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강석영 기자] 윤석열정부 당시 대대적 공안 수사를 받았던 '제주 간첩단' 사건이 헌법재판소에서 위헌법률심판을 받게 됐습니다. 이 사건의 1심 재판부가 국가보안법 제7조(찬양·고무)의 위헌성을 인정하고, 헌재로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해서입니다. 재판부는 특히 제청 결정문에서 윤석열씨의 12·3 비상계엄을 언급하며, "내란 옹호 행위까지 국가보안법으로 처벌해야 하는 모순이 발생한다"고 지적했습니다.
국가보안법폐지국민행동이 지난 7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가보안법 구속자 사면 및 수사 중단·공소 취소를 촉구했다. (사진=뉴시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제주지법 형사합의2부(재판장 서범욱 부장판사)는 지난 3일 국가보안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강은주 전 진보당 제주도당위원장 등 피고인 측이 낸 국가보안법 7조 1항 및 3항에 대한 위헌법률심판 제청 신청을 인용했습니다.
'제주 간첩단' 사건은 윤석열정부 당시 국가정보원과 검찰이 대대적 수사를 벌인 공안 사건입니다. 수사기관은 강 전 위원장 등이 2017년 캄보디아에서 북한 공작원과 접선한 뒤 지령을 받아 제주에서 이적단체 'ㅎㄱㅎ'을 결성하고 반정부 활동을 벌였다고 보고 재판에 넘겼습니다.
강 전 위원장 등에게 적용된 국가보안법 7조는 반국가단체의 활동을 찬양·고무하는 행위를 처벌하는 조항입니다. 해당법 7조 1항엔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한다는 점을 알면서 반국가단체나 그 구성원 또는 그 지령을 받은 자의 활동을 찬양·고무·선전 또는 이에 동조하거나 국가변란을 선전·선동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규정됐습니다. 7조 3항은 "1항의 행위를 목적으로 하는 단체를 구성하거나 이에 가입한 자는 1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고 명시했습니다.
강 전 위원장 등은 이 조항들이 위헌이라며 재판부에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요청했는데, 법원이 이를 받아들인 겁니다.
<뉴스토마토>가 확인한 위헌법률심판 제청 결정문에 따르면, 재판부는 7조 1항 중 '찬양·고무·선전·동조' 부분에 대해 "구체적 위험이 임박했다고 볼 수 없는 경우에도 처벌될 가능성이 있다"며 "정당한 의사표현 내지 양심과 사상의 형성을 위축·제한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우리 사회는 상당히 성숙돼 있어 찬양 등 행위만으로 구체적 위험이 현실화될 가능성도 높지 않다"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재판부는 7조 1항의 '국가변란을 선전·선동한 자' 부분의 위헌성을 강조하고자 12·3 내란 사태를 근거로 새로운 논리를 제시하기도 했습니다.
재판부는 "우리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는 형법이 정한 내란 관련 범죄가 수명을 다한 게 아니라 강력한 규범력을 가지고 살아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며 "우리 사회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와 헌법의 기본 가치 및 원칙을 내란 관련 범죄를 통해 충분히 지켜낼 수 있고 방어할 수 있음을 국민의 힘으로 직접 증명하고 있다"고 짚었습니다. 이는 그간 국보법 관련 위헌법률심판 제청 결정에선 볼 수 없던 새로운 논리입니다.
재판부는 이어 "위 조항의 '국가변란'은 내란을 당연히 포함하는데, 그렇다면 내란을 정당하다고 주장하거나 지지·두둔하는 사람들은 모두 위 조항에 따라 국가보안법 위반죄로 처벌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면서 "국가보안법을 옹호하는 동기에서 이루어진 사람들의 이러한 의사표현을 국가보안법 위반죄로 처벌해야 한다는 이 모순적 결론 자체가 국가변란 선전·선동 조항이 합목적성, 명확성, 비례성을 갖추지 못했음을 명징하게 드러낸다고 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재판부는 국가보안법 7조 3항 역시 위헌적인 1항 행위를 전제로 규정된 만큼, 헌법에 위반된다고 판단했습니다.
이번 결정에 따라 헌재에서 위헌 여부 결정이 있을 때까지 해당 재판은 정지됩니다. 헌재는 헌법재판소법에 따라 심판 사건을 접수한 날부터 180일 이내에 선고해야 합니다. 국가보안법 7조가 헌재 심판 대상이 된 건 이번이 9번째입니다. 과거 전원일치 합헌 결정이 내려지던 해당 조항은 2023년 8번째 심판에서 재판관 6(합헌) 대 3(위헌) 구도로 변화한 바 있어, 이번 9번째 심판에서 위헌 판단이 나올지 관심이 집중됩니다.
강 전 위원장 등을 대리하는 장경욱 변호사는 "국가보안법 7조에 갇혀 자기 의견조차 내지 못하는 상황을 근절해야 한다"며 "법원의 새로운 법리로 전향적 판단(제청 결정)을 한 만큼 헌재가 신속히 위헌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또 “이 재판처럼 위헌법률심판 제청이 결정되면 재판부는 재판을 중지하고 헌재 판단을 기다려야 한다"며 "재판 지연 전략으로만 봐선 안 된다"고 덧붙였습니다.
강석영 기자 ksy@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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