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화재 대안 찾는다…브레인드롭, 'TFNF'로 방염 시장 공략
"불을 격리한다"…배터리 화재 대응 새관점
중개무역 하던 비전공자에서 개발 뛰어들어 특허 4건 보유
몽골·말레이시아·태국서 먼저 진입…국내 제도 걸림돌
2026-09-16 17:04:31 2026-09-16 18:56:16
[뉴스토마토 변소인 기자] 리튬이온 배터리 화재로 열폭주가 발생하면 화염 온도가 일반 화재 시보다 높아 진압이 까다롭습니다. 친환경 소방 화학 소재 스타트업 브레인드롭은 이 불을 끄는 대신 격리하는 방법을 택했습니다.
 
지난 14일 김정훈 브레인드롭 대표가 서울 영등포구 본사에서 TFNF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사진=변소인 기자)
 
지난 14일 <뉴스토마토>와 만난 김정훈 브레인드롭 대표는 '끄는 것'에서 '격리하는 것'이라는 배터리 화재 대응의 새 관점을 제시했습니다. 브레인드롭이 개발한 무기염계 방염 소재 TFNF(Toxic-Free, Non-Flammable·무독성 무발화)를 입힌 파우치에 배터리를 넣으면 불꽃이 밖으로 빠져나오지 못합니다. 자체 열폭주 시험 40회 중 기록이 남은 20세션에서는 파우치 없이 730도까지 오른 화염이 파우치 안에서는 외피 온도 108도, 개방 화염 0건으로 나타났습니다.
 
김 대표는 “최근 배터리 화재가 많이 발생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관심을 갖고 있는데 대응 솔루션은 없는 실정”이라며 “화재 발생지부터 소화할 수 있는 곳까지 이동하는 시간 공백을 메꿔주는 제품이 TFNF”라고 설명했습니다.
 
브레인드롭의 핵심 기술은 물 기반 무기화합물을 목재·면직물·종이 같은 일상 소재에 함침(액체가 내부까지 배어들게 하는 것)시켜 타지 않게 만드는 기술입니다. 국내 등록특허 4건과 PCT(특허협력조약) 국제출원 2건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대표 제품은 보조배터리 열폭주 화재를 격리하는 TFNF 에어파우치, 건설·산업 현장용 방염스프레이, 목재·섬유·종이용 방염액입니다.
 
김 대표가 화학을 전공해왔던 것은 아닙니다. 김 대표는 오랫동안 중개무역을 하며 해외 기술을 국내에, 국내 아이템을 해외에 연결하는 일을 해왔습니다. 김 대표는 중개무역을 하며 언젠가는 자신의 기술, 자신의 제품을 갖고 싶다는 갈증이 생겼습니다. 그러다 지난 2023년 독일 뮌헨대 화학과·물리학과 교수 출신들로 구성된 네덜란드 로테르담 연구팀(브레인드롭 네덜란드)과 물 기반 무독성 방염 기술 협업을 시작하면서 방염 소재 개발에 뛰어들게 됐습니다.
 
지난해 1월 김해공항에서 발생한 에어부산 BX391편 화재에서 내놓은 지침은 보조배터리를 지퍼백에 넣으라는 것이었습니다. 김 대표는 2차 화재를 막으려는 지침이 오히려 2차 화재의 연료를 쥐여주는 모순이라고 봤습니다. 비행기 앞좌석 포켓의 구토 봉투를 본 그는 봉투에 TFNF를 함침시키면 누구나 쓸 수 있는 응급 대응 도구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지난해 2월부터 에어파우치 개발에 착수했습니다. 배합과 시험을 수없이 반복하며 지금은 방염액을 브레인드롭이 주도적으로 개발하고 있습니다.
 
