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에어로 역대급 실적에도 유상증자…주가 폭락 후폭풍
역대 최대 3.6조 유증에 주가 폭락
“글로벌 도약 위한 자금 선제 확보”
금감원, 한화에어로 중점심사 나서
2025-03-21 14:42:55 2025-03-21 14:42:55
[뉴스토마토 이명신 기자] 방산 호황기로 지난해 역대급 실적을 올린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3조6000억원의 유상증자를 단행한 것을 두고 논란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습니다. 금융당국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유상증자를 중점심사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장교동 한화빌딩 전경. (사진=한화).
 
21일 업계에 따르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전날 이사회를 열고 약 3조6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의했다고 밝혔습니다.
 
한상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기업설명(IR) 담당 임원(전무)은 “재무안정성을 유지하면서 점진적으로 성장하는 방법도 있지만, 지금 업황이 그렇게 녹록지 않고, 오히려 더 위로 올라가기 위해선 이런 판단을 할 수밖에 없었다는 점을 주주들께 양해를 구한다”고 말했습니다.
 
조단위 영업시대를 맞았음에도 세계 지정학적 변동 속에서 유럽, 미국, 중동, 호주 등 세계 각지에서 동시다발적인 전략 투자를 단행하려면 투자 실탄을 최대한 조기에 확보할 필요성이 있어 이번 유상증자를 결정했다는 입장입니다.
 
시장에서는 대규모 해외 투자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양호한 재무 전망을 고려했을 때 3조6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통해 유상증자를 택한 것이 아쉽다는 반응이 주를 이룹니다.
 
신규로 자사 주식을 발행하는 유상증자는 기업 입장에서는 자본 조달을 위한 손쉬운 방식으로 평가받습니다. 그러나 기존 주주 입장에서는 지분 가치를 희석해 악재로 받아들여져 주가 하락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때문에 무분별하고 일방적인 유상증자는 다수 주주의 이익을 침해하는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폐해 중 하나로 지적돼 왔습니다.
 
실제로 전날 유상증자 발표 직후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주가는 시간 외 시장에서 하한가까지 밀린 데 이어 21일 정규장 시작 후에도 최대 14.96% 이상 급락했습니다. 특히 유상증자 예정 발행가는 유상증자 전 주가 대비 낮은 60만5000원으로 기존 주주들의 주식 가치 희석률은 13%에 달합니다.
 
글로벌 방산 호황 속에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해 1조7000억원의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냈습니다. 올해와 내년에도 각각 2조8000억원, 3조5000억원대 영업이익을 올릴 것으로 증권가는 보고 있습니다. 향후 2년간 6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이 예상되는 것입니다.
 
노무라 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전날 회사 측이 연 긴급 IR 행사에서 "방산 회사로 좋은 신용등급을 갖고 있는데 (주주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지 않았느냐"고 지적했습니다.
 
최광식 다올투자증권 애널리스트도 이날 보고서에서 "향후 5년간 설비투자(캐펙스·CAPEX)는 2025년 연결 영업이익 3조5천억원과 이후 꾸준한 이익에서 충분히 조달 가능해 보이기 때문에 투자 당위성은 공감하지만 자금 조달 방식은 아쉽다"고 지적했습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 앞서 지난 14일에는 삼성SDI가 시설투자 자금 확충을 위해 2조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함녀서 비판받은 바 있습니다.
 
논란이 확산되는 가운데 금융당국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의 유상증자를 살펴보겠다고 나섰습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달 유상증자 집중심사제도 도입을 결정하면서 ‘주식가치 희석화 우려’, ‘일반주주 권익훼손 우려’ 등을 배경으로 밝혔습니다.
 
다만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전날 한화에어로스페이스를 중점 심사 대상으로 밝히면서 “유상증자 추진에 긍정적”이라는 입장을 밝혀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긍정적 결론을 예고한 이 원장의 발언이 제도 도입의 취지를 무색하게 할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이명신 기자 si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