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성가 조현준-조현문, '형제의 난' 후 첫 법정대면…"명명백백 협박" 대 "비리 경고"
12년 만에 법정서 만난 효성가 형제…2011년 내부감사로 시작된 갈등
조현문 주도 내부감사 놓고 공방 팽팽…'불법 감사'냐 '비리 확인'이냐
비상장주식 고가 매입 압박 의혹도 논란…28일 조 회장 증인신문 재개
2026-08-23 12:17:48 2026-08-23 15:36:48
[뉴스토마토 정주현 기자] 효성가 '형제의 난'의 당사자인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과 조현문 전 효성중공업 부사장이 12년 만에 법정에서 마주했습니다. 조 회장은 당시 동생이 그룹의 비리를 폭로하겠다며 자신과 가족을 협박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반면 조 전 부사장 측은 불법·비리로 처벌받을 수 있다고 알린 건 '예상이나 경고였다'고 했습니다.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왼쪽)과 조현문 전 효성중공업 부사장. (사진=뉴시스)
 
조현문 '서초동 가겠다' 발언 두고 '협박 여부' 엇갈려
 
서울중앙지법 형사25단독(재판장 이성열)은 21일 강요미수 혐의로 기소된 조 전 부사장의 공판기일을 열고, 조 회장에 대한 증인신문을 진행했습니다. 2014년 '형제의 난'이 본격화된 이후 두 형제가 법정에서 대면한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조 전 부사장은 지난 2013년 효성가를 떠나는 과정에서 자신의 회사 기여도를 담은 보도자료를 배포하도록 요구하고, 배우자 음해에 대해 사과하지 않으면 비리를 고발하겠다는 취지로 효성그룹을 압박해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검찰 주신문에서 조 회장은 조 전 부사장 측이 효성에 보도자료 배포를 요구했던 상황을 '협박'이라고 규정했습니다. 해당 보도자료엔 '조 전 부사장이 회사 발전과 중공업 경쟁력 제고에 기여했고, 사임을 안타깝게 생각한다'는 등의 내용이 담겼습니다. 하지만 조 회장은 이에 대해 "사실도 아니고 강압적 요구가 아니면 우리 힘으로 낼 수 없는 내용"이라고 증언했습니다.
 
조 회장은 조 전 부사장 측이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서초동에 가겠다'는 취지로 언급했고, 이를 "검찰에 고발하겠다는 것으로 받아들였다"고 했습니다. 박수환 전 뉴스커뮤니케이션 대표와 만난 자리에서도 비슷한 말을 들었는데, "협박조로 들릴 수밖에 없었다"고 했습니다. 박 전 대표는 당시 조 전 부사장 측의 언론 홍보와 송사 자문을 맡았으며, 이 사건에선 공갈미수 혐의로 함께 기소됐습니다.
 
'형제의 난' 불씨 된 2011년 내부감사 정당성도 공방
 
형제의 난 출발점으로 꼽히는 2011년 효성그룹 내부감사도 법정에서 다시 쟁점이 됐습니다. 앞서 2011년 2월 조 전 부사장은 그룹 쇄신을 주창하며 내부감사에 착수한 바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형의 비리를 확인하고, 부친(고 조석래 명예회장)을 찾아가 이 사실을 알렸지만 도리어 파문을 당했다는 게 조 전 부사장 측 입장입니다. 
 
반면 조 회장은 조 전 부사장이 부친이나 그룹 대표이사의 승인도 없이 비서와 외부 로펌을 감사에 참여시키고 임직원 컴퓨터를 포렌식하는 등 "불법적인 감사"라고 주장했습니다.
 
조 회장은 또 "2015년 조 전 부사장이 부친의 자택을 찾아가 '독사 같은 어머니 몸속에서 난 걸 후회한다', '죽을 때까지 감옥에서 썩게 하겠다'는 말을 했다는 걸 부친 등에게 전해 들었다"면서 "우리로선 명명백백하게 협박이라고 생각한다"고 했습니다.
 
아울러 조 회장은 "부친이 '이 방법(고소) 밖에는 현문이를 뉘우치게 할 수 없다'고 말했다"면서 "이제 그만할 때가 됐다. 더 이상 우리 집안을 고소·고발로 괴롭히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재판부가 처벌 의사를 묻자 "처벌을 원한다"라고도 답했습니다.
 
비상장주식 '매입 압박' 의혹…조현준 "위협 느꼈다"
 
오후 반대신문에선 조 전 부사장 측이 조 회장에게 '협박'의 직접성을 따졌습니다.
 
조 전 부사장 측 변호인은 조 전 부사장이 직접 고발해 감옥에 보내겠다고 한 것이 아니라, '불법·비리가 있다면 감옥에 갈 수 있다'고 말한 것이며, 이는 경고에 불과하다는 취지로 주장했습니다. 이에 조 회장은 "나는 협박이라고밖에 못 느낀다"고 맞섰습니다.
 
특히 조 전 부사장 측이 형에게 비상장주식을 고가에 사들이도록 압박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조 회장은 동생이나 박 전 대표로부터 직접 매입 요구를 받은 건 아니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은근히 위협을 가해 스스로 압박감을 느끼게끔 만들었다"고 덧붙였습니다.
 
조 전 부사장 측 변호인은 조 회장이 이런 의도를 언제부터 인식했는지도 따졌습니다. 조 회장은 "2016년 9월27일 (압수된) 자료를 확인했을 때"라고 답했습니다. 검찰 조사 과정에서 박 전 대표의 노트북 등에서 압수된 자료를 본 뒤에야, 비상장주식을 고가에 매각하기 위한 압박이었음을 알아챘다는 설명입니다.
 
한편, 재판부는 오는 28일 오후 2시 조 회장을 다시 불러 증인신문을 이어갈 예정입니다.
 
정주현 기자 givehyu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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