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사건 어떻게 됐나요"…'깜깜이' 수사에 피해자들 '분통'
인지수사·다수 피해사건서 피해자 등록 누락
법률전문가 "피해자 등록·통지 기준 보완해야"
2026-09-29 14:53:30 ㅣ 2026-09-29 15:09:53
김종철 경찰청장 직무대행이 지난 17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열린 '경찰개혁 국민경청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송정은 기자] 범죄 피해자가 정작 자신이 피해를 입은 사건의 수사·재판 진행 상황을 제때 알지 못하는 일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특히 경찰의 '인지수사'나 피해자가 수백 명에 이르는 대형 사건에서는 일부 피해자가 전산상 피해자로 등록되지 않아 사건 진행 과정에서 소외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지난 2월 <뉴스토마토>가 보도한 태국 피싱 조직 '룽거컴퍼니' 사건이 대표적입니다. 피해자들이 검찰에 확인한 결과, 경찰이 조직원들에 대한 추가 수사를 벌여놓고도 정작 피해자 등록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일부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 재판까지 진행된 뒤에야 이를 알게 됐습니다. 당시 사건 담당 경찰은 29일 "실무상 수백 명에 이르는 피해자들을 입력할 수 없었다"며 물리적 한계가 있었다고 털어놨습니다. 
 
수사 부서 근무 경험이 있는 한 경찰 관계자는 "통보가 안 됐다는 것은 피해자로 잡히지 않았다는 얘기"라며 "피해자로 잡히면 자동으로 통보가 가게 돼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다수의 피해 사건에서는 현실적인 어려움도 있다고 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피해자가 100명인데 100명을 만나서 다 조사하면 좋지만 (현실적으로는) 무리가 따른다"며 "인원도 한정돼 있고 피해자들도 바로 연결되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피해자가 많으면 우편이나 서면 등을 활용하지만 수백 명 규모에서는 이 역시 한계가 있다"고 했습니다.
 
인지수사 피해자 통지는 언제부터?
 
현행 경찰수사규칙 제11조는 피해자에게 수사 진행 상황을 통지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다만 통지 시점을 '신고·고소·고발·진정·탄원에 따라 수사를 개시한 날' 등을 기준으로 두고 있어, 경찰이 먼저 수사를 시작한 뒤 피해자를 특정한 인지사건의 경우 통지 시점이 명확하지 않다는 지적입니다.
 
유기환 법률사무소 뉴스 대표변호사는 "인지사건에 정기 통지 의무가 직접 적용되는지는 문언상 다소 불명확하다"면서도 "피해자가 특정된 시점부터는 통지 의무가 발생한다고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피해자가 수백 명이라는 사정도 현행 규정상 통지를 하지 않을 수 있는 사유에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박영재 법률사무소 신언 대표변호사도 "피해자가 등록되지 않을 경우 단순한 행정상 오류를 넘어 사건의 진행과 종결을 파악할 수 있는 정보 접근권이 실질적으로 제한된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불송치·불기소에 대한 불복이나 재판 참여, 배상명령 등 피해 회복 절차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경찰도 피해자 통지 개선 논의
 
피해자 통지 문제는 최근 경찰개혁 과정에서도 제기됐습니다. 지난 17일 경찰개혁 국민경청회에서는 관계성 범죄 피해자가 위험에 대비할 수 있도록 수사 진행 상황을 제대로 알려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습니다. 경찰개혁 제도개선팀 관계자는 "수사 결과를 중간중간 통지해야 위험성으로부터 대비할 수 있다는 의견이었다"며 "일선 수사관에 관련 교육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로 답변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현재 경찰의 개선 논의가 관계성 범죄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는 만큼, 일반 인지사건이나 다수 피해 사건의 피해자 등록·통지 기준을 보다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유기환 변호사는 "현행 제도는 피해자로 등록된 이후의 통지는 규정하고 있지만 누구를 언제 어떻게 피해자로 등록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다소 불명확한 부분이 있다"며 "인지사건과 다수 피해 사건을 포괄할 수 있도록 기준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송정은 기자 johnnyso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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