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정세현 "핵협의체 '속 빈 강정'…미국에 손발 다 묶였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NCG, 제2의 한미 워킹그룹에 불과"
"미국, 한국 남북관계 손묶어…'플래닝' NPG와 같을 수 없어"
2023-04-27 16:56:52 2023-04-27 18:51:16
정세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이 2021년 8월 31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2021 한반도국제평화포럼에 참석해 남북 기본합의서 30주년 평가 및 남북관계 비전을 주제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윤혜원 기자]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정상회담을 계기로 확장억제 협의체인 ‘핵협의그룹(NCG)’ 설립을 선언한 데 대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식 핵기획그룹(NPG)에 한참 못 미친다”며 “속 빈 강정에 불과하다”고 평가했습니다.
 
"핵협의그룹, 제2 한미 워킹그룹에 불과"
 
정 전 장관은 27일 본지와 한 전화인터뷰에서 “실제 핵 사용 결정은 미국 대통령이 하더라도 나토 국가들이 핵을 쓸 것인지, 말 것인지 ‘플래닝(Planning)’하는 데 가담하는 NPG와 ‘컨설터티브(Consultative)’라는 단어를 쓴 NCG는 전혀 다른 뜻”이라며 이렇게 밝혔습니다.
 
정 전 장관은 NPG와 NCG의 차이점에 대해 “플래닝은 행동으로 들어가기 직전 단계를 뜻하지만, 컨설터티브는 그보다 약한 의미”라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NCG를 두고 “미국이 핵 문제, 즉 핵 배치 내지는 핵 사용 등과 관련해 한국의 대북관계나 대외관계를 총괄하는 일종의 제2의 한미 워킹그룹(실무협의체)에 불과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정 전 장관은 “(전 정부에서) 남북 정상회담이 이뤄진 뒤 미국이 남북관계 속도 조절을 위해 2018년 만든 것이 한미 워킹그룹”이라며 “당시 한국은 ‘원스톱’ 형식의 대북 지원을 받아내리라 보고 한미 워킹그룹 구성에 동의했지만, 그때부터 미국이 (한국의 대북 지원에) 발목을 잡아 이듬해 (한국이) 북한에 독감약도 보내지 못하게 만들었다”고 설명했습니다.
 
"남북 관계에 미국 개입 커질 것"
 
정 전 장관은 “북한의 여러 대외 활동이 핵과 관련됐다고 보고 한미의 국가안보회의(NSC) 차원에서 협의한다며 미국이 한국의 손을 묶는 핵 협의체를 하나 만들고 온 것”이라고 규정했습니다. 그러면서 “남북관계에서 미국이 한국에 간섭할 여지를 열어두는 수준을 넘어, 한미 워킹그룹에서 잡혀버린 발목에 더해 손까지 묶여버린 것”이라고 강변했습니다.
 
이날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워싱턴 선언을 두고 ‘한미 관계의 퀀텀점프’, ‘사실상 전술핵 재배치 같은 효과’라고 언급한 데 대해 정 전 장관은 “보수층에서 주장하는 전술핵 재배치와 독자 핵 개발을 막기 위해 만든 것이 NCG인데, 어떻게 NPG와 같을 수 있겠느냐”라며 “억지 춘향”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아울러 김 대표가 NCG를 놓고 ‘한국이 미국과 핵 정보를 사전 공유하고, 핵전력 기획부터 실행 단계까지 한국이 참여한다’고 한 데 대해서도 정 전 장관은 “애당초 김 대표가 얘기한 협정의 전례는 없으며, 미국이 그렇게 해주지도 않을 것”이라며 “NPG가 대포라면, NCG는 면도칼을 얻어온 셈”이라고 반박했습니다.
 
윤혜원 기자 hwyoo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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