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진양 기자] "중(중도)·수(수도권)·청(청년)을 잡아라."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중간평가'인 제22대 총선 승패는 '중·수·청' 표심이 가를 전망입니다. 특히 10·11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이후 '중·수·청' 변수는 총선판을 뒤흔들고 있습니다. 진교훈 민주당 후보가 김태우 국민의힘 후보를 17%포인트 넘게 앞서면서 국민의힘 안팎에서 실체없이 떠돌던 '수도권 위기론'이 수치로 증명됐습니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곳은 국민의힘이지만 민주당 역시도 안심할 수 없습니다. 제22대 총선까지 남은 170여일은 '스윙보터(부동층 유권자)'로 불리는 중도와 수도권 표심을 움직이기에 충분한 시간이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MZ세대'로 대변되는 청년층의 지지까지 구할 수 없다면 내년 총선에서의 참패 가능성은 한층 커집니다.
제22대 국회의원선거를 181일 앞둔 12일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컨벤션센터에서 경기도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들이 깨끗한 선거 분위기 조성을 위한 홍보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스윙보터 '중도층'…'민생정책'이 판가름
역대 선거에서 중도층은 줄곧 고정 변수 역할을 했습니다. 김두수 시대정신 대표는 22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한국의 정치 지형에서 유권자 분포는 '3(보수)대 4(중도)대 3(진보)'의 양상을 띤다"며 "중도 역시 중도 진보와 중도 보수로 각각 20%의 비율을 점유한다"고 진단했습니다.
보수 정당인 국민의힘과 진보 정당인 민주당이 30% 안팎의 안정적인 지지율을 확보하는 만큼, 중도 표심의 향방이 선거의 결과를 가르는 '캐스팅보트'가 된다는 얘깁니다. 그간 강대강 구도를 펼치던 여야가 저마다 민생 주도의 정책 정당으로 턴하려는 이유도 이와 무관치 않습니다.
특히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참패한 국민의힘은 '정쟁용 현수막' 철거에 나서면서 중도층 복원에 사활을 걸었습니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중도는 이념 등이 아닌 정책을 통해 움직인다"며 "정책 경쟁에서 밀리는 쪽은 승산이 없다"고 했습니다.
중도 표심이 전반적인 분위기를 주도하는 역할을 한다면, 수도권 민심은 각 정당의 최종 의석 수를 결정짓는 핵심 요인입니다. 전체 지역구 의석(253석)의 절반가량인 121석이 수도권에 안배돼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 두 차례의 총선에서 민주당이 수도권 지역에서 연달아 더 많은 의석을 확보했던 만큼, 국민의힘이 보다 총력을 기울여야 할 지역 역시 수도권으로 꼽힙니다.
하지만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참패한 여당은 당장 '수도권 위기론'에 봉착했습니다. 지난 20일 '한국갤럽'이 발표한 10월 3주 차 조사(17∼19일 조사,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 결과에 따르면 국민의힘(33%)과 민주당(34%)의 정당 지지율은 1%포인트 차에 불과했습니다.
여당, 서울 14%p 폭락…세대포위론도 '글쎄'
문제는 '서울' 지지율이었는데요. 총선 최대 격전지 서울에서 민주당(36%)은 국민의힘(26%)을 10%포인트 차로 앞섰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비토가 당 지지율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됩니다. 이번 조사에서 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30%로, 4월4주차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습니다.
특히 서울에서 윤 대통령 지지율은 8%포인트(33%→ 25%) 하락했습니다. 한 달 전(39%)과 비교하면 14%포인트나 후퇴했습니다. '보수의 심장'이라 불리는 대구·경북(TK)에서도 부정평가(48%)가 긍정(45%)을 상회했습니다. 긍정평가는 일주일 새 13%포인트나 수직 하락했습니다.
지난 대선 당시의 수치와 비교한다면 참담한 상황이 보다 두드러집니다. 윤 대통령은 서울에서 50.6%의 득표율을 기록, 45.7%의 표를 얻은 이재명 당시 민주당 후보를 5%포인트 차이로 따돌렸습니다. 전국 득표율로는 격차가 1%포인트가 채 되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서울에서의 승리는 매우 값진 것이었으나, 그를 향한 민심은 빠르게 식고 있습니다.
아울러 2016년 총선 이후 모든 선거의 캐스팅보트 역할을 하고 있는 2030세대의 중요성도 간과할 수 없습니다. 지난 대선에서도 '2030과 6070을 묶어 민주당 지지 성향이 강한 4050을 포위한다'는 이준석 전 대표의 이른바 '세대포위론'이 주효하게 작용했습니다.
용산 대통령실의 젊은 행정관들이 본격적으로 총선 출마 채비를 하고 있는점 역시 청년 표심과 쇄신 이미지를 공략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됩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여당이 분위기 반전을 위해서는 중도 보수 성향의 젊고 참신한 인재들을 많이 영입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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