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진아·윤금주 기자]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이 임기 내 최저치를 기록한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에 대한 경제 제재를 확대한다고 밝혔습니다. 이란과 거래하는 제3국에 대해서도 제재를 경고하면서 동맹국의 동참을 촉구, 전방위 압박에 나섰습니다. 중간선거를 앞두고 미·이란 종전 양해각서(MOU)에 따라 설정한 60일간의 협상 시한이 별다른 성과 없이 종료되면서 이란 전쟁에 대한 출구 전략이 절실하기 때문입니다. 이란 전쟁 장기화에 대한 미국 내 여론이 갈수록 악화하고 있지만, 중간선거를 앞둔 미국으로선 경제적 고립 압박 외에는 뾰족한 수가 없는 것으로 분석됩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제3국 이란 거래까지 겨냥…중국·동맹국 '압박'
트럼프 대통령은 19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SNS) 트루스소셜을 통해 "오늘 나는 어느 국가를 상대로도 취해진 적 없는 가장 강력한 경제 작전을 선포한다"며 "이는 전례 없는 규모의 경제 전쟁이자 고립 작전이 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어 "나보다 이란에 합의할 기회를 더 많이 준 사람은 없다"며 "그들은 비극적이게도 기회를 놓쳤다"고 덧붙였습니다. 미·이란 간 MOU가 사실상 무산된 가운데, 양국이 물밑 협상을 이어왔음에도 별다른 성과 없이 지지부진한 상황이 이어지자 제재 수위를 높여 압박을 강화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됩니다.
구체적으로는 제3국을 통한 압박을 확대하겠다는 구상으로, 중국이 대표적인 타깃으로 지목될 가능성이 거론됩니다. 중국이 이란산 원유를 저렴하게 수입해 오고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자국의 금융기관·기업·공항·정부 기관이 이란에 어떠한 형태의 생명줄이라도 제공하는 것을 허용하는 모든 국가가 막대한 경제적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며 "석유 밀수·환전·현금 송금·선박 등록·페이퍼컴퍼니 등 모든 것이 지금 당장 중단돼야 한다. 당신들이 누구인지 다 알고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특히 동맹국에도 적극적인 참여를 요구하면서 한국에도 동참 압박이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입니다. 그는 "오늘은 '경제적 디데이'가 될 것"이라며 "이란의 위협을 고립시키고 제거하기 위해 모든 동맹국이 미국과 함께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선거 앞두고 '경제전'으로 방향 전환…진짜 장벽은 '중국'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을 굴복시키기 위해 전례 없는 경제 제재를 선언한 배경에는 오는 11월 열리는 중간선거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중간선거를 앞두고 이란전 장기화에 대한 미국 내 여론이 악화하고 있지만, 두 달간 이어진 종전 협상은 아무 성과 없이 끝났고 중간선거를 앞둔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선 이란 전쟁에 대한 출구 전략이 절실하기 때문입니다.
실제 <로이터 통신>이 여론조사업체 입소스와 공동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 수행을 지지한다는 응답은 33%로 집계됐습니다. 이번 조사는 이달 14~17일 실시된 것으로, 이달 초 조사에서 35%였던 지지율은 불과 수주 만에 2%포인트나 더 내려갔습니다. 이는 지난해 1월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에 복귀한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첫 번째 임기 당시인 지난 2017년 12월에 기록했던 최저치와 같습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 수행을 부정적으로 평가한다는 응답은 64%에 달했고, 미국인들은 이란 전쟁이 장기화할 가능성을 크게 우려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미 호르무즈 해협 봉쇄와 전쟁 장기화로 휘발유 가격이 급등하면서 미국 내 불만이 고조된 상황에서 이란과의 협상마저 아무런 성과 없이 끝나자, 군사적 충돌 대신 이란의 돈줄을 죄는 경제전에 무게를 실은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경제전'으로의 방향 전환이 성공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조지 W 부시 미 행정부 시절 재무부 테러자금·금융범죄 담당 차관보를 지낸 후안 자라테 전 차관보는 <AP 통신>에 "궁극적인 문제는 미국이 이란의 원유 수출을 제한하고 제3국에도 엄중한 제재를 가하기 위해 어디까지 나갈 의향이 있는지, 그리고 경제적 고통이 정권의 행동을 변화시킬지 시험해 볼 인내심을 가지고 있는지"라고 지적했습니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을 굴복시키기 위해 전례 없는 경제 제재를 선언했지만, 진짜 장벽은 이란이 아닌 '중국'이라는 분석도 나옵니다. 경제 제재의 실효성을 거두려면 이란의 최대 돈줄인 중국이라는 거대한 산을 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실제 중국의 중소 독립 정유사인 이른바 '티포트' 정유사들은 미국의 제재를 비웃듯, 이란 해상 원유 수출 물량의 80% 이상을 쓸어 담고 있습니다. 제재가 진짜 효과를 내려면 이란과 거래하는 중국 대형 은행들까지 전면적으로 옥죄어야 하지만 미국으로선 선뜻 칼을 빼 들기가 어렵습니다.
이란을 실질적으로 압박할수록 미국이 감수해야 할 비용도 커진다는 점도 문제로 꼽힙니다. 중국 대형 은행을 제재하면 연내 예정된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중 관계가 다시 악화할 수 있습니다. 이럴 경우 중국이 희토류 등 핵심 광물 수출 제한으로 맞설 가능성도 있습니다. 더불어 이란산 원유 공급이 뚝 끊겨 국제유가마저 또다시 폭등하면 중간선거를 앞둔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가장 뼈아픈 자충수가 됩니다. 때문에 이란을 강하게 압박하자니 중국과의 갈등 격화와 유가 상승이라는 역풍이 우려되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고민이 깊어지는 형국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간) 백악관 루스벨트룸에서 열린 테크 기업 전문가들과의 행사 도중 발언하고 있다. (사진=AP·연합뉴스)
박진아·윤금주 기자 toyouj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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