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통합과 개헌, 대통령 손에 달렸다
2026-10-02 06:00:00 ㅣ 2026-10-02 06:00:00
진영 정치가 아닌 통합 정치의 어려운 길을 택한 이재명 대통령에게 안팎의 격려와 동참이 있어야겠다.
 
민주주의 헌정 시절의 역사에서 노태우정권과 김대중정권 때 가장 많은 일을 해냈다. 노태우 대통령 때의 3당 합당은 인위적 정계 개편이었고, 김대중 대통령의 DJP 연합은 선거 연합이었지만, 그 위력은 컸다.
 
노태우 대통령은 1990년을 전후해서 북방 정책·남북한 UN 동시 가입·남북기본합의서 채택,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추진, 신국제공항 건설 계획, 최저임금제도 및 토지공개념과 지역의료보험제도 도입 등을 이루어냈다. 김대중 대통령 또한 IMF 외환위기 극복, IT 벤처기업 육성, 한일 파트너십 공동선언 및 문화개방, 노사정위원회 설립, 개성공단·금강산 관광, 전 국민 국민연금과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등을 추진했다.
 
그들은 각각 김영삼정권과 노무현정권을 재창출했다. 반면 가짜 통합 정치로 대통령의 반열에까지는 올랐지만, 탄핵과 수감으로 마감하게 된 세 대통령이 있었다. 이들은 통합 정치를 선거 승리의 술책으로만 사용했다.
 
통합 정치를 오·남용한 대표적 사례로 박근혜 대통령을 꼽을 수 있다. 선거기간에 보수 후보임에도 ‘경제민주화’를 선점하고 김종인을 영입하는 깜짝쇼를 연출했다. 경제민주화는 상당한 선전 효과를 가져왔으나 보수 진영 정치와 측근 정치에 매몰되면서 개성공단 철수까지 감행했던 박 대통령은 사상 최초 탄핵 대통령으로 사라졌다.
 
이명박 대통령 또한 선거기간 내내 실용 정부를 표방하면서 압승을 거두었으나, 당선되자마자 통일부 폐지 선언을 하고 진영 정치의 본색을 드러냈다. 불통 정치의 대명사 윤석열은 안철수 후보와의 단일화를 통합 정치로 둔갑시켜 선거 막바지 캐치프레이즈로 내걸기도 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말했던 ‘구조적 다수’는 단순히 지지층을 확대·결집해 만들어지는 수적 우위가 아닌, 지지하지 않았던 국민까지 국정의 공정성과 유능함을 신뢰하는 것을 목표로 했을 것이다. 집권 여당이 비전 경쟁이 아닌 계파 정치의 소모전을 일삼을 경우, 대통령을 과반 이상으로 지지해 주었던 일반 국민은 전당대회를 “그들만의 리그”, 즉 민주당 내전으로 보고 외면하게 될 것이다.
 
집권 여당이 된 이후에는 기존 지지층의 결집만으로는 부족하다. 진보 정치와 함께 중도·보수의 목소리를 담아낼 정치적 공간도 필요하다. 이것이 통합 정치가 대통령을 바쁘게 하는 이유다. 무능하고 게으르거나 국사를 즐거워하지 못하는 위정자는 통합 정치를 하기 어렵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월16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열린 정당 지도부 초청 오찬에서 각 정당 대표들과 인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통합 정치의 힘이 개헌으로 연결될 때 가장 이상적이다. 4·19 혁명과 6·10 항쟁 이후 정치권은 시대적 요구에 따라 개헌을 이루어냈다. 두 차례에 걸친 촛불혁명의 힘을 개헌으로 연착륙시키지 못한 것은 시대적 사명을 방치·폐기한 것으로 다시금 그 불씨를 살려야 한다.
 
지금 대한민국에서 개헌의 불씨를 되살릴 이는 대통령밖에 없다. 특히 자신의 정치적 이해와 무관한, 국민을 위한 개헌을 요청한 마당에 앞으로 개헌은 대통령의 시간일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국민 대표인 대통령으로서 ‘왜 지금 개헌을 해야 하는가’에 대해 명확한 질문과 답을 지속적으로 내놓는 것이다.
 
“…현행 헌법은 5년 단임제로서 장기 집권 독재를 막았으나 민주주의와 삼권분립을 훼손한 유신과 5공헌법의 잔재가 남아있다. 국민에게 선출권만 있고 심판권이 없어서 4년 연임 대통령제를 채택하는 것이 가장 적합하다. 5·18 전문 수록, 비상계엄 절차 엄격화, 지방분권 외 지역소멸·저출생·주거 문제에 대한 국가 의무를 명기하여 정치권만이 아닌 국민을 위한 개헌을 할 때다”라고.
 
최종적으로 중요한 것은 통합과 개헌의 양(量)인데, 큰 욕심은 화를 부르는 법, 퍼낼 만큼 삽질하듯 하면 될 것이다.
 
박상철 (사)미국헌법학회 이사장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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