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진양 기자] 미국 장기국채 가격이 19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오르면서 미국 정부가 급히 진화에 나섰습니다. 재무부가 국채 바이백 규모를 두 배로 확대하기로 한 것인데요. 미국 정부가 금리를 높은 수준으로 유지하지 않을 것이란 신호가 전해지면서 시장의 불안감은 일단 해소됐습니다. 다만 경제 전문가들은 대체로 '일시적인 미봉책'이라는 분석을 내놓으며 경계감을 늦추지 않고 있습니다.
미국 재무부는 19일(현지시간) 장기국채의 유동성 제고를 위해 바이백(재매입) 규모를 회당 20억달러(약 2조7800억원)에서 최소 40억달러로 두 배 확대한다고 밝혔습니다.
재무부의 국채 바이백은 시장에서 거래되는 기존 국채를 다시 사들이는 방식으로 특정 만기 구간의 유동성을 높이고 시장 기능을 원활하게 하기 위한 제도입니다.
확대 대상은 10~20년물과 20~30년물 구간입니다. 이번 조치는 9월9일부터 11월4일까지 적용되며 정확한 매입액과 운영 일정은 추후 공개될 예정입니다.
스콧 베센트 미국 재무장관이 19일(현지시간) 바이백 확대 계획을 발표했다. (사진=연합뉴스)
미국 정부의 이 같은 발표에 2007년 이후 최고치인 5.3%대까지 올랐던 30년물 국채금리는 이날 5.19%까지 내렸습니다. 10년물 금리도 4.7%대에서 4.65%까지 하락했습니다.
시장도 긍정적으로 반응했습니다. 미국 정부가 장기금리 급등에 대응하려는 시그널로 읽은 것입니다. 뉴욕 증시에서는 다우존스(0.22%), 나스닥(0.16%), S&P500(0.21%) 등 3대 지수가 모두 강보합 마감했습니다. 아시아 시장에서도 니케이225(1.28%), 홍콩 항셍(1.24%), 대만 가권(0.48%) 등에서 투심이 회복된 모습이 포착됐습니다.
국내에서는 코스피가 SK하이닉스의 역대급 주주환원정책이란 호재까지 겹치면서 6% 가까운 반등을 연출했습니다.
김민수 레몬리서치 대표는 "(재무부 발표는) 투자자들에게 일단은 금리가 더 올라가지 않을 것이란 안도감을 줬다"며 "중간선거를 앞두고 여러 가지 액션이 추가로 나올 수 있다는 측면에서 기대감이 살아 있는 정도"라고 진단했습니다.
권희진 KB증권 이코노미스트도 "바이백 발표로 미국 재부무의 장기금리 안정 의지가 뚜렷하게 드러났다"며 "장기채에 크게 악화된 시장의 불안심리를 완화하려는 목적이 있다"고 비슷한 시각을 보였습니다.
다만 미국 장기국채 금리 안정세가 지속될 수 있을지 여부에는 여전히 물음표가 붙습니다. 상당수의 전문가들이 바이백 확대가 '일시적 해법'에 불과하다고 지적을 하고 있는데요. 월스트리트저널은 "장기금리 상승은 인플레이션이나 연준 때문이 아니라 데이터센터, 국방, 리쇼어링 등을 위한 자본 수요가 급증한 데에서 기인한다"며 "국채금리 상승 압력에 역부족일 소지가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송재경 디멘젼투자자문 대표도 '언 발에 오줌 누기'라고 현 상황을 짚었습니다. 그는 "시장이 걱정하는 것은 미국의 부채가 계속 늘고 있다는 점"이라며 "세수가 늘어 재정적자를 줄이는 모습이 나와야만 근본적으로 (장기국채 금리 상승이) 잡히는데, 그렇지 않기 때문에 바이백이 일시적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지난 18일 기준 연방정부 부채 규모는 40조470억달러를 기록, 처음으로 40조달러를 웃돌았습니다. 미국 연방정부 부채가 30조달러를 넘어선 것은 2022년 1월로, 3년7개월 만에 40조달러를 돌파했습니다.
장기물 바이백 재원을 단기 국채 발행으로 조달할 것이란 점도 금리 안정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을 뒷받침합니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를 두고 "단기국채 발생의 혼선을 유발할 우려가 있다"고 짚었고, 도이치뱅크는 재무부판 '오퍼레이션 트위스트'로 규정하기도 했습니다.
원유승 SK증권 연구원은 "이번 조치가 미국채 장기금리의 구조적 상승 압력을 제거한 것은 아니다"라며 "바이백은 재무부가 매입한 국채를 신규 국채 발행으로 대체하기 때문에 민간이 흡수해야 하는 순시장성 차입을 유의미하게 감소시키지 않는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유가·인플레 불확실성, 연준 신뢰도 불안, AI 회사채 대규모 공급도 그대로"라며 "추세적 전환보다는 '상단 제한' 효과만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송 대표 역시 "만기가 다가오는 장기물들을 사준다는 것이 결국에 단기채로 바뀌는 것뿐"이라며 "오른쪽 주머니에서 왼쪽 주머니로 옮겨 가는 형태"라고 비유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시장과 수급 싸움을 짧게 할 수는 있겠지만 장기물 금리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장기채 금리가 다시 튄다고 추가 액션을 계속 취하다가는 단기채 금리까지 올라갈 수도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이 때문에 미국 장기국채 가격이 일시적으로 안정세를 보이더라도 장기적으로는 꾸준히 점검해야 할 리스크로 남을 전망입니다.
송 대표는 "(재정적자 문제는) 사실 굉장히 큰 리스크"라면서 "중간선거를 앞둔 트럼프 대통령이 수세에 몰렸다고 판단해 이것저것 다 던지는 것 같은데, 적어도 채권시장에서는 악재로 작용할 수가 있다. 채권시장이 주식투자자들 입장에서는 두고두고 지켜봐야 할 요인"이라고 내다봤습니다.
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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