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명신 기자] 유럽연합(EU)이 2030년 재무장을 목표로 방위 역량 확보에 속도를 올리는 가운데 무기 조달을 위한 대출금 지원 제도를 발표했습니다. 한국도 지원 대상에 들어가지만, 조건이 까다로워 수혜를 기대하기는 힘들다는 전망이 나옵니다. 다만, EU가 최근 국방백서를 통해 한국 등과의 방산 협력을 모색해야 한다고 밝힌 것을 두고 기회를 포기하기엔 이르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 (사진=연합뉴스).
19일(현지시간) EU집행위원회의 발표에 따르면 집행위원회는 EU 예산을 담보로 1500억유로(약 240조원) 규모의 무기 공동 조달 대출금 지원 규정인 ‘세이프(SAFE)’ 조항을 발표했습니다. 규정에 따르면 EU 가입 신청국·후보국, EU와 안보·방위 파트너십을 체결한 국가가 참여할 수 있습니다.
현재 EU와 양자 안보 방위 파트너십을 체결한 국가는 한국, 일본, 노르웨이, 알바니아, 북마케도니아, 몰도바 등 6개국입니다. EU 가입 후보국인 우크라이나와 튀르키예도 참여 자격이 주어집니다. 한국은 지난해 11월 EU와 안보·방위 파트너십을 체결했습니다.
다만 한국 방산기업이 직접 지원을 받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제3국 정부 차원에서 EU 회원국 재고 비축 혹은 우크라이나 지원을 목적으로 하는 공동구매에 직접 참여해야 하는 조건을 달았기 때문입니다.
한국은 현재 우크라이나에 살상무기를 지원하지 않아 우크라이나 지원용 무기 구매에 참여할 가능성이 낮습니다. 또 이번 계획이 ‘유럽 재무장’ 촉진을 위해 설계된 만큼 우리 정부 차원에서 참여 의향을 밝힐 가능성도 높지 않습니다.
EU 회원국끼리의 공동구매 시에는 완제품 가격의 65%에 상응하는 부품이 비EU 유럽 국가인 아이슬란드·리히텐슈타인·노르웨이·스위스를 포함하는 유럽자유무역협정(EFTA) 권역이나 우크라이나 내에서 공급돼야 합니다. 사실상 ‘바이 유러피안’ 전략의 연장선에서 우크라이나와 유럽산 무기 구매를 장려하기 위해 설계돼 한국 방산기업이 진출하기 어려운 셈입니다.
물론 K-방산의 유럽 수출 확대 기회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닙니다. EU가 같은 날 발표한 국방백서인 ‘대비태세 2030’에서 한국을 특정해 “인도·태평양 파트너들과 방산 협력 기회 모색해야 한다”고 명시했습니다. 구체적 협력 방식은 나오지 않았지만, 방산 협력 의향을 공식화한 셈입니다.
현재 EU에게는 K-방산이 유일한 대안이라는 시각도 있습니다. 최기일 상지대 군사학과 교수는 “EU가 유럽산 무기를 우선하겠다는 것은 K-방산의 견제 시그널로 볼 수 있지만, 유럽의 방산 생산 기반이 예전 같지 않아 K-방산에 사실상 기회”라며 “다만 유럽이 K-방산에 지금보다 더 제동을 걸 수 있는 만큼 조율을 통해 미리 대비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이명신 기자 si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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