로 작용하게 됩니다. 물론 이 같은 기준 자체가 잘못된 것은 아닙니다. 국가 연구개발 사업은 국민의 세금으로 추진되는 만큼 사업 실패를 최소화해야 하며, 일정 수준 이상의 사업관리 능력과 책임 수행 역량 역시 반드시 필요합니다.
 
다만 문제는 이런 구조가 반복되면서 자연스럽게 기존 사업 수행 경험을 보유한 기업에 유리한 환경을 만들 수 있다는 점입니다. 한 번 대형 사업 수행 실적을 확보한 기업은 다음 사업에서도 유리한 위치를 점하게 되고, 다시 사업을 수행하면서 추가 실적을 확보하게 됩니다.
 
반면 새로운 기술을 보유한 기업은 우수한 기술력을 갖고 있더라도 주관 기관보다는 협력 기관이나 하위 수행 기관 역할에 머무를 가능성이 높습니다. 결국 사업 수행 경험이 다시 사업 수주로 이어지는 구조가 반복되면서 새로운 기업이 성장할 기회가 상대적으로 제한될 수밖에 없는 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는 것입니다. 
 
신안보 산업 경쟁력은 기술력·혁신성
 
전문가들은 AI 산업에서 이런 구조적 문제 해결은 더욱 중요하다고 입을 모읍니다. 전통적인 제조업에서는 생산설비 규모와 자본력이 중요한 경쟁력이 될 수 있지만 AI 알고리즘, 대규모언어모델(LLM), AI 에이전트, 디지털트윈 플랫폼, 유무인복합체계 소프트웨어 등 AI 산업의 핵심 경쟁력은 기업 규모보다는 기술력과 혁신성에서 나오기 때문이라는 설명입니다.
 
글로벌 AI 산업을 선도하는 많은 기업들이 혁신기업과 스타트업에서 출발했다는 건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생성형 AI, 자율에이전트, 데이터 플랫폼, 디지털트윈 기술 역시 새로운 기업들의 도전 속에서 발전해 왔습니다. 이재명정부가 신안보 혁신기업 육성을 국정 과제로 제시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을 것입니다.
 
AI 기술은 변화 속도가 매우 빠릅니다. 오늘의 최신 기술이 1~2년 후에는 경쟁력을 잃기도 하고, 전혀 새로운 접근 방식이 기존 기술을 순식간에 대체하기도 합니다. 이 같은 산업에서는 소수 기업이 시장을 주도하는 것보다 다양한 기업들이 경쟁하면서 새로운 기술을 끊임없이 제안하는 구조가 더 유리합니다. 이 때문에 미국은 국방혁신단(DIU)이나 중소기업 혁신연구(SBIR) 프로그램 등을 통해 국방 연구개발 사업에 혁신기업과 스타트업의 참여를 적극 확대하고 있습니다.
 
특히 미래전 핵심 기술은 혁신기업들의 도전과 성장 과정에서 등장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기존의 제도 때문에 새로운 기술이 시장에 진입할 기회 자체가 줄어들면 혁신의 속도 역시 느려질 수 있습니다. 새로운 기업들이 기술력으로 도전할 수 있는 기회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국방 연구개발 사업 구조가 전환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그래야만 특정 기업의 반복적인 성공이 아니라 새로운 기업들이 끊임없이 등장하고 경쟁할 수 있는 건강한 생태계가 만들어진다는 겁니다.
 
지난 3일 부산해군기지에서 진행된 '해군 AI기반 기뢰전 무인체계 전투실험'에서 소해함 옹진함(730톤급)의 지휘를 받는 무인수상정이 소해장비 운용을 위해 기동하고 있다. (사진=해군)
 
경쟁 가능한 시장으로 '성장 사다리' 마련
 
업계 관계자는 "신안보 혁신기업 육성 정책에서 가장 먼저 고민해야 할 부분은 어떤 기업이 사업을 수행하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새로운 기업이 사업에 도전할 수 있는 환경이냐는 것"이라며 "새로운 기업이 아무리 우수한 기술을 보유하더라도 주관 기관으로 성장할 기회를 얻지 못한다면 결국 정부가 원하는 신안보 혁신기업도 등장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정부는 특정 기업을 배제하거나 특혜를 주는 환경이 아니라 다양한 기업들이 기술력으로 경쟁하고, 경쟁을 통해 성장하며, 성장한 기업이 다시 세계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며 "기술 전문 기업이 직접 사업을 주도할 수 있는 기회를 확대하고, 혁신기업이 주관 기관으로 성장할 수 있는 단계적 성장 사다리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또 이 관계자는 "정부의 신안보 혁신기업 육성 정책이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국방 연구개발 사업에 이런 변화의 흐름을 반영해야 한다"며 "정부가 육성해야 할 것은 특정 기업이 아니라 경쟁이 가능한 시장"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이미 정부가 신안보 혁신기업 육성이라는 방향을 제시한 만큼 이제 필요한 것은 그 정책이 현장에서 실제 성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연구개발 사업 구조와 평가 체계, 참여 기회를 보다 정교하게 발전시켜 나가는 일"이라며 "혁신은 보호받을 때가 아니라 경쟁할 기회를 얻을 때 성장한다. 그 경쟁의 장을 만들어주는 것이 신안보 혁신기업 육성 정책의 남은 과제"라고 덧붙였습니다.
 
이석종 국방전문기자 ston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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