지난 14일 서울 영등포구에 위치한 브레인드롭 본사에서 방염 테스트가 진행 중이다. (사진=변소인 기자)
 
TFNF의 핵심 원료는 인산일암모늄 같은 자연 유래 무기화합물입니다. 표면에 바르는 방식이 아니라 섬유 내부까지 스며들게 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열에 닿으면 소재가 타지 않고 숯처럼 굳는 탄화층을 만들어 열과 산소를 물리적으로 차단합니다. 1세대 할로겐계 방염제는 성능은 강했지만 연소 시 다이옥신 같은 독성가스를 배출해 2009년 스톡홀름 협약에서 제거 대상에 올랐고 유럽연합(EU)은 지난해 11월 기준을 강화했습니다. 2세대 유리섬유·실리카 소재는 타지는 않지만 파손되면 미세 파편이 나와 피부와 호흡기를 자극하고 냉각 기능이 없어 속열이 쌓이는 한계가 있습니다. 김 대표는 "안 탄다와 안전하다는 다른 말"이라며 "브레인드롭은 그 둘을 한 소재에서 해결하게 됐고 그것이 3세대라고 부르는 이유"라고 설명했습니다.
 
각종 배터리 사고가 잇따르면서 규제 지침이 나오고 있지만 화재 대응에 관한 지침은 부재합니다. 김 대표는 "규제는 넣지 마라, 쓰지 마라 쪽으로만 강화돼 왔다"며 "정작 불이 붙은 뒤에 무엇으로 막을 것인가에는 답이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국내 진입의 걸림돌은 기술이 아니라 제도입니다. 몽골은 면직·목재·가죽 같은 소재 단위로 화재 등급을 매기는 제도가 있어 TFNF의 진입이 가능했습니다. 반면 한국은 소재가 아니라 완제품 품목 단위로 형식승인을 하는데 그 품목표에는 '배터리 격리 파우치'라는 항목 자체가 없습니다. 김 대표는 "승인을 받지 못한 게 아니라 받을 항목이 없는 것"라고 했습니다. 브레인드롭은 소재 안전성 3자 시험을 마쳤고 현재 FITI 공인시험을 진행 중입니다. 오는 2027년까지 재난안전제품 인증과 혁신제품 지정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동시에 '수동형 화염 격리 소방용품'이라는 새 품목 기준을 만들 것을 관계 당국에 제안하고 있습니다.
 
국내 제도가 정비되기 전 검증은 해외에서 먼저 이뤄지고 있습니다. 몽골에서는 국립재난연구원으로부터 화재 형식승인 3종을 받았고 전통 가옥 게르 3000개에 시범 도포하는 사업이 2027년도 예산안에 반영 중입니다. 말레이시아에서는 항공기술표준협회 MASSA와 사업협력 MOA(양해각서)를 체결해 민간항공청(CAAM)으로 가는 규제 관문을 확보했습니다. 태국에서는 항공청(CAAT)이 에어아시아와 함께 보조배터리 파우치 의무화 방안을 추진 중입니다. 튀르키예에서는 TS EN(튀르키예 표준규격) 3자 시험을 마쳤습니다.
 
초기 매출은 에어파우치가 이끌 예정입니다. 항공사가 승객에게 무상 배포하거나 기내에서 판매하는 구조라 한 곳과 계약이 체결되면 물량이 월 단위로 반복됩니다. 저비용항공사 무상 배포용 종이형과 어메니티·리테일용 면직형으로 나눠 양산 체계를 갖췄습니다. 김 대표는 "종이형은 저비용항공사 기내 생수 한 병 수준으로 설계했다"고 말했습니다. 방염스프레이는 몽골 울란바토르 이마트 6개 지점에서 판매 중이며 방염액은 조달청 세부물품 '무기염계 방염제' 분류를 확보해 공공조달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김 대표는 국내에서 FITI 공인시험을 거쳐 2027년 재난안전제품 인증과 혁신제품 지정, 공공조달과 소방청 보급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배터리 격리 파우치’라는 기준을 만드는 것이 목표입니다. 사업 영역은 항공에서 철도·호텔·다중이용시설·가정으로 넓힐 계획입니다. 장기적으로는 동남아 항공사와 각국 민간항공청, 국제민간항공기구(ICAO)를 통해 기내 배터리 격리 장비 기준을 세계 표준으로 확산하겠다는 그림을 그리고 있습니다.
 
김 대표는 "한지와 태극 같은 한국의 전통을 입힌 안전 제품이 전 세계 하늘 위를 날아다니는 것, 그게 브레인드롭의 꿈"이라고 전했습니다.
 
변소인 기자 bylin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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