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강예슬 기자] 내란수괴 윤석열씨에 대한 탄핵심판 선고가 늦어지면서 헌법재판소를 향한 불신도 커지고 있습니다. 헌재는 애초 윤씨의 탄핵심판을 최우선으로 다루겠다고 했지만, 24일 한덕수 국무총리 탄핵심판을 먼저 선고하기로 했습니다. 국정 안정을 위해 한 총리의 선고를 먼저해야 한다는 여당의 바람 대로 흘러가는 겁니다. 헌재가 정치적 상황을 과도하게 고려한다는 비판과 함께, 불신을 스스로 키운다는 지적입니다.
헌재는 지난 20일 한덕수 국무총리의 탄핵심판을 24일 오전 10시에 선고하겠다고 알렸습니다. 26일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항소심 선고가 예정되어 있습니다. 이런 탓에 윤씨 선고는 빨라도 28일은 되어야 할 것 같다는 게 중론입니다. 물론 이마저도 장담하기 어렵습니다.
윤씨의 파면을 바라는 시민들과 법조인들은 헌재의 선고 지연을 납득하기 어렵다는 입장입니다. 23일에 되면 국회가 윤씨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가결한 지 100일째가 되는 날입니다. 윤씨의 최종 변론기일이 있었던 날로부터 24일이 흘렀습니다. 노무현·박근혜 전 대통령의 경우 헌재는 최종 변론기일 후 14일, 11일 만에 선고를 했습니다.
지난 19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앞에서 열린 3·19 민주주의 수호의날에서 시민들이 '내란을 멈추는 한끼 단식'을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문제는 윤씨 사건은 과거의 대통령 탄핵 사건보다 사안이 비교적 명확하다는 겁니다. 윤씨는 국가비상상태가 아님에도 12·3 불법 비상계엄을 선포했습니다. 국회의사당을 봉쇄하기 위해 계엄군도 투입했습니다. 이 과정은 언론보도와 유튜브를 통해 생생히 중계됐습니다. 계엄을 선포하는 과정에서 적법한 절차가 지켜지지 않았다는 증거도 숱합니다.
조재현 동아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한국헌법학회 회장)는 "(헌재의 선고기일 미지정으로) 대통령이 차지하는 직위의 중요성 때문에 국정 공백이 어마어마하다"며 "인용이든, 기각이든 빨리 선고하는 게 맞다"고 했습니다. 조 교수는 "변론부터 해서 3주라는 시간이 짧은 건 아니다"라며 "정치적 상황도 무시할 수 없겠지만 법적 판단은 규범적·정치적 재판이 아니라 규범적 절차"라고 강조했습니다.
차라리 이렇게 할 바엔 국민투표로 선출한 대통령 탄핵은 국민이 직접 하자는 주장까지 나옵니다. 서보학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사회가 너무 혼란스럽고 갈등이 극단으로 치닫는데 헌재가 이렇게 방치하면 무책임한 것"이라며 "국민이 선출하지 않은 재판관 9명이 모여 탄핵 인용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옳은지 고민해 봐야 한다"고 했습니다.
다만 헌법에 따라 헌재가 현직 대통령의 탄핵심판을 하는 상황에서 국민투표로 결정하자는 말은 경계해야 한다는 말도 나옵니다. 이헌환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헌법 개정을 주장하는 입장에서 '앞으로 대통령에 대한 국민 소환제를 도입하자'는 주장은 할 수 있다"면서도 "대통령 소환제가 헌법에 인정돼 있지 않은 상황에서 국민투표로 탄핵을 정하자는 주장은 성립될 수 없다"고 했습니다.
강예슬 기자 yea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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