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의 월세화…서민 부담 크게 늘었다
서울 월세 비중 65.1%…전문가 "보유세 인상 시 월세에 부담 전가"
2025-11-17 14:48:45 2025-11-17 17:04:47
 
[뉴스토마토 홍연·송정은 기자] 이재명정부 출범 후 서울 주택 임대차 시장에서 '전세의 월세화' 현상이 이전 정부들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17일 법원 등기정보광장 통계에 따르면 이재명정부 출범 초기 5개월(지난 6~10월) 동안 서울에서 체결된 월세 계약은 23만830건으로 전체 임대차 거래의 65.1%를 차지했습니다. 같은 기간 전세 계약은 12만3770건(34.9%)에 그쳤습니다.
 
이는 문재인·윤석열 정부 출범 초기와 비교해도 월세 비중이 가장 높은 수치입니다. 문재인정부 출범 초기 5개월(2017년 5월~9월)에는 월세 비율이 42.8%(10만1355건)에 불과했고, 전세가 57.2%(13만5473건)로 더 많았습니다. 윤석열정부 초기(2022년 59월)에는 월세 54.7%(20만112건), 전세 45.3%(16만6044건)로 전월세 비중이 역전됐습니다. 
 
정부가 바뀔 때마다 월세 비중은 평균 10%포인트 이상씩 증가했고, 전세 비중은 같은 폭으로 하락했습니다. 특히 이재명정부 들어 전세 거래가 윤석열정부 초기 대비 25.5% 급감한 반면, 월세는 15.4% 늘며 전월세 전환 속도가 더욱 빨라졌습니다. 
 
(그래프=뉴스토마토)
지난달 10일 서울 마포구의 한 부동산에 물건 안내문이 붙어 있다. (사진=뉴시스)
 
이러한 변화는 각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누적된 결과로 분석됩니다. 문재인정부는 다주택자 종부세율을 최대 6%까지 올리고 공시가액 반영 비율도 90%로 높였는데요. 세금 부담이 커진 임대인들이 이를 충당하기 위해 전세를 월세로 전환했고, 이는 전세 공급 감소로 이어졌습니다. 
 
윤석열정부에서는 전세사기 여파와 전세대출 규제 강화로 전세 시장 위축이 본격화했습니다. 이재명정부는 지난 6월 가계대출 규제를 통해 전세대출 보증 비율을 90%에서 80%로 낮췄고, 10월에는 갭투자를 원천 차단하는 대책을 내놨습니다. 실거주 의무가 따르는 토지거래허가구역도 대폭 확대했습니다. 

월세 전환 속도 빨라져…주거비 부담도 가중
 
전세의 월세 전환은 구조적 추세지만, 현 정부 들어 그 속도가 빨라지면서 서민 주거비 부담도 가중되고 있습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 시스템에 따르면 서울 9월 평균 월세는 144만3000원을 기록하며 지난해 대비 14.2% 상승하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9월 기준으로 2021년 122만8000원이던 월세는 지속적으로 상승해 2022년 126만5000원, 2023년 125만5000원, 2024년 132만7000원으로 나타났습니다. 4인 가구 기준 중위소득이 609만8000원인 것을 감안하면 소득의 23.7%가 월세로 지출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강남권을 넘어 외곽 지역에서도 월세 300만원에 달하는 계약이 체결되면서 서울 전역으로 월세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 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 서울 아파트 중 월세 1000만원 이상으로 계약된 건수는 194건으로 집계됐습니다. 
 
성동구 성수동1가 '트리마제' 전용 84㎡는 보증금 1억원, 월세 1200만원에 거래가 완료됐고, 용산구 한남동 '르가든더메인한남' 전용 222㎡는 보증금 40억원, 월세 1400만원에 거래됐습니다. 강남뿐 아니라 노원구 중계동 '건영3차' 전용 84㎡는 보증금 6000만원, 월세 300만원에 거래됐습니다. 또 중계동 '롯데우성' 전용 101㎡는 보증금 1억원, 월세 250만원에 세입자를 들였습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전월세 전환이 단기 현상이 아닌 구조적 변화라고 진단했습니다. 
 
심형석 우대빵부동산 연구소장은 "최근에는 전세 자금을 월세로 전환해 주택을 매입하는 방식이 일반적인 투자 전략으로 자리 잡고 있다"며 "전세 매물이 줄어든 데다 고금리와 대출 규제가 맞물리며 실수요자들도 월세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월세가 저소득층만의 주거 형태가 아니라 자산가들도 활용하는 주류 임대 방식으로 바뀌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동현 하나은행 부동산자문센터장은 "전세에서 월세로의 전환은 구조적 흐름이며, 한국 고유의 전세 제도가 약화하고 있는 과정"이라며 "서울 아파트 수요는 높지만 신규 입주 감소와 규제로 전세 매물이 줄면서 월세화가 가속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월세 비중 확대는 문재인정부 때 임대차 3법과 다주택자 규제로 전세 공급이 위축되면서 시작됐고, 현 정부 들어 전세자금 대출 조건 강화로 중저가 전세 수요가 월세로 흡수되는 구조"라고 진단했습니다. 
 
향후 보유세나 양도소득세 부담이 커질 경우 임대인이 이를 월세에 전가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입니다. 
 
이은형 위원은 "세입자의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는 환경에서 정책 당국의 세심한 조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홍연·송정은 기자 hongyeon1224@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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