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장관·공소청장·중수청장 '트리플 공백'…개청 D-7 초유의 사태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 19일 전격 자진 사퇴
공소청장·중수청장도 공석…개청 앞두고 수장 공백
피해는 직원과 국민들에게…"혼란스럽고 답답하다"
2026-09-20 15:29:06 2026-09-20 17:17:04
[뉴스토마토 유근윤 기자]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됐던 김승원 민주당 의원이 전격 자진 사퇴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8일 기자회견에서 김 전 후보자 임명 여부에 대해 "아직 최종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며 유보적 입장을 밝힌 지 불과 하루 만입니다. 형사사법 체계 대전환을 코앞에 둔 현장은 혼란에 휩싸이게 됐습니다. 검찰청 폐지와 공소청·중대범죄수사청 출범을 실근무일 기준 일주일 앞두고 법무부 장관·공소청장(검찰총장)·중수청장 세 자리가 모두 공석인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기 때문입니다. 직제안 확정부터 인력 구성까지 어느 것 하나 완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개문발차'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법조계 안팎에서 커지고 있습니다.
 
김승원 전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마치고 이동하고 있다. 이날 김 전 후보자는 후보직을 사퇴했다. (사진=뉴시스)
 
20일 <뉴스토마토> 취재를 종합하면, 김 전 후보자가 사퇴를 발표하기 불과 하루 전인 18일 오후까지만 해도 법조계와 정치권에서는 임명 강행 쪽에 무게가 실려 있었습니다. 익명을 요구한 정부 관계자는 김 전 후보자의 임명 가능성을 낙관했고, 정치권 관계자 역시 "일단 여당 주도로 법무부 장관은 인선될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습니다. 지난 17일 민주당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김 전 후보자의 인사청문경과보고서가 채택되면서, 남은 절차는 대통령의 임명 재가뿐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습니다. 
 
이 대통령이 18일 오전 회견에서 "국민 검증 과정에서 벌어진 여러 사안과 지적들, 후보자가 가진 역량과 국민의 눈높이 등을 고려해 신중하게 결정하겠다"며 한발 물러섰지만, 김 전 후보자의 임명에 대한 전망은 크게 흔들리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분위기는 하룻밤 사이 뒤집혔습니다. 19일 KBS 보도에 따르면, 법사위 보고서가 채택된 17일 김 전 후보자의 지명 철회를 촉구하는 전직 보좌진들의 탄원서가 청와대에 전달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탄원서에는 과거 술자리 성추행 의혹 무마 정황과 추가 음주운전·상습 폭언 의혹 등이 담긴 것으로 전해집니다. 김 전 후보자 측은 "청와대로부터 연락받은 사실이 없다"며 탄원서 관련 소문 자체가 사실과 다르거나 과장됐다고 반박했습니다.
 
김 전 후보자는 19일 오전 국회 기자회견에서 "어제 대통령 기자회견을 보며 결심을 굳혔다"며 "민생을 살피고 개혁을 완수해야 할 정부에 작은 부담을 더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고 사퇴 배경을 알렸습니다. 청와대는 즉각 "후보자의 결정을 존중한다"며 "국정 부담을 줄이고자 후보자가 결정한 것으로 이해한다"는 입장을 냈습니다.
 
정부의 2차 중앙행정기관 이전 추진 방향을 발표한 지난 3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깃발이 펄럭이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 전 후보자 사퇴 여파는 법무부 장관 한 자리에 그치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법무부 장관을 비롯해 공소청장·중수청장 등 기관의 수장들이 공석으로 남게 됐기 때문입니다. 애초 검찰개혁을 설계하는 과정에서부터 장관은 물론, 공소청·중수청의 초대 수장 인선은 조직의 '그립감'을 좌우할 최우선 변수로 꼽혀왔습니다. 첫 수장이 누구냐에 따라 수사 방향, 조직 대외 관계, 나아가 검찰 잔류 인력의 이동 여부까지 갈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정작 개청을 코앞에 두고 이 세 자리가 모두 비어 있는 상태입니다.
 
폐지를 앞둔 검찰 내부는 혼란과 불안감이 감지됩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차장검사는 "공소청장 인사청문회 관련 후보 추천위원회도 아직 안 잡혔다. 추석 연휴를 제외하고 실 근무일로 따지면 일주일 남았는데, 현장은 답답한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수사관들 직제뿐만 아니라, 검찰청 내 각 부서의 직제가 아직도 안 나와서 직원들은 혼란스러워 하고 있다"며 "(직제안의 경우) 큰 틀은 나왔지만 조정이 필요한 상황이고, 그게 정해져야 후속 인력 배분도 정해질 텐데 아무것도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채용 공고 등 후속 절차도 줄줄이 밀려 있어 조직 완성도에 대한 우려가 크다는 설명입니다.
 
법무부는 지난 4일 '공소청과 그 소속기관 직제' 제정안을 입법예고했지만, 세부 부서 직제와 검사정원법 시행령 개정 등 후속 절차는 여전히 진행형입니다. 지난 13일 고위당정협의회에서는 논란이 된 '사법통제부' 명칭을 '불송치사건심사부'로 바꾸고 형사기획관·중대범죄수사기획관 직제는 폐지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으며, 검사 정원 조정 문제도 "확정적 결론을 내리지 않았다"며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는 선에서 결론을 미뤘습니다. 
 
공소청장(검찰총장) 인선은 첫 단계인 후보추천위원회 구성조차 이뤄지지 않은 상태입니다. 후보추천위가 3명 이상을 추천하면 법무부 장관이 이 중 1명을 임명 제청한 뒤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야 하는데, 첫 단추부터 끼우지 못한 셈입니다. 게다가 검사 인사는 검찰총장의 의견을 들어 법무부 장관이 제청해야 하는데, 검찰총장과 법무부 장관 두 자리가 모두 공석이니 이 역시 답보 상태입니다. 이에 한 부장검사는 "장관도 없고, 공소청장도 없으니 검찰은 거의 빈집 털이 당한 것처럼 분위기가 굉장히 안 좋다"며 조직 내 위기감을 전했습니다. 
 
김지용 중대범죄수사청장 후보자가 지난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창성동 별관에서 최근 현안 관련 입장 표명을 마친 후 취재진의 질문을 듣고 있다. (사진=뉴시스)
 
중수청 상황도 마찬가지입니다. 중수청법상 5급 이상 수사관은 중수청장의 추천을 거쳐 1·2급은 대통령이, 3~5급은 행안부 장관이 최종 임용하는 구조입니다. 그런데 추천권자인 김지용 중수청장 후보는 임명 제청만 됐을 뿐 국회 인사청문 요청안조차 제출되지 않은 상태여서, 상위 직급 인선은 시작도 못 한 상태입니다.
 
중수청 인사청문준비단 관계자는 "저희도 지금 (청장 인선을) 기다리고 있다"며 "1순위로 기다리는 게 청문 요청 절차인데, 그 절차가 진행돼야 후속 준비를 할 수 있는 상태"라고 했습니다. 5급 이상 수사관 인사는 청장의 추천이 있어야 절차가 시작되는 구조라 청장 인선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습니다. 다만 6급 이하 수사관에게는 개별 임용 통보가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유근윤 기자 9nyoo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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