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비웠지만 착공은 까마득)②(현장+)이주 끝났지만…사업장마다 '제각각'
철거 끝나도 심의·계약 남아…착공까지 이어지는 대기
심의·보완 거치며 늦춰진 일정…조합 "시간과의 싸움"
2026-10-23 16:16:56 ㅣ 2026-10-23 16:16:56
22일 서울 구로구 오류동 현대연립 주택재건축정비사업지에 이주가 완료되었으나 철거는 시작되지 않았다. (사진=박선영 기자)
 
[뉴스토마토 박선영 기자] 조합원 이주를 마친 서울 재개발·재건축 사업장들이 철거와 심의, 계약 등 서로 다른 단계에 머물며 실제 착공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현장에서는 심의와 보완 절차가 길어져 다음 단계로 넘어가지 못하는 일이 반복되고, 착공을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금융비용 부담도 이어진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23일 <뉴스토마토>가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국회 제출자료에 포함된 서울지역 착공 지연 사업장 9곳을 대상으로 현장과 조합, 지자체 등을 취재한 결과, 조합원 이주가 완료된 이후에도 실제 공사에 들어가기까지 남은 절차는 사업장별로 차이를 보였습니다. 철거 중인 곳이 있는가 하면, 철거를 마치고도 심의나 공사비 계약 등을 진행하는 곳도 있었습니다.
 
철거 90% 넘어도 착공은 내년…현장마다 다른 사정
 
서울 강북구 미아4재정비촉진구역은 건축물 철거가 상당 부분 진행됐지만 폐기물 반출 등의 작업이 남아 있습니다. 조합 관계자는 건축물 철거는 90%를 넘었지만 폐기물 반출까지 고려하면 전체 공정은 60~70% 수준이라고 설명했습니다. HUG가 지난 9월 말 기준으로 파악한 변경 착공예정일은 올해 12월이지만, 조합은 내년 중반을 예상하고 있습니다.
 
같은 강북구의 미아3재정비촉진구역은 건축물 철거가 약 90% 진행됐고 착공은 내년 하반기로 예상됩니다. HUG에 제출된 변경 착공예정일인 2027년 7월과 대체로 비슷합니다. 조합 관계자는 초기 사업비·이주비 대출 당시 제출한 일정과 현재 착공계획이 달라져 그 사유를 회신한 것으로, 특정 문제가 발생해 착공이 지연된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습니다.
 
구로구 오류동 현대연립은 조합원 이주를 마쳤지만 22일 현장은 철거 시작 전이었습니다. 정비계획 변경에 따른 통합심의 등 후속 절차가 진행 중인 곳으로, 사업성을 높이기 위한 조율과정이 필요해 시간이 걸렸다고 조합은 설명했습니다. HUG가 파악한 변경 착공예정일은 2027년 12월입니다.
 
철거를 끝낸 사업장도 곧바로 본공사에 착수하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성북구 신월곡1구역은 철거를 100% 완료했지만 본공사에 들어가지 않았습니다. 조합 관계자는 오는 12월 착공신고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은평구 수색8구역도 철거를 마치고 심의를 진행 중입니다. 조합은 이달 말 심의 완료, 11월 말에서 12월 사이 착공을 예상하고 있어 HUG의 변경 착공예정일인 올해 10월보다 늦어질 전망입니다.
 
서초구 방배13구역 역시 기존 건축물 해체를 완료한 상태입니다. 다만 구체적인 착공일은 확정되지 않았습니다. 서초구청은 연내 착공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으며, HUG 자료에서 지연 사유로 제시된 오염토 처리 문제가 모두 마무리됐는지는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착공신고가 본공사 시작을 뜻하는 것도 아닙니다. 관악구 신림2구역은 지난 5월 6일 착공신고를 마쳤지만 공사비 계약과 조합원 동의 등 후속 절차가 남아 있습니다. 종로구 신영1구역도 착공신고를 완료했으나 시공사 변경 절차가 마무리되지 않아 본공사 착수를 앞두고 있습니다.
 
동작구 노량진5구역은 지난 9월 말 HUG 자료상 철거공사 진행 중인 사업장으로 분류됐습니다. 현장 인근 공인중개사는 사업부지 내 종교시설의 이주 협의가 늦어졌지만 현재는 관련 문제가 해결돼 철거가 진행 중이라고 전했습니다. 조합의 최신 착공 일정은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22일 서울 은평구 수색8구역은 철거가 완료되고 착공을 준비하고 있다. (사진=박선영 기자)
 
심의 보완·법령 적용 혼선에 시간 지체…현장선 절차 개선 요구
 
현장 관계자들은 공통적으로 심의·협의에 소요되는 시간을 문제로 꼽았습니다. 한 단계에서 보완 요구가 나오면 이를 처리한 뒤에야 다음 절차로 넘어갈 수 있고, 담당자가 바뀌면 사업 내용을 다시 검토하는 시간도 필요하다는 설명입니다.
 
한 정비사업 조합 관계자는 "그거 하나가 안 되면 우리가 다음 단계를 못 나가요"라며 행정절차 간소화를 체감하기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심의 과정에서 제출자료와 협의사항이 오히려 세분화됐다는 의견도 나왔습니다.
 
법령 개정 과정에서 발생하는 업무 지연도 개선이 필요한 부분으로 꼽혔습니다. 미아3구역 조합 관계자는 관련 법령이 바뀔 때 기존 규정과 새 규정 중 무엇을 적용할지 판단하는 과정에서 업무가 몇 달씩 늦어지는 경우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다른 조합 관계자는 행정 담당자 교체 이후 업무를 다시 파악하는 데 시간이 걸린다고 지적했습니다.
 
다만 지연 책임을 지자체에 일률적으로 돌리기는 어렵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한 조합 관계자는 구청과 서울시가 협의 의견을 신속하게 전달하려 노력하고 있다면서, 여러 기관의 심의와 협의를 순서대로 진행해야 하는 구조가 문제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처럼 착공까지 시간이 늘어나는 동안에는 이미 실행된 사업비·이주비 대출의 이자 부담도 이어집니다. 조합 관계자들은 사업 일정의 지연이 비용과 연결되는 만큼 심의·보완 절차를 효율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HUG는 국회에 제출한 답변에서 사업비보증 승인 이후 진행 상황을 매월 점검하고, 6개월 이상 착공이 지연되면 중점 관리한다고 밝혔습니다. 1년 이상 지연되면서 대출원리금 상환에 차질이 예상될 때는 사업성을 재검토한다는 설명입니다.
 
이주를 마친 현장이 실제 주택 공급으로 이어지려면 착공예정일 관리뿐 아니라 철거·심의·계약 등 현장별로 남은 절차를 확인하고, 단계 사이의 대기시간을 줄이는 일이 중요하다는 지적입니다.
 
박선영 기자 sunny617@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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