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올해 1분기 택배·배달업 '불법취업' 적발된 외국인 25%↑
법무부, 불법 취업 외국인 138명 적발…상당수 외국인 유학생
'미등록체류자' 숫자 고려하면 불법 취업 외국인 더 많을 수도
2025-04-30 17:33:44 2025-05-07 08:57:17
[뉴스토마토 강예슬 기자] 올해 1~3월 택배·배달업종에서 일하다 불법 취업으로 적발된 외국인 수가 전년 같은 기간보다 약 25% 늘어난 걸로 확인됐습니다. 외국인 노동자와 일감 경쟁을 하는 내국인 노동자의 적극적인 신고가 법무부의 불법 취업 적발에 영향을 주고 있는 걸로 보입니다. 
 
30일 <뉴스토마토>가 법무부를 통해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택배·배달업에 종사하는 노동자 가운데 불법 취업으로 적발된 외국인은 138명입니다. 지난해 1분기(111명)와 비교하면 24.3% 증가한 겁니다.
 
불법 취업이란, 국내 체류하는 외국인이 '취업할 수 없는 특정 업종'에서 일하는 경우를 뜻합니다.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은 비자 종류에 따라 취업 여부와 취업할 수 있는 업종이 결정됩니다. 외국인 유학생(D-2)은 학업에 지장을 주지 않는 선에서 시간제 아르바이트를 할 수 있으며, 업종은 일반 통·번역, 음식업 보조, 일반 사무보조 등 일부만 허용됩니다. 배달노동자로 일 할 수 있는 체류비자는 F-2(거주), F-5(영주), F-6(결혼이민) 정도입니다. 
 
그런데 이번에 법무부에 적발된 외국인의 체류자격별로 보면 상당수는 유학생이었습니다. 138명 가운데 외국인 유학생(D-2)은 75명으로 54.3%를 차지했고, 어학이나 직무 연수를 위해 연수 비자(D-4)를 받은 이들은 21명(15%)으로 집계됐습니다. 해당 수치는 국내 체류자격을 갖추지 못한 '미등록 체류자'(불법체류자)를 제외한 수치입니다. 미등록체류자 숫자를 고려하면, 실제 불법으로 취업한 외국인 규모는 더 많을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출입국·외국인 정책을 담당하는 법무부는 택배·배달 업종에서 외국인 불법 취업이 증가하고 있다는 걸 인지하고, 2023년 8월부터 불법 취업 외국인 업종에 해당 업종을 신설해 집계해 왔습니다. 이후 적발 건수는 매해 늘고 있습니다. 택배·배달업에 불법 취업해 적발된 외국인 수는 △2023년 8~12월 117명 △2024년 1~12월 313명으로 집계됐습니다. 월평균 적발인원으로 환산하면 2023년 23.4명에서 2024년엔 26명으로 늘어난 겁니다. 올해는 1분기까지만 집계됐지만, 월평균 적발인원으로 계산하면 46명에 달합니다. 
 
4월19일 서울의 한 치킨전문점 앞으로 배달노동자가 지나가고 있다. (사진=뉴시스)
 
택배·배달업에서 취업자격을 갖추지 않은 외국인이 일하는 건 어제오늘 일이 아닙니다. 하지만 해당 업종의 외국인 불법 취업하는 사실이 수면 위로 드러난 데에는 내국인 배달노동자의 적극적인 신고가 작용한 걸로 풀이됩니다.
 
배달업은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배달음식 주문이 증가했을 땐 호황을 누렸지만, 이후로는 배달 주문이 주춤하면서 배달 노동자의 수입도 줄어든 상황입니다. 그런데 배달업에 외국인들이 불법 취업까지 하자 내국인 배달 노동자들은 더 극심한 경쟁에 내몰리게 됐습니다. 자연스레 내국인 배달 노동자들은 외국인 배달 노동자의 시장 진입을 막으려고 신고를 하게 된 겁니다. 
 
실제로 취업 자격을 갖추지 못한 외국인의 취업을 막아달라는 신고와 청원은 다양한 방식으로,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지고 있습니다. 지난해 12월 '청원24'에는 자신을 배달대행 기사 일을 하는 청년이라고 소개한 A씨의 글이 올라왔습니다.
 
A씨는 "배달대행 플랫폼 외국인 노동자의 불법 근무와 무보험차 배달을 막아주세요"란 제목의 글에서 "일감은 한정돼 있고, 이미 포화시장이지만 기사 수는 계속 많아지고 있다"며 "불법체류자이기 때문에 타인 명의로 일하고, 보험도 없이 일하는 경우가 많다. 사고가 나는 경우 피해자의 손해는 막심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취업 자격을 갖추지 못한 외국인들은 타인의 명의를 빌려 배달노동을 하는데, 이 경우 유상운송보험 가입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업무 중 사고가 발생해도 보호받을 수 없어 위험하다는 의미입니다. 
 
지난 3월10일 국회전자청원에 "무보험, 명의도용, 외국인 노동자들의 불법 노동을 근절해 달라"는 취지의 청원이 올라왔을 땐 국민 7728명이 '동의'를 누르기도 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신분이 불안정한 외국인에게 내국인보다 낮은 수수료를 지급하려는 사업주의 동기도 불법 취업 외국인을 늘리는 이유 중 하나라고 지적합니다. 구교현 공공운수노조 라이더유니온지부 지부장은 "배달대행 업체들이 낮은 단가로 기사들을 부리고, 더 많은 수수료를 가져가기 위한 용도로 외국인을 고용한다"며 "배달업종에 취업할 수 있는 비자가 없으면, (배달플랫폼) ID를 만들지 못하니까 국내 노동자가 명의만 만들어 놓고, 업체가 사서 보관하고 있다가 비자가 없는 분들이 오면 일 하게 하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택배·배달업 불법 취업 실태를 파악하고, 제도개선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옵니다. 이창원 이민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노동자를 많이 필요로 하는데 정말로 사람을 구하지 못해서, 외국인 유학생을 고용하는 거라면 유학생에게 해당 업종을 열어주는 것을 고려할 수 있다"며 "하지만 한국 사람들의 진입이 계속되는 업종인데 외국인을 고용할 때 임금이 더 싸기 때문에 고용하는 것이라면 외국인 진입을 확대하는 걸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강예슬 기자 yea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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