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충범 기자] 한때 오프라인 유통 채널의 중심이었던 대형마트가 최근 법정관리 이슈, 위기설 등에 휩싸이며 사양길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이 제기됩니다. 대형마트는 10여년 전까지만 해도 대용량 구매, 뛰어난 쇼핑 편의성 등을 무기로 가족 단위의 수요층을 흡수하며 유통 산업을 주도한 바 있는데요. 하지만 대형마트는 코로나19 팬데믹 시기를 전후해 비대면 소비 일상화와 함께 온라인 시장에 빠르게 주도권을 내주며 영향력이 급속히 축소됐습니다.
전문가들 역시 유통 산업의 중심 축이 이커머스로 넘어간 만큼 대형마트의 전망이 사실상 밝지 않은 점에 대해서는 인정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다만 대형마트가 확실히 우위에 있는 신선식품 라인업을 다각화하고, 집객 효과를 높일 수 있는 공간 콘텐츠를 구성한다면 다시금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조언도 내놨습니다.
유통 헤게모니…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21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주요 유통 업체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8.2%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이중 오프라인과 온라인 업체의 매출은 각각 2%, 15%씩 증가하며 온라인 업체의 매출 증가세가 두드러졌는데요.
오프라인의 매출 부진에는 대형마트가 0.8% 감소하며 유일하게 역성장한 점이 크게 작용했습니다. 백화점(1.4%), 편의점(4.3%), 기업형 슈퍼마켓(4.6%) 등 나머지 오프라인 유통업 매출은 증가세를 보였습니다.
한편 지난해 매출 비중을 살펴보면 온라인은 50.6%로 종전 최대였던 2023년(50.5%)을 넘어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습니다. 또 오프라인 매출 비중은 49.4%로 집계됐는데요. 세부 업종별로는 백화점(17.4%), 편의점(17.3%), 대형마트(11.9%), 기업형 슈퍼마켓(2.8%) 등 순이었습니다. 대형마트의 경우 전년(13.5%)보다 1.6%포인트 떨어지며 하위권을 형성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미 유통 산업의 헤게모니가 사실상 온라인으로 넘어갔다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대형마트 입장에서는 이커머스의 시장 장악 가속화, 유통산업발전법 도입 등에 따른 규제 강화 등의 악재가 많아 기존의 방식으로는 더 이상 승부가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습니다.
한 오프라인 유통 관계자도 "사실 최근 홈플러스가 기업회생절차를 밟으면서 경쟁사인 이마트나 롯데마트가 반사이익을 입을 것으로 보이지만 이 역시 단기적인 상황에 그칠 가능성이 있다"며 "중장기적으로는 온라인 시장으로의 고객 유출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기 때문에, 마트 산업 전반에 걸친 내부 구조조정이나 점포 효율화 작업 역시 꾸준히 이뤄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커머스 대비 비교우위 콘텐츠 발굴 필요
대형마트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이커머스 산업 대비 비교우위에 설 수 있는 콘텐츠 발굴에 주력해야 한다는 것이 업계의 전반적 견해입니다. 특히 아무리 대형마트가 축소된다 해도 온라인이 이를 전부 대체할 수는 없다는 분석도 나오는데요.
이종우 아주대 경영학과 교수는 "이미 유통 업계에서 온라인으로 빠질 수요층은 상당수 빠진 상태라고 판단된다"며 "대형마트의 주력 타깃이 어느 정도 있는 연령이 있는 수요층인 점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종우 교수는 "대형마트가 현시점에서 너무 공격적이거나 과감한 도전에 나서기보다는, 오프라인 대비 경쟁우위에 있는 본연의 콘텐츠를 강화하는 움직임도 필요하다"며 "가령 신선식품의 경우 고객들이 직접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져봐야 하는 품목인 만큼, 온라인보다는 오프라인을 더 신뢰하는 경향이 있다. 이런 점에 착안해서 업체가 대비책을 마련하면 좋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도 "최근 이커머스 업체들이 신선식품 라인업 강화에 나서고 있지만, 그렇다 해도 대형마트가 신선식품의 진열, 구성 등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그대로 오픈할 수 있는 여건을 갖추고 있는 것은 분명 큰 강점으로 보인다"며 "다시금 고객을 불러들일 수 있도록 신선식품을 넘어 식생활 관련 토털 라이프 스타일 콘텐츠 발굴에 나서는 것도 좋은 방안이 될 것 같다"는 의견을 제시했습니다.
대형마트의 기존 업태 개념을 바꾸는 노력도 필요하다는 제언도 나왔습니다. 서용구 교수는 "대형마트 기업들이 고객을 대하는 접근 방식을 '리테일'에서 '서비스'로 전환하는 마인드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단순히 제품들을 매대에 진열해서 파는 방식이 아니라, 이제는 공간을 줄이더라도 고객들이 와서 머무르고 싶은 공간을 마련하는 것에 골몰해야 한다"고 제언했습니다.
서 교수는 "독특한 서점을 구성한다거나, 지방 도시의 경우 로컬 브랜드를 입점시키는 등 노력을 통해 오프라인만이 제공할 수 있는 명소를 만들어내는 것이 관건"이라며 "업태 전환에는 분명 많은 아이디어와 실험적 시도가 필요하다. 하지만 이 같은 움직임이 고객들에게 긍정적으로 비춰지고, 이들을 다시 불러 모을 수만 있다면 업계가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 본다"고 분석했습니다.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의 신선식품 코너 모습. (사진=뉴시스)
김충범 기자 acechu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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