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백아란 기자] 주택 매매시장의 ‘선행 지표’로 꼽히는 빌라 경매 낙찰률(경매물건 중 낙찰된 물건의 비율)이 역대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는 등 추락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고금리에 따른 이자 부담이 큰 상황에서 집값이 전세보증금보다 더 떨어지는 ‘깡통 전세’나 ‘전세사기’에 대한 우려가 반영되면서 빌라 경매에 대한 수요가 감소한 결과로 분석됩니다.
서울시내 아파트 전경
2일 법원경매 전문기업인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지역 빌라 경매 낙찰률은 8.70%로 집계됐습니다. 경매에 나온 빌라 10채 중 9채는 주인을 찾지 못하고 유찰됐다는 얘기입니다.
서울 빌라 경매 낙찰률은 지지옥션이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01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종전 최저치였던 3월(9.60%)에 견줘도 0.90%포인트 하락한 상태입니다. 금리 인상으로 부동산시장이 침체된 상황에서 ‘빌라왕 사태’ 등 깡통전세에 대한 우려까지 겹치면서 빌라 수요가 줄어든 까닭으로 해석됩니다.
실제 최근 한달 간 진행된 빌라 경매건수는 820건으로 작년 4월(342건)에 비해 140% 가량 늘었지만, 낙찰건수는 107건에서 71건으로 쪼그라들었고 평균응찰자도 3.60명에서 2.79명으로 줄었습니다.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은 81.20%를 기록했습니다.
예컨대 감정가 1억원 빌라가 8120만원에 낙찰됐다는 의미입니다. 같은 기간 인천 빌라 낙찰률은 21.60%로 두달 연속 하락세를 보이고 있으며 경기도는 19.70%의 낙찰률에 68.70%의 낙찰가율을 나타냈습니다. 인천과 경기도의 낙찰가율은 각각 70.50%, 68.70%로 나왔습니다.
(표=뉴스토마토)
연립주택과 오피스텔·빌라 등을 대거 사들여 전세사기 행각을 벌인 이른바 ‘빌라왕’ 사건으로 전세사기와 깡통전세에 대한 우려가 반영된 결과로 해석됩니다. 고금리로 인한 이자 부담과 매매가격 하락세가 이어지면서 경매시장에 대한 수요도 부진한 실정입니다.
KB부동산의 전세수급동향을 보면 지난 24일 기준 전국 전세수급지수는 76.7로 2년 전인 167.1(21년 4월26일 기준) 대비 반토막 났으며 전세거래 지수 또한 15.5에서 15.2로 감소했습니다. 전세수급지수는 0~200 사이로, 낮을수록 수요 부족을 의미합니다.
최근 전세사기 피해자가 속출하면서 정부가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 및 주거 안정에 관한 특별법’ 제정을 추진하고 있지만 여전히 깡통전세와 전세 사기, 역전세난 등에 대한 우려가 지배적인 까닭에 아파트보다 저렴한 임대료로 서민들의 주거 버팀목 역할을 해온 빌라가 외면을 받고 있는 것입니다.
이주현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빌라왕 사태 등으로 시장이 위축된 상황에서 빌라 매매 시세나 전세가격은 하락한데 반해 기존 세입자에게 돌려줘야 할 보증금액은 높다보니 낙찰받을 사람이 없어지고 낙찰률도 떨어지는 모습”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백아란 기자 alive020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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