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창욱 기자] 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 확대로 메모리 수요가 급증하면서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가 ‘공급 딜레마’에 빠지게 됐습니다. 시장에서는 양사의 메모리 재고가 10일 치 미만까지 떨어진 것으로 추정하는 가운데, 공급 부족으로 메모리 가격과 국내 업체들의 협상력은 높아지고 있지만 공급 가능한 물량 자체가 부족해질 경우 고객사 수요에 적기에 대응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지난 3월 엔비디아 GTC에서 최초 공개한 삼성전자 HBM4E 제품. (사진=삼성전자)
8일 시장과 업계 등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메모리 재고는 10일 치 미만까지 떨어진 것으로 추정됩니다. 시장에서는 단순한 수요 회복을 넘어 공급 가능한 물량 자체가 부족해지는 단계에 접어들었으며, 내년에는 판매 가능한 메모리 물량이 소진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배경에는 AI 인프라 투자 확대로 메모리 수요가 공급 증가 속도를 웃돌고 있다는 점이 있습니다. 글로벌 빅테크의 AI 데이터센터 투자가 이어지면서 고대역폭메모리(HBM)뿐 아니라 서버용 DDR5와 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eSSD) 등 메모리 전반의 수요가 늘고 있습니다. 증권가에서는 내년 D램과 낸드의 비트 기준 수요 증가율이 공급 증가율을 각각 10%포인트 이상 웃돌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HBM 생산 확대도 범용 D램 공급을 제약하는 요인입니다. 시장조사업체인 트렌드포스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 등 글로벌 주요 3개 업체의 전체 D램 웨이퍼 투입량에서 HBM이 차지하는 비중이 지난해 말 약 18%에서 올해 22%, 내년 30%까지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업계에 따르면 HBM은 범용 D램보다 최대 3배가량 많은 웨이퍼 생산능력을 필요로 합니다. HBM 생산 비중이 커질수록 일반 D램에 배정할 수 있는 생산 여력은 줄어든다는 의미입니다.
이러한 공급 부족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가격 협상력에는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입니다. 트렌드포스는 올해 3분기 범용 D램 계약가격이 전 분기 대비 13~18%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주요 고객사들이 물량을 선점하기 위해 장기공급계약을 확대하고 있고, 계약을 못한 일부 고객사들은 물량 확보를 위해 더 높은 가격을 제시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문제는 공급 부족이 지나칠 경우 국내 업체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물량을 확보하지 못한 고객사가 경쟁업체로 주문을 분산하거나 장기적으로 공급망 다변화에 나설 가능성이 있습니다. 특히 AI 서버에는 HBM뿐 아니라 서버용 D램과 eSSD 등이 함께 필요한 만큼 특정 제품의 공급 차질이 전체 시스템 생산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지난달 26일 경기 수원시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26 차세대 반도체 패키징 산업전에 SK 하이닉스의 HBM4 제품이 전시돼 있다. (사진=뉴시스)
이는 PC와 스마트폰 등 전방산업의 원가 부담과 출하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습니다. 메모리 가격이 급등하고 물량 확보까지 어려워질 경우 완제품 업체들의 생산과 수익성이 흔들릴 수 있고, 전방 수요가 위축되면 메모리 업체들의 판매에도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습니다.
실제 트렌드포스는 올해 메모리 가격 상승분만 반영하더라도 주류 노트북의 소비자가격이 30% 이상 오를 수 있으며, CPU 가격 상승까지 더해질 경우 인상 폭이 40%에 육박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이 같은 부품 가격 부담으로 올해 글로벌 노트북 출하량은 전년 대비 9.4% 감소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스마트폰도 비슷합니다. 8GB·256GB 제품 기준 메모리 계약가격은 올해 1분기 전년 동기 대비 약 200% 상승했으며, 메모리가 전체 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기존 10~15%에서 30~40%까지 높아졌습니다. 올해 글로벌 스마트폰 생산량은 전년 대비 10% 감소할 것으로 예측됩니다.
업계에서는 공급 부족이 가격 협상력 확대에는 긍정적이지만, 물량 부족이 장기화될 경우 시장 전반의 부담도 커질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현재 고객사들이 요구하는 물량을 모두 충족하기 어려울 정도로 공급이 빠듯한 상황”이라며 “PC와 스마트폰 등에서는 메모리 가격 상승이 실제 완제품 가격과 출하량에 영향을 미치고 있어 전방 수요 위축도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박창욱 기자 pbtkd@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